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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악동? 세상을 손가락질하는 그의 검은색 유머

중앙선데이 2010.10.17 05:29 188호 9면 지면보기
2004년 5월 어느 날 밀라노 벤티콰트로 맛조 광장을 지나가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경악하고 말았다. 광장 중앙에 서 있는 밀라노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에 아이들 세 명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그건 진짜 아이들이 아니라 실제와 똑같이 만든 아이들 인형이었다. 전 세계 미술계에 파문을 일으켰던 이 전시물은 지금은 스타 아티스트가 된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작품이었다.

김성희의 유럽문화통신:현대미술계 스캔들 메이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밀라노 전시회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누구인가? 단지 스캔들을 만들기 위해 엉뚱하게 행동하는 미술계의 반항아인가 아니면 정말 천재인가? 그는 트럭운전사인 아버지와 청소부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미술 관련 교육이라고는 제대로 받은 적이 없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20대 후반 가구 디자인을 시작하면서 미술계에 입문했다. 그는 뉴욕 소호의 대니얼 뉴버그(Daniel Newburg Gallery) 갤러리에서 연 첫 개인전부터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당나귀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는 우아한 갤러리 내부에 살아 있는 당나귀를 가뒀던 것. 방문자들은 물론 동물보호협회의 비난 탓에 획기적인 의도에도 불구하고 전시 하루 만에 개인전은 끝나 버렸다. 하지만 이 사건 덕분에 그는 미술계에서 일약 화제의 인물이 됐다. 네덜란드에서는 근처 갤러리에 침입해 훔친 물건으로 전시하다가 경찰이 개입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파블로 피카소의 머리를 크게 만들어 배우에게 씌우고 갤러리를 방문하는 미술 애호가들과 악수를 하거나 사진을 찍어 피카소를 광대처럼 묘사했다.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유머러스하게 표현되고 있지만 작품이 상징하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유머러스하지만은 않다.

그의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팔라초 레알레로 향했다. 첫 번째 방 안으로 들어가니 왼쪽 벽에 큰 나무상자가 걸려 있었고 그 안에는 셔츠만 입은 등 돌린 여자 마네킹이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형태로 팔다리가 상자 안에 고정돼 있었다(‘무제’-2007·큰 사진). 작품의 의도가 무얼까 생각하는데 뒤쪽 방에서 작은 북 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방은 팔라초 레알레에서 가장 크고 높은 방으로, 예전에 피터 그린웨이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배경으로 빛의 예술을 표현한 곳이다.

붉은 카펫이 깔린 방에 들어가니 운석에 맞아 바닥에 쓰러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 중앙에서 십자가 지팡이를 두 손에 꽉 쥔 채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작품은 5년 전 세상을 떠난 전임 교황님을 실제 사이즈와 똑같이 사실적으로 만든 ‘9번째 계시(La Nona Ora)’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고향인 폴란드는 물론 교황청으로부터 무수히 비난받은 작품이다. 이것은 단지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교황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다.

이 작품은 ‘희생’을 상징하는 21세기의 대표작이다. 고통받는 교황의 모습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짐과 책임을 다 짊어진 그분의 고뇌를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또한 교회의 아버지인 교황님(Papa)이 가족을 책임지는 우리 아버지(Pap<00E0>)의 모습으로 암시되고 있다. 이 작품이 처음 발표된 것은 1999년 바젤의 쿤스트할(Kunsthall) 뮤지엄으로 원래는 서 있는 교황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여긴 카텔란은 전시를 일주일 남겨 놓고 이 작품을 다시 만들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떻게? 작품에는 교황보다 더 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결국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이 해답을 줬고 완성된 이 작품은 2004년 경매에서 270만 달러에 낙찰됐다.

다시 드럼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오른쪽 벽 위의 높은 창문 앞에 한 어린이가 앉아 양철북을 두드리고 있다. 시간마다 북을 치게끔 조정해 놓은 평범한 소년 얼굴의 밀랍 인형이었다. 이 북 치는 소년(무제·2003)은 독일 쾰른 루트비히(Ludwig) 박물관에 처음 전시된 작품으로 귄터 그라스(Gnter Grass)의 『양철북』에 나오는 오스카를 생각나게 한다. 카텔란이 『양철북』을 읽고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하는 항간의 소문과는 달리 이 작품은 성장하는 것을 거부하고 유년기의 순진함과 순수함을 연속적인 북소리를 통해 표현하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죽음에 다다르는 것을 거부하는 현대의 자식들을 표현한 것이다.

이제 이해가 간다. 상자 안에 등 돌린 채로 십자가처럼 매달려 있는 여자는 바로 우리들의 어머니다. 가족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희생하지만 성장하기를 거부하고 삶에 대한 책임 회피로 언제까지 마마보이로 남고 싶어하는 자식들이 창피한 어머니. 팔라초 레알레에 전시된 이 세 작품은 이런 연관성이 있는 것이다. 전시는 10월 24일까지 열린다.




이탈리아 밀라노를 무대로 활약 중인 보석디자이너. 유럽을 돌며 각종 전시회를 보는 게 취미이자 특기. 『더 주얼』(2009)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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