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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02> 서울의 현대건축 답사지 7

중앙일보 2010.10.14 00:02 경제 18면 지면보기
서울의 현대 건축물 중에서 그 건축적인 의미를 알고 찾으면 더 좋을 명소 7곳을 골라봤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친근한 곳입니다. ‘디자인’을 주제로 서울의 볼 만한 곳을 모은『디자인서울투어』(서울시)에서도 소개한 명소이기도 하죠. 『도시건축의 새로운 상상력』의 저자인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의 추천도 참고했습니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문화를 함께 담기 위해 공간을 디자인한 건축가의 철학과 일상의 건축을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끊어질듯 이어지는 ‘공간’…건물 하나를 네 개로 나눈 ‘웰콤시티’…

글=이은주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 기자



1 공간사옥



깊이 있는 공간, 건축가 김수근의 흔적




창덕궁 인근에 자리잡은 종합건축사무소 공간그룹의 사옥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건축물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곳 중 하나다. 한국 건축사에 큰 족적을 남긴 김수근(1931~1986)이 설계했다. 담쟁이 넝쿨이 수북한 검정 벽돌 건물의 구관은 1971년(1차)에 지어진 뒤 77년(2차)에 연결해 지어졌다. 내부에는 건축 문화지 ‘공간’ 사무실과 갤러리 공간화랑, 김수근의 집무실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 있다.



서울 원서동에 자리한 건축사무소 ‘공간’의 사옥. 왼쪽에 담쟁이덩굴로 싸인 벽돌 건물은 김수근의 설계로 1977년 완성됐다. 김수근은 한국인의 체형을 고려한 ‘휴먼 스케일’을 적용해 좁고 넓음, 높음과 낮음, 막힘과 열림으로 다양한 공간을 연출했다. 오른쪽 유리 건물은 2대 대표인 장세양이 설계했다. [김도훈 인턴 기자]
건물에 있는 소극장 ‘공간사랑’과 미술관 ‘공간화랑’은 규모는 작지만 1970~80년대 문화계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 때문에 한국 문화사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김덕수의 사물놀이가 이곳에서 처음 공연됐다. 97년 지어진 신관은 김수근의 제자이자 공간의 2대 대표인 장세양(1947~1996)이 설계했다. 두 건물 모두 외부의 형태보다는 아기자기한 내부 공간의 구성이 탁월하다는 평가. 분할된 공간과 공간이 연속되면서도 다른 높낮이 등으로 시각적으로 교차되고 통합되는 독특한 구조다.



건축가 김수근에 대해 알고 싶다면 『당신이 유명한 건축가 김수근입니까』(김수근문화재단 엮음, 공간사, 2006),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김수근 지음, 공간사, 2006),『건축가 김수근: 공간을 디자인하다』(황두진 지음, 나무숲, 2007)를 읽어볼 것. 어린이용으로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게: 건축가 김수근 이야기』(이민아 글, 오정택 그림, 샘터, 2006), 『자연과 사람의 만남을 꿈꾼 건축가 김수근』(홍당무 글, 신웅 그림, 파란자전거, 2005)도 나와 있다.



종로구 원서동 219,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3분, www.vmspace.com



2 경동교회



일상에서 신성으로 가는 구조, 기도하는 손 모양




“나는 벽돌이 지니는 따뜻함을 사랑해요. 벽돌은 한 장 한 장 손으로 쌓아야만 하고 이것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건축가 김수근은 벽돌 계단과 벽돌로 된 벽을 따라 느리게 걸어야만 입구에 도착할 수 있는 교회들을 지었는데, 경동교회가 대표적인 예다. 마산 양덕성당, 불광동 성당과 더불어 김수근이 설계한 종교 건축 시리즈로 불린다.



건립 당시 강원룡 목사는 종교가 없는 김수근에게 ‘역사의 현장에서 교회는 무엇인가’라는 화두만 던져주었다고 한다. 대로에 면해 있지만 외부의 소음이 일절 차단된 이 공간은 멀리서 내려다보면 분절된, 마치 기도하는 손 모양으로 보인다. 예배를 드리러 가는 신자들이 일상에서 신성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 한 구조가 특징이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의 교회 양식인 바실리카 구조를 도입했다.



중구 장충단길 11,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www.kdchurch.or.kr



3 웰콤시티



빈 공간 통해 뒤편까지 볼 수 있게 한 배려




장충단 공원에서 퇴계로로 가는 언덕길에 자리한 광고회사 ‘웰콤’의 사옥(2000)이다. ‘빈자의 미학’으로 유명한 건축가 승효상(58·이로재 대표)의 건축세계를 잘 드러내 주는 건축물. 건물은 노출 콘크리트의 기단과 그 위에 상자 같은 네 개로 구성돼 있다. 건물이 하나의 덩어리라는 통념을 깨고 4개 동으로 나눠져 있는 게 이 건물의 핵심 포인트. 각 건물에서의 조망을 위해서도 좋지만, 건물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건물로 가로막힌 풍경이 아니라 빈 공간을 통해 뒤편까지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건축가는 ‘비움’을 통해 건축의 ‘공공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건축가 승효상은 우리 옛 마당이 지닌 가치를 깨달으며 ‘빈 공간’을 중시해 왔는데, 건축주가 이 철학을 존중해 준 대목도 곱씹어볼 만하다. 승효상의 다른 대표작으로는 서울 중곡동 성당, 수졸당, 수백당, 포천중문의과대학 도서관 등이 있다. 승효상의 건축 세계를 조명한 책으로는『감각의 단면: 승효상의 건축』(배형민 지음, 동녘, 2007)이 있다.



