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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전기료 꼬박꼬박 냈는데 단전 피해, 왜?

중앙일보 2010.10.25 00:15 경제 7면 지면보기
소규모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구역전기사업자의 부실로 엉뚱하게 아파트 주민들이 단전 피해를 보게 됐다.


소규모 지역에 전기 공급하던 ‘구역 사업자’ 경영 악화
서울 사당동 3650세대 주민이 낸 요금 한전에 납부 안해
오늘 낮 12시 단전 … 긴급명령 발동해도 3~8시간은 끊겨

 한국전력공사는 24일 서울 관악구 사당동 지역의 구역전기사업자인 케너텍의 사업지역에 25일 낮 12시부터 전기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전은 케너텍이 경영 악화로 주민들로부터 받은 전기요금을 두 달 째 한전에 납부하지 않고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케너텍이 전기를 공급하는 사당동 우성3단지, 신동아 4·5단지, 극동아파트 등 4개 단지 3650세대는 전기요금을 제때 납부했는데도 단전 피해를 보게 됐다.



 구역전기사업이란 민간 사업자가 발전기를 돌려 관할 구역에 한전 대신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기 공급체계에 경쟁을 도입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비상시를 대비한 분산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4년 도입됐다. 대부분 열병합 발전기를 보유한 지역난방 사업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케너텍은 2004년 11월 1호 구역전기사업자로 선정됐으며 같은 해 12월부터 사당동 4개 아파트 단지에 시간당 2㎿의 전기와 난방 열을 공급해 왔다. 하지만 2008년부터 경영이 부실화하면서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고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받아, 주민들에게 재판매하는 형태로 사업을 유지해 왔다. 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t당 39만원이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2008년 말 118만원까지 치솟은 게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방침에 따라 전기요금은 별로 오르지 못해 전기를 생산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됐다.



 다른 구역전기사업자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이 사업에 참여했던 31개 업체 가운데 20개가 사업을 포기했다. 한전은 ‘사업구역 내의 전기 공급 가운데 60% 이상을 담당해야 한다’는 규정을 고쳐 한전에서 필요 전력 모두를 사서 재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판매가격도 일반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요금보다 낮춰줬다.



 그러나 케너텍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올 8월에는 법원이 이마저 받아들이지 않고 청산 결정을 내렸다. 사정이 심각하게 돌아가는데도 정부와 한전은 조기에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바람에 피해를 키웠다.



익명을 원한 한전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전기를 직접 공급하려면 케너텍에 전기를 공급하는 선로와 연결해야 하는데 법적으로 함부로 손댈 수 없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식경제부는 일단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 공급 중단 시점에 장관 명의의 ‘긴급 공급명령’을 발동할 예정이다.



한전 영업계획팀 위승용 차장은 “공급명령이 내려지면 곧바로 선로를 잇는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며, 공사가 진행되는 3~8시간 정도 해당 지역의 가정에 단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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