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툭하면 ‘OFF’ 가동 한달 만에 빛 잃은 ‘빛 큐브’

중앙일보 2010.10.14 00:30 종합 31면 지면보기
지난 7월 대구시 중구 옛 고려양봉원 앞에 설치된 미디어 아트 조형물 ‘빛 큐브’ 아래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공정식 프리랜서]
11일 오후 7시 대구시 중구 옛 고려양봉원 앞 삼거리. 도로 가운데 높다란 철제 조형물이 서 있다. 중간에는 정육면체 박스가 설치돼 있다. ‘미디어 아트(media art)’ 조형물이다. 대학생 두 명이 조형물 아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형물에 영상이 꺼져 삼거리가 어두컴컴하다. 이곳 G가게 직원은 “조형물에 영상이 나왔다 꺼졌다를 반복한다”며 “아예 작동하지 않는 날이 많아 주변이 어둡다”고 말했다.


대구 옛 고려양봉원 앞 삼거리
조형물 영상 나왔다 꺼졌다 반복
27개 큐브 안 움직이고 전원 끊겨

대구시가 설치한 이 조형물이 완공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빛 큐브’로 이름 붙여진 이 조형물은 지난 6월 완공됐다. 높이 16m의 철 구조물에 27개의 정육면체 LED 박스(큐브)가 붙어 있다. 개개의 큐브에 영상이 나타난다. 이 큐브는 상하로 움직이며 다양한 기하학적 문양을 만들어낸다. 매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하루 8시간 가동된다. LED 큐브가 움직이며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국내에서 이 작품이 처음이다. 대구시의 공모에서 서울의 U업체 컨소시엄이 따내 설치했다. 사업비로 8억7000만원이 들었다. 내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도심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대구시는 미디어 아트라는 첨단 예술을 통해 역동적인 도시 이미지도 심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역의 영상작가·교수·학생의 작품(영상 콘텐트)을 보여 주는 길거리의 미디어 아트 갤러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일 밤 캄캄한 ‘빛 큐브’의 모습. 잦은 고장으로 LED 큐브가 움직이지 않거나 영상이 나오지 않아 도심의 흉물로 변했다. [공정식 프리랜서]
하지만 시범운영 기간부터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큐브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영상이 꺼지는 경우가 많았다. 큐브가 움직이면서 전원이 끊기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시범운영을 거쳐 이달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지만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들어 벌써 두 차례나 고장이 나 수리했다. 조형물과 함께 설치된 미디어 보드도 고장 난 채 방치돼 있다. 이는 손으로 화면을 터치하면 다양한 문양의 영상이 나오는 시설이다. 현장에서 만난 회사원 최모(29)씨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 장소를 자주 이용하는데 영상물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가동도 잘 안 되는 시설을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대구시 김영대 도시디자인총괄본부장은 “움직이는 LED 큐브를 이용한 조형물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어서 전원 접속 등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며 “여러 차례 보완작업을 통해 시스템이 안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홍권삼 기자

사진=공정식 프리랜서



◆미디어 아트=신문·만화·포스터·광고·영화 등 다양한 대중매체(미디어)를 미술에 도입한 것으로 매체예술이라고도 한다. 영상물 형태가 많다. 일반 미술 작품과 달리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