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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서 건진‘희망’… 인간은 위대하다

중앙일보 2010.10.14 01:55 종합 1면 지면보기
13일 0시11분(이하 현지시간) 칠레 북부 코피아포시 인근 산호세 광산.


지하에서 나는 신과 악마와 함께 있었다. 신이 나를 선택했다” 칠레 광부 세상에 나오며

“치치치, 레레레. 칠레! 칠레!”라는 환호성이 한밤의 적막을 깨고 광산촌 하늘에 울려 퍼졌다. 69일 만에 지하 700m에서 구출된 31세의 광부 플로렌시오 아발로스가 구조용 캡슐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온 순간이었다. 안전모에 선글라스를 낀 채 땅으로 올라온 그는 두 달 넘게 지하에 갇혀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다. 아발로스는 초조히 그를 기다리던 아내와 아들을 껴안고 생환의 기쁨을 만끽했다. 갱도 붕괴로 땅속 깊숙이 파묻혔던 33명의 사투(死鬪)는 가느다란 희망에서 기적적인 생환으로 막을 내렸다. 일터는 막장이었지만 그들의 인생에는 막장이 없었던 것이다.



13일(현지시간) 칠레 산호세 광산에서 두 번째로 구조된 광부 마리오 세풀베다(왼쪽)가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에게 지하에서 가져온 돌을 전달하며 기뻐하고 있다. [코피아포 로이터=연합뉴스]
지상으로 올라오는 시간은 불과 16분 남짓. 이 16분을 위해 그들은 지하에서 두 달 넘게 기다렸다. 두 번째로 구조된 마리오 세풀베다(40)는 돌덩이를 지하에서 가져와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에게 기념품으로 전달했다. 그는 구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하에 갇혀 있으면서 나는 신과 악마와 함께 있었다. 신이 나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최연소 매몰 광부인 지미 산체스(19)는 “견디기 어려울 땐 2개월 된 딸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며 딸이 자신을 지탱해 준 힘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구조작업은 순조로웠다. 약 1시간에 한 명씩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33명이 모두 구조되는 데는 이틀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33명 중 16명이 구조됐다. 현장에 간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번 구조작전은 기적의 드라마였다. 당초 매몰된 광부들은 모두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보름 넘게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이들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7일 만인 8월 22일 이들은 구조대가 뚫은 드릴 끝에 “33명 모두 갱도 내 피신처에 있다”는 쪽지를 매달았다. 이후 구조작업은 숨가쁘게 진행됐으며 결국 인간 승리의 드라마로 막을 내렸다.



구조 현장에는 40여개국 2000여 명의 기자가 기적 같은 구조작업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들었으며 CNN·BBC 등 주요 외신들은 생중계로 현장 소식을 전했다.



칠레 코피아포=장연화 LA지사 기자

서울=최익재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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