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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원산지 표시, 식품안전 보증서 아니다

중앙일보 2010.10.25 00:21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낙지 머리 카드뮴 오염 파동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서울시가 검사한 낙지 샘플 중 일부가 국산이 아닌 중국산이었다는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새 논란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후 서울시 발표로 경제적 손해를 본 어민들의 항의와 분노가 더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 측은 자신들도 속아서 중국산 낙지를 구입한 피해자라고 항변한다.



 이 사태를 계기로 기자는 수산물 원산지 표시제도에 대한 몇 가지 논의점을 제기해 본다.



 농·축산물은 땅을 기반으로 재배·사육된 것이어서 원산지에 따라 품질과 안전성이 다를 수 있다. 수산물은 얘기가 다르다. 같은 고등어라도 한국 배가 잡으면 국산, 중국 배 그물에 걸리면 중국산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수산물만 보고는 국산과 수입산을 정확히 식별하지 못한다.



 수산물 원산지 표시 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은 포장 상태·총량·냉동 상태 등의 차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수산물의 국적을 추정한다. 조기의 경우 골판지 상자 등에 10㎏ 분량이 가지런히 배열돼 있으면 중국산, 나무상자·골판지·스티로폼 등에 20㎏가량이 섞여 들어 있으면 국산으로 간주한다.



 이번에 문제된 낙지·문어는 참치처럼 멀리 헤엄치는 회귀성 어류가 아니라 특정 해역 주변의 뻘 등에서 큰 이동 없이 지낸다. 따라서 이들이 사는 해역의 오염도에 따라 카드뮴 등 중금속 검출량이 달라질 수 있다. 국적은 물론 국산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카드뮴 오염량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기본적으로 원산지 표시제는 식품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본개념은 소비자에게 해당 식품이 어디서 생산·재배됐는지를 알려주자는 것이다. 똑같은 포도주라도 프랑스산·미국산·칠레산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와 가격이 크게 다르므로 바른 생산국 정보를 주기 위한 제도다. 원산지가 중국산이면 위험, 국산·일본산이면 안전하다고 미리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친환경 표시도 마찬가지다. 친환경 표시제도는 농·수·축산물을 재배·사육할 때 화학비료·농약·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환경 보전에 유익하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친환경 표시가 없는 일반식품이라고 해서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가짜 친환경 콩으로 판명됐더라도 농약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지 않았다면 안전한 콩이다. 단 가짜 친환경 콩을 일반 콩보다 훨씬 비싸게 샀으므로 금전적 손해를 본 것은 분명하다. 원산지·친환경 표시는 식품 안전을 담보하는 표시가 아니라 공정 거래·소비자 보호를 위한 표시인 것이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곽노성 박사).



 서울시와 식약청 간의 상반된 견해로 틈바구니에 끼인 소비자만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사건의 흐름도 갈등만 확대 재생산할 뿐 전혀 생산적이지 못하다. 차제에 지자체와 정부,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있는 식품 안전 사안에 대해선(한시가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스크리닝 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정리해 발표하는 것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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