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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피바람 속의 푼돈

중앙일보 2010.10.14 00:03 경제 19면 지면보기
<본선 32강전>

○·허영호 7단 ●·구리 9단



제 13 보
제13보(130~142)=130으로 때려 패싸움이 시작됐다. 패라는 요녀(妖女)가 피바람을 일으키면 상전벽해의 대변화가 일어나고 구경꾼마저 흥분으로 빠져든다. 그러나 프로 바둑이란 게 이 정신 없는 난리 통에도 ‘푼돈’을 잘 살펴야 한다. 패가 끝나면 바둑은 다시 냉정한 ‘계산’으로 돌아가는 법. 그러나 초읽기마저 저승사자처럼 뒤를 쫓는 상황에서 정밀 계산은 불가능하다. 오직 감(感)에 의존해야 하는데 그건 운(運)이란 얘기와 다를 바 없다.



결론을 말하자면 패싸움은 백이 이길 수 없다. 한 수 늘어진 패니까 백이 절대 유리한 상황이지만 팻감이 도통 없다. 허영호 7단이 134에 두자 구리 9단은 즉각 135 끊어 단패를 만들었다(134는 ‘참고도1’처럼 잡는 수를 보고 있다).



140에서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사안이 발생한다. 141이면 백의 팻감은 더 이상 없지만 A로 버티면 하나가 더 생긴다. 따라서 흑이 패를 이기려면 두 개의 팻감이 필요한데 B는 팻감이지만 C는(134로 인해) 불확실하다. 구리 9단은 고심 끝에 141을 선택했고 그 바람에 ‘참고도2’와 같은 선수 끝내기가 남았다. 그리고 바로 이곳의 푼돈이 끝내 구리의 발목을 잡게 된다(133·136·139·142=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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