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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봐도 애매 … 정답 꿰맞춰 설명”

중앙일보 2010.10.22 03:00 종합 8면 지면보기



EBS 교재 오류 대책 시급



시중 서점에서 판매 중인 『EBS 파이널 실전모의고사 물리Ⅰ』 9회 11번 문제. 보기 다섯개 중 정답이 없어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다. EBS는 홈페이지에 정답을 4대 3으로 고쳐 게시했지만 해당 교재에 들어있는 정오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교사가 봐도 애매한 문제가 많다. 4번이 정답으로 돼 있으면 3번이 맞는 것 같아도 일단 정답에 꿰맞춰 설명하게 되더라. 이런 게 걸러지지 않고 수능에 출제되면 큰 혼란이 생길 것이다.”(서울 J고 3학년 박모 국어교사)



 “교사 몇 명이 만드는 것이라 완성도가 떨어진다. 나도 오류 정오표가 있다는 것을 교재 집필 교사가 말해줘서 알았을 정도다.”(서울 D고 3학년 이모 사회교사)



 수능(11월 18일)이 한 달도 남지 않으면서 전국 고3들은 대부분 EBS 교재 풀이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EBS 교재에 다양한 오류가 있는데도 이를 모른 채 해당 교재로 공부하는 수험생들이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BS는 인쇄를 거듭할 때마다 교재의 오류를 바로잡아 찍어낸다고 설명한다. 본지가 21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판매 중인 교재를 살펴봤더니, 오류를 수정한 교재도 있었고 수정되지 않은 교재도 있었다. 교재 구입 시점별로 어떤 학생은 잘못된 교재로 공부하고 어떤 학생은 바로잡힌 교재를 쓰는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EBS 측은 적극적으로 오류 수정사항을 홍보하지 않았다. 수험생이 홈페이지 의견란에 불만을 집중 토로하자 최근에서야 오류 정오표로 바로 연결되는 배너를 초기 화면에 노출했을 뿐 팝업창 하나 띄우지 않았다.



 출판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EBS 교재의 오류 수준이 다른 출판사 교재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능과 70% 연계되는 교재라면 얘기가 다르다. 고교 진학담당 교사들은 “EBS가 수능교재 시장을 싹쓸이하면서도 오류를 수험생에게 적극 알리지 않는 것은 수능 연계 정책에 흠집이 갈까 봐 쉬쉬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허술한 제작=EBS 교재가 부실한 이유는 제대로 된 제작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어교사 출신으로 EBS 언어영역 교재의 오류를 신고한 유모씨는 “EBS 교재의 영향력이 교과서를 능가할 정도가 돼버렸지만 정작 만드는 과정은 허술해 치명적인 오류가 나온다”며 “EBS 교재는 일반 교사들이 문제를 만들고 검토하는 수준이라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능 문제를 출제할 경우 과학 관련 지문은 전공 교수가 고르고 국어교사는 문법이나 어법 검증을 한다. 반면 EBS 교재는 국어교사가 시중에 있는 과학 서적의 것까지 마음대로 인용해 출제한다는 것이다. 유씨는 EBS가 오류 수정에 늑장 대응한다고도 비판했다. 올 8월 비문학 교재 답이 여러 개가 될 수 있다고 신고했는데 ‘집필자와 검토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한 뒤 깜깜무소식이라는 것이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허술한 감수도 문제가 될 전망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EBS에서 교재를 집필해오면 평가원 소속 연구원들이 과목당 서너 명씩 감수를 한다”며 “연구원들의 원래 업무는 수능 관련 연구와 수능 출제 방향을 기획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BS 박상호 학교교육본부장은 “오류가 많은 것은 우리가 잘못한 일”이라며 “올해는 2009년 개정교육과정 교과서 제작에 출판사 편집자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EBS 교재 편집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EBS 교재의 수능 70% 연계 정책을 계속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고교 교사는 “특정 교재에서 과도하게 연계하겠다는 정책 자체가 난센스”라며 “학원들이 EBS 교재 요약본까지 만들어 장사하는 데 과연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성탁·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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