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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차량 제작업체 탐방 ② 수제작 스포츠카 업체 어울림모터스

중앙일보 2010.10.14 00:30 경제 15면 지면보기
빨간색 시트에 베이지 컬러의 내장과 가죽시트, 브레이크는 최고급 이탈리아 브렘보 제품. 시트 벨트는 포뮬러1(F1) 경주차를 연상시키는 4점 벨트다. 획일적인 모양으로 대량 생산하는 양산차와 달리 손으로 조립한 스포츠카인 스피라의 모습이다. 전면부 스피라 마크는 호랑이 형상을 현대적으로 디자인했다.


페라리·부가티 같은 ‘셀’ 생산 방식
4~5명이 한 팀 이뤄 1160여 개 부품 조립

스피라를 생산하는 어울림모터스는 국내 유일의 수제작 스포츠카 업체다. 한 달에 5~10대 정도를 생산한다. 잘 팔리는 모델을 사전에 대량으로 만들어 놓고 파는 게 아니라 모두 주문을 받아 생산에 들어간다. 그 때문에 똑같은 색이나 디자인, 사양을 한 스피라가 길거리에 돌아다닐 수 없다. 오직 ‘나만을 위한 차’ 제작이 가능하다.



8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어울림모터스 공장. 20여 명의 작업자들이 4, 5명씩 팀을 짜 각자 영역을 나눠 다섯 대의 스피라를 조립하고 있다. 흰색 차량은 지난달 중순 조립을 끝냈지만 완벽한 초기품질을 위해 보름째 잔 흠을 찾아 손을 보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어울림모터스 스피라 제작 공장. 작업자 4, 5명이 한 팀을 이뤄 1160여 개의 부품을 손으로 조립하고 있다.
황훈 홍보팀장은 “초기 품질이 스피라의 평판을 좌우한다고 보고 출고 이전에 작은 흠이라도 발견하면 즉각 개선에 나서느라 한 달에 5대밖에 조립하지 못한다”며 “내년에는 월 20대까지 생산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고객은 주문할 때 외관 색상은 물론, 실내 가죽 및 바느질 컬러와 트림(바느질 형태), 외관을 꾸밀 카본이나 에어로 다이내믹 소재와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타이어·휠도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맞춰 준다. 손으로 조립하다 보니 계약을 한 뒤 차량을 받을 때까지 통상 2개월에서 최고급 모델은 6개월이 걸린다. 가격은 9400만~1억8000만원. 페라리를 연상시키는 매끈한 디자인에 최고급 천연가죽으로 마감재를 쓴 스피라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불과 3.5초만이 걸리는 수퍼카다. 페라리 등 최고급 스포츠카와 비슷하다.



이 차의 심장은 현대 그랜저에 들어가는 2.7L 가솔린 엔진이 모체다. 엔진 껍데기만 남기고 피스톤과 실린더 블록 등 90% 이상을 새롭게 튜닝했다. 성능을 기존 엔진의 세 배 이상(최고 500마력) 끌어올렸다.



한 시간에 수십 대를 조립하는 자동차 업체들의 컨베이어 벨트 조립방식과 달리 스피라는 ‘셀(Cell)’ 생산방식을 사용한다. 4, 5명의 작업자가 하나의 팀을 이뤄 차량 한 대의 조립을 맡는다. 약 1160여 개의 부품을 모두 한 팀에서 직접 조립한다. 셀 생산방식은 일본 캐논이 도입해 유명해졌다. 자동차 업체에서는 페라리·부가티 같은 소량 생산 스포츠카 업체나 대형 트럭 메이커들이 셀 생산방식을 쓰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에 비해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스피라는 무엇보다도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엔진 위치도 디자인을 살리기 위해 차체 가운데(미드십)에 달았다. 고속 회전에서 균형을 잡는 데 유리하다. 이 회사 윤덕신(39) 디자인팀 부장은 “스피라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따라 앞모습은 날렵하지만 뒷모습은 육중하고 안정감을 주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어울림모터스는 지난 8월 처음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두 달 만에 20대가 넘게 주문이 들어왔고 8대가 출고됐다. 이 회사의 최고참(14년 근속)인 최준수(37) 생산팀장은 “손으로 조립하다 보니 단차(차량의 틈새)를 다시 맞추거나 도장을 한 이후에 흠집이나 이물질 등을 찾아내 손질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처음 출고한 스피라가 도로를 달리는 감격은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처음 고객들은 스피라에 에어백이 달려 있지 않다고 불평을 했다. 이유는 이렇다. 4점씩 안전벨트를 매면 충돌사고 때 핸들에 머리가 부딪힐 우려가 없어서다. 에어백은 막대한 개발비뿐 아니라 무게가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스피라는 날렵한 핸들링을 추구하면서 중량을 소형차 수준인 1320㎏으로 낮췄다.



스피라는 올해 말부터 수출을 시작한다. 다음 달 중국 상하이에 해외 첫 전시장을 개장한다. 박동혁 사장은 “국내 수제작 스포츠카에 대한 저변이 넓지 않아 중국·중동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며 “중국은 ‘나만의 차’라는 스피라의 컨셉트를 선호하는 고객층이 상당수라 연간 100대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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