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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우리 기도가 그들과 함께할 것” 스페인어 성명

중앙일보 2010.10.14 00:22 종합 16면 지면보기
매몰 광부 33인의 구출 장면은 TV 생중계를 통해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고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차가운 밤공기를 달궜다. 13일 0시(현지시간) 시작된 이 리얼리티 드라마를 중계하기 위해 약 2000명의 각국 취재진이 산호세 광산 주변을 메웠다.


33인 광부에 쏠린 세계의 눈

산호세 광산에서 두 번째로 구출된 칠레 광부 마리오 세풀베다(가운데 선글라스 낀 사람)가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세풀베다의 왼쪽 둘째)과 구조대원, 동료 광부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코피아포 AP=연합뉴스]
몰려든 기자들에게 나눠줄 취재 배지가 동나 취재 ID를 즉석 발급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AFP 등 외신은 “칠레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잊지 못할 환상적인 밤이었다”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CNN과 BBC뿐만 아니라 유로뉴스, 프랑스의 iTele 등 많은 방송사들이 본격적으로 구조 작업이 시작된 12일 밤부터 마라톤 생중계를 이어갔다. 뉴욕과 시드니·런던과 도쿄 등 주요 도시들에선 자국 방송사가 내보내는 실시간 구조 영상이 흘러나왔다. 미국 워싱턴의 주미 칠레대사관과 뉴욕 맨해튼의 칠레 음식점 등에는 칠레 교민들이 구조장면을 숨죽여 지켜봤다고 뉴욕 타임스(NYT) 인터넷판이 전했다. 그들은 첫 구출자인 플로렌시오 아발로스가 지상에 올라오자 “치치치, 레레레, 비바 칠레!” 등 구호를 외치며 기뻐했다.



BBC는 구조 장면을 인터넷 동영상으로 중계하면서 현장에 있는 광부 친척 등의 반응을 시시각각 올렸다. 중국은 신화통신과 국영 CC-TV가 현장에서 실시간 보도를 했고 소후(搜狐), 시나(新浪) 등 포털사이트도 초기 화면에 구조 특집 섹션을 띄웠다. 일본도 NHK 등 주요 방송사들이 현장 중계를 했고 의사들이 출연해 광부들이 겪을 수 있는 여러 질환들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2006년 지진으로 지하 1㎞ 갱도에 함께 갇혔다가 14일 만에 구출된 호주의 브랜트 웹과 토드 러셀은 호주 TV에 출연, 자신들의 경험을 얘기하며 “33명의 광부들은 평생 가장 끈끈한 사이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의 민영 알자지라 방송은 자신들의 영어 사이트에 현장 통신원이 트위터로 보내오는 단신들을 실시간 게재했다. 칠레의 신문 ‘라 테르세라’는 인터넷 웹사이트 머리 부분에 텅 빈 박스를 만들어놓고 광부가 한 명씩 구조될 때마다 그들의 이름으로 채워 나갔다. 칠레처럼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모든 국가들의 미디어는 구조 관련 소식으로 점령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구조 작업 개시가 임박해지자 광부 전원의 안전한 구출을 기원하는 성명을 영어와 스페인어로 밝혔다. 그는 “우리의 생각과 기도가 용감한 광부들과 그 가족, 그들을 구조하기 위해 힘쓴 모든 이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아발로스가 구출되자 트위터를 통해 “칠레는 놀랄 만한 희망과 기술을 보여 줬다”며 구조 성공을 축하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우리가 칠레와 함께한다. 신도 칠레와 함께한다”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



각국의 네티즌들도 광부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뉴스 사이트들에 앞다퉈 올렸다. 스웨덴 박스홀름의 한 학급 학생들은 “여러분을 많이 생각합니다. 무사하고 빨리 구조되길 빕니다.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으신가요”라는 글을 CNN 인터넷판에 남겼다. 미국 미시간의 폴라 아리아스는 성경의 시편 구절을 인용해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고 격려했다.



광부 구출은 200년 가까이 반목해온 칠레와 볼리비아의 화해도 이끌어냈다. 산호세 광산이 자리 잡은 칠레 북부는 볼리비아 땅이었다. 그런데 1879년 볼리비아가 칠레와의 전쟁에서 져 칠레가 차지했다. 이후 양국은 원수지간이 됐으나 이번 사고에 볼리비아 광부 한 명이 갇히면서 화해의 물꼬가 트였다. 우파 피녜라 대통령이 좌파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을 구조 현장에 초청해 회동하면서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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