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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개발자 시드 마이어, 5년 만에 ‘문명5’ 선보여

중앙선데이 2010.10.17 06:08 188호 27면 지면보기
신작 ‘문명5’(왼쪽)를 내놓은 시드 마이어는 워낙 중독성 심한 게임을 만든 탓에 ‘선한 얼굴을 가진,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악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 하반기에는 PC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새 게임에 대한 목마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10년 이상 인기를 끈 ‘스타크래프트’(블리자드)의 후속편인 ‘스타크래프트2’가 지난달 국내에서 선을 보였다. 이어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인 시드 마이어의 최신작 ‘문명5’도 나왔다. 유비소프트는 턴 방식 롤플레잉게임(RPG)인 ‘히어로스오브마이트앤매직(HOMM)’의 여섯 번째 시리즈를 공개했다. 블리자드의 간판 온라인 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도 12월에 세 번째 확장팩을 내놓는다. 이에 맞서 국내에서는 ‘리니지’ 시리즈를 만든 송재경 XL게임즈 대표가 300억원을 들인 온라인게임 ‘아키에이지’를 들고 나왔다. 리니지·아이온을 잇따라 내놓은 국산 온라인게임의 명가 엔씨소프트의 신작 ‘블레이드앤소울’과 신생 업체인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도 기대주다. 내년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디아블로3’(블리자드)까지 포함하면 중독성이 강한 ‘악마의 게임’들이 줄줄이 나오는 셈이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상무는 “네티즌들이 ‘마야 달력에 따르면 2012년 지구가 멸망한다는데 내년부터 게임에만 몰두한 결과가 아닐까’ ‘지구 멸망은 몰라도 2011년은 인류의 문화가 정체된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등의 농담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게임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중독자 가리켜 ‘문명하셨다’ 유머도
“요즘 A형이 안 보이던데 무슨 일 있나요?”
“문명하셨습니다.”
최근 선보인 컴퓨터 게임 ‘문명5’를 두고 나오는 유머의 하나다. ‘저녁 먹고 게임을 시작한 뒤 문득 정신을 차리니 해가 뜨고 있더라’는 극악의 중독성을 자랑해 ‘악마의 게임의 원조’라고 자타가 공인한다. 문명은 1991년 첫선을 보인 턴 방식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2005년 문명4를 내놓은 지 5년 만에 PC용 신작이 새로 나왔다. 턴 방식의 시뮬레이션 게임은 자신의 차례에 건물을 짓고 군대를 양성하는 등의 명령을 내리면 상대방(컴퓨터)이 이에 대응하는 것을 반복하는 형식이다. 바둑을 두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멈춤 없이 건물과 병력을 만들어 전투를 벌이는 ‘스타크래프트’와는 달리 재빠른 손놀림이 필요하지 않아 30, 40대 게이머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간디가 이끄는 인도나 나폴레옹의 프랑스 등 10여 개의 문명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 기원전 4000년에서 시작해 도시를 건설하고 기술 개발, 군사력 확보 등을 통해 경쟁 문명을 압도해야 한다. 삼국지나 스타크래프트가 자원 생산을 통해 병력을 모아 상대방을 물리치는 것이 최종 목표인데 비해 문명에서는 기술을 발전시켜 우주선을 가장 먼저 발사하거나 유엔을 설립해 세계 지도자가 되는 등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다. 물론 군사력을 키워 세계 정복에 나서도 무방하다. 기술개발에만 집중하다 탱크를 몰고 침략하는 이웃 나라를 기마병으로 막아야 하는 처지에 빠지기도 하고, 도시에 건물만 많이 짓다가 적자 늪에 빠져 반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골치가 아프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어려워지는 매력이기도 하다.

이 게임의 개발자인 시드 마이어는 문명 시리즈만으로도 세계 3대 게임 개발자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3대 개발자는 마이어와 함께 리처드 개리엇, 피터 몰리뉴가 꼽힌다. 개리엇은 ‘RPG의 전설’이라는 울티마 시리즈를 만들었고, 몰리뉴는 ‘파퓰러스’처럼 신의 입장에서 진행하는 게임을 개척했다. 최근에는 개리엇 대신 ‘심시티’ 등을 만든 월 라이트를 3대 개발자로 꼽기도 한다.

송재경
마이어는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너무 어려워서 지기만 하는 게임은 성공할 수 없고, 너무 쉬워도 김빠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는 올해 초 ‘게임개발자회의(GDC)’ 강연에서 “게임은 쉽지 않으면서도 결국에는 게이머가 이길 수 있어야 한다는 모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명 시리즈는 이런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한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경제·군사·외교 등의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십여 개의 경쟁 문명을 압도하는 과정은 게이머를 몰입시킨다. 초보자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문명백과사전(civilopedia)’을 내장할 정도다. 문명5는 한글판 발매 계획은 없다. 다만 국내 게이머들이 자체적으로 한글패치를 만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미 전체의 80% 이상을 한글화한 것으로 알려져 이달 말 정도면 ‘네티즌판 한글패치’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송재경 대표도 ‘아키에이지’로 귀환
턴 방식의 게임인 문명5나 HOMM6와는 달리 국내 업체들은 전통적인 온라인 게임으로 승부를 건다. 특히 ‘리니지의 아버지’라는 송재경 대표의 귀환이 눈에 띈다. 서울대(컴퓨터공학과)와 KAIST(전산학과 석사)를 나온 그는 학교 동기인 김정주 넥슨 회장과 함께 넥슨을 창업했다. 1994년 국내 최초로 머드(Multi-User Dungeon) 게임인 ‘쥬라기 공원’을 만들었다. 머드는 문자로 명령을 입력해 전투를 벌이는 온라인 게임이다. 이듬해에는 머드게임에 그래픽을 더한 ‘바람의 나라’를 내놓았다. 엔씨소프트로 자리를 옮겨 97년 내놓은 ‘리니지’는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이는 대히트작이 됐다.

2003년 XL게임즈를 차려 자동차 경주 게임을 만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그는 최근 3년간 온라인 게임 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물이 아키에이지다. 판타지 소설 작가인 전민희씨가 스토리를 만들고, 가수 윤상·신해철씨가 음악을 맡았다. 송 대표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공을 들였다”며 “블리자드의 WOW보다 훨씬 자유롭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미 중국의 게임업체 텐센트가 중국 내 판권을 사갔다. 계약금과 미니멈개런티를 합쳐 5000만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홀스튜디오에서 개발하고 있는 대작게임 ‘테라’도 올해 안에 공개할 예정이다. 테라는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3를 만들던 박용현 실장 등이 합류해 제작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리니지1의 주역인 송재경 대표와 리니지3를 개발하던 박 실장이 각각 엔씨소프트와 경쟁을 벌일 게임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맞서는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역시 리니지2 개발을 진두지휘한 배재현 전무가 이끌고 있다. 배 전무는 엔씨소프트에서 사번 1번을 받은 창업 멤버다. 각각 다른 회사 소속으로 바뀐 리니지 시리즈 개발자들이 벌이는 한판 승부의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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