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한민국 스마트 혁명, 그 현장을 가다] ⑦ E헬스=원격 의료

중앙일보 2010.10.14 00:23 경제 11면 지면보기
서울 일원동의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화상 회의실. 이곳 의사 둘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삼성메디컬센터에 파견된 의사와 현지 여성환자 소화기질환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화면 왼쪽에 이 여성의 내시경 사진을 띄워놓고, 두바이 쪽에 이것저것 질문하며 진단을 해 나갔다. 음성과 동영상 정보는 3초 정도의 시차로 서울~중동을 오갔지만 대화에 큰 불편은 없었다. 진료에 필요한 X선 사진이나 내시경 화상을 다양한 각도로 올릴 수 있어 좀 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었다. 통신망이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해 소통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서울서 두바이 화상 연결 … 현지 환자 실시간 내시경 진단

서울 강남 삼성서울병원의 최봉준 교수(가운데)와 단현경 교수(오른쪽)가 화면을 통해 중동 두바이에 있는 환자를 현지 김형진 교수와 함께 협진(協診)하고 있다. 원격 화상회의 시스템 등 정보기술(IT)은 ‘스마트 의료’의 엔진 노릇을 톡톡히 한다. [삼성의료원 제공]
정보기술(IT)의 도움으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스마트 의료환경이 무르익고 있다. 아무리 먼 곳의 환자라도 간단한 화상회의 장치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원격진료가 가능해졌다. 국내 의료법상 원격진료는 아직 적법 의료행위로 충분히 대접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진료 인프라는 미래를 대비해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원격의료에서 앞선 축에 드는 삼성서울병원에 가 보면 ‘임베디드 IT’ 기기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1층 로비 등 30곳에는 스마트폰에 접속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Wi-Fi·근거리 무선랜) 중계기를 설치했다. 조만간 36곳에 더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달 초에는 5000여 명 전 임직원에게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를 나눠줬다. 병원 곳곳에서 흰 가운 의사들이 스마트폰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진료를 받는 ‘유비쿼터스(U)-헬스케어’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첫 단추에 해당한다. 우선 유·무선이 통합돼 자리를 비워도 스마트폰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삼성서울병원은 SK텔레콤과 함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용과 내부직원용 크게 두 가지다. 환자용은 병원 이용안내 앱이 중심이 된다. 가령 ▶진료예약 ▶건강검진 예약 ▶약처방 조회 ▶약물정보 등 환자가 자주 맞닥뜨리는 예약과 조회 기능을 중심으로 개발 중이다. 또 암 환자가 몸을 스스로 추스르는 요령과 치료 일정 등이 담긴 암환자 내비게이션용 수첩을 개발하고 있다. 최연호(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위치정보를 제공한 외래환자의 동선을 파악해 환자가 기다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기능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경우 주변 커피숍이나 산책로 등을 알려준다.



내부직원용 앱에는 환자의 체온과 맥박 등 생체 신호는 물론 주사 및 투약내용, 투약시간, 환자와 관련된 의무기록, 환자정보, 과거 병력 등이 들어간다. 의사와 간호사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환자의 전자차트를 훑어볼 수 있다. 이 앱은 다음 달부터 현장에서 활용된다.



삼성서울병원 모바일 병원 시스템을 총괄하는 박승우 정보전략팀장은 “자체 랜 망으로 소규모 모바일 시스템을 도입한 병원은 있었지만, 무선망으로 전체적인 모바일 병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구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의료원의 곽연식(의료정보학과) 교수는 “자택 치료를 하는 만성질환자의 몸 상태를 실시간 파악하는 임베디드 센서 등이 병원 시스템과 연결되면 혈당수치나 혈압이 정상수치를 벗어날 경우 담당 의사의 스마트폰에 관련 정보가 들어온다. 환자에게 주의를 환기하는 U헬스케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가 사소한 일로 병원을 찾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의사들은 그만큼 위급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달 1일부터는 경남 창원의 삼성병원과 전자의무기록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예전에는 창원 삼성병원을 다니던 환자가 서울삼성병원으로 옮기려면 자기공명영상장치(MRI)나 초음파 사진 등을 스스로 옮겨야 했지만, 앞으로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앞으로 서울 강북삼성병원과도 영상기록을 공유할 계획이다.



삼성의료원의 임효근 기획조정처장은 “이런 시스템이 전국으로 퍼지면 MRI 영상 등을 원격지에서 판독해주는 서비스가 활성화할 전망”이라 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병원 부지 옆에 ‘삼성국제진료센터’를 2015년 신축할 계획이다. 이 센터에는 외국인 전용 진료시설과 비뇨기과·안과·성형외과·피부과·건강검진센터·골관절센터 등이 들어선다. 첨단 의료 서비스 인프라를 갖춰 ‘스마트 병원’의 위상을 갖게 된다. 입원 병실에는 ‘미디어 월(Wall)’이라 불리는 스마트TV를 설치해 의료진이 회진할 때 환자 본인의 차트·검사영상·검사수치 등이 화면에 뜬다. 이를 환자와 함께 보며 설명하는 화상 시스템을 전 병실에 구축한다. 교수가 외출이나 출장 등으로 회진하기 힘들면 원격 화상TV 시스템으로 전환해 화상 회진이 가능하다.



특별취재팀=이원호·이나리·심재우·박혜민·문병주 기자



◆유비쿼터스(Ubiquitous) 헬스케어=보건의료 산업에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사용자가 휴대용 도구 등을 이용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유비쿼터스는 ‘언제 어디서나’라는 뜻으로 시간·공간 제약 없이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는 개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