중구 훈련원로 137,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 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4 리움 미술관



건축 거장 세 명의 하모니




스위스의 마리오 보타, 프랑스의 장 누벨, 네덜란드의 렘 쿨하스, 이들 세 명의 건축가의 작품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 리움은 삼성문화재단이 세운 미술관으로 한국의 국보급 전통미술과 대표적 근·현대미술 작품,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해외미술 작품 등 1만5000여 점의 국내 최대 미술품 컬렉션을 자랑한다. 총 건축비만 1500억원이 들었다. 건축 언어가 각기 다른 세 건축가의 작품이 어떻게 어울리고 있는 살펴보는 게 포인트다.



고미술 전시장인 뮤지엄1을 맡은 마리오 보타(67)는 “한국 도자기를 빚은 도공의 마음을 따라 관람객이 산책하듯 즐길 수 있게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구성했다”고 한다. 언덕 위에 깃발처럼 솟은 테라코타 타일 외관이 미술관임을 알리는 봉화 역할을 한다. 장 누벨(67)이 설계한 뮤지엄2(현대미술전시관)는 건물 내부에서도 유리창을 통해 자연을 볼 수 있게 한 것이 특징.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에선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언덕에 파묻힌 듯이 건물을 설계한 렘 쿨하스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리움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가의 성(Lee)과 미술관(museum)의 어미(-um)를 조합한 이름.



용산구 한남동 747-18,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15분, www.leeum.org



5 인사동 쌈지길



아기자기한 골목길, 건물로 탈바꿈




이미 인사동의 명물이 된 곳으로 ‘인사동 안의 인사동’ ‘길로 만든 건축물’이라고 불린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건물처럼 보이지만 가운데 마당(중정)을 두고 건물이 길을 통해 이어진 수직형 골목길 구조다. 대지 450평, 연면적 1300평의 지하 2층, 지상 4층 건물. 길을 걷던 사람들이 건물로 들어간다기보다 골목길로 접어들 듯이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구조다.



“인사동 골목길을 그대로 살리고, 인사동처럼 가게를 만들고, 인사동처럼 오밀조밀한 공간을 많이 만들려 했다”는 게 설계자 최문규(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가아건축 대표) 교수의 설명. 주변의 건물과 어우러지도록 까만 벽돌을 사용했다. 건물이 지어지기 전, 건축가에게는 쌈지길 한옥처럼 지으라는 압력이 있었으나 건축가는 ‘한옥’ 구조를 재현하는 대신 골목길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쪽을 택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또는 지하철 1호선 종각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6 이화여대 ECC



“건축이 아니라 랜드스케이프”




과거의 이화여대 교정만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실감하게 할 건축물이다. ECC는 2008년 완공된 이화여대 캠퍼스의 복합단지다. 공사에만 3년이 걸렸다. 2004년 국제 지명현상 설계 공모를 통해 당선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57)가 설계했다. ‘땅을 재단하는 건축가’로 불리는 페로는 캠퍼스 콤플렉스를 땅 속에 묻고 가운데를 절벽 모양으로 도려냈다.



정문으로부터 기존의 이화광장과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완만한 계곡 경사를 따라 걸으면 마치 거대한 계곡 사이를 걷는 듯하다. 페로는 이 계곡을 ‘공원이자 광장이며 통로’라고 말하며 양쪽의 유리벽을 ‘빛의 폭포’라 부른다. 길이 250m의 거대한 계곡 양쪽에는 지하 6개 층(부피 35만 m³), 연면적 7만m²로 건물이 들어가 있다. 건물 4개 층에는 950석의 독서실, 41개의 세미나실, 5개의 강의실, 영화관과 공연극장이 들어서 있다. 페로는 “ECC는 건축이 아니라 랜드스케이프(landscape)에 가깝다”고 말했다.



ECC·Ewha Campus Complex, 서대문구 지하철 2호선 이화여대 역에서 걸어서 5분



7 선유도 공원



정수장 재활용…시간의 흔적과 자연의 조화




한강 내의 섬 선유도의 옛 정수장을 활용한 국내 최초의 재활용생태공원. 2002년 4월 개장됐다. 설계는 건축가 조성룡(조성룡 도시건축연구소 대표)이, 조경은 정영선(조경설계사무소 서안 대표)가 맡아 완성한 공동작품이다. 11만4000㎡의 부지에 기존 건물과 어우러진 수질정화원, 수생시물원, 환경물놀이터 등의 시설과 다양한 수생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선유도는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 서남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으로 사용되다가 2000년 12월 폐쇄된 뒤 164억 원을 들여 공원으로 꾸몄다. 건축가는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공유하면서,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고, 자연의 모습을 되살리려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공원에 대해 ‘잊혀진 땅의 귀환’이란 글을 쓴 건축가 정기용씨는 건축이라는 범주에 ‘창조적인 철거’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노들길 700, 지하철 2호선 당산역 또는 합정역에서 버스 이용, hangang.seoul.go.kr/park_soen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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