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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용 드러낸 거가대교, 세계기록 5개+1 '경치'

중앙일보 2010.10.13 10:18


 

“왼쪽부터 거제도-3주탑-저도-2주탑-증죽도--대죽도 그리고 침매터널-가덕도입니다” 손가락을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이 따라가다 갑자기 멈춘다.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뻗어나가던 다리는 대죽도에서 멈춘다. 그리곤 바다다. 대죽도에서 가덕도까지는 해저터널로 이어진다. 바닷속에 왕복 4차선의 터널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지난 6일 거가대교 공사현장. 가덕도와 거제도에 각 1개씩 건축중인 휴게소도 제법 모양새를 갖춰가는 등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기자를 안내한 김석영 대우건설 차장은 “휴게소도 또 다른 명소가 될 것”이라 말했다. 거제도와 가덕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는 총 사업비 3조1100억 원(민간자본 1조9000억원)이 투입됐고 지금까지 120만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12월 9일 개통을 앞둔 거가대교를 중앙일보가 미리 달려봤다.



◇158m 높이에서 남해바다를 보다

거가대로는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에서 경남 거제시 장승포를 연결하는 총길이 34.84km, 왕복 4~6차로 도로다. 이중 거가대교는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를 잇는 8.2km구간이다. 거제에서 출발한 기자가 14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1시간을 꼬불꼬불 내달려 도착한 곳은 거제도 장목면 유호리다. 마을 지붕 너머로 우뚝 솟은 주탑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그길로 10여분을 달려 전망대에 서자 가덕도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웅장한 모습의 거가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거가대교 입구에 들어서면 맨 먼저 3주탑 사장교가 보인다. 사장교를 받치는 주탑은 3개다. 인천대교, 영종대교처럼 ‘H’자가 아닌 위아래로 뾰족한 다이아몬드 형이다. 주탑 디자인은 거제도의 아름다운 자태를 닮았다. 또 공법상 교량이 커지면 커질수록 다이아몬드 형의 주탑이 더 큰 하중을 견딜수 있다. 이런 다이아몬드형 주탑은 국내최초다.



3주탑 사장교를 지나 저도 터널을 통과하자 2주탑 사장교가 나타났다. 호이스트(간이승강기)에 몸을 싣고 높이 158m의 2주탑에 올랐다. 오르는데만 2분정도가 걸린다. 고소공포증이 엄습해 몸이 오그라든다. 주탑에 오르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절경이다. 아름다운 한려수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섬과 섬을 연결한 다리의 모습과 높게 솟아있는 주탑이 청명한 가을 하늘과 잘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2003년 국정홍보처가 발간한 <대한민국정부 기록사진집> 제 7권에 소개된 중학교 2학년 당시 박근혜 전 대표 사진.
해군 휴양시설이 있는 '저도'는 섬 전체가 해송 동백나무 팽나무 등의 울창한 숲으로 이뤄져 있다. 1967년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시로선 파격적인 비키니 차림으로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한 장소가 이곳의 백사장이다.



◇‘모세의 기적’ 바닷속 길을 열다.

드디어 기대했던 해저 터널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가 정말 바닷속인가'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일반 터널과 별 차이가 없다. ‘수심 48m’란 표지만이 이곳이 바닷속이란 걸 알려줄 뿐이다. 때마침 걸려온 전화 한 통. 바닷 속 48m지점에서 통화가 이뤄졌다. 친구에게 농을 건냈다. “너는 지금 바닷속 48m에서 전화하는 내 첫번째 친구야.”



사장교로 이어져 오던 이곳에는 왜 공사비가 훨씬 더 많이 들어가는 해저터널을 만들었을까. 이곳은 진해 해군기지를 오가는 군함과 잠수함의 항로다. 보안문제가 있는데다 교량으로 만들 경우 진해만 해군기지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 유사시 교량이 무너져 해로를 차단할 수도 있다.



보통 해저터널은 대형 드릴로 바다 밑을 뚫어 터널을 만든다. 그러나 이곳 침매터널은 터널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인 함체(침매함)를 육지에서 만든 뒤 바다 밑에 빠뜨려 고정하는 최첨단 공법으로 건설됐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처음에 일본과 네덜란드 건설회사들을 찾아 기술을 자문했는데 그들도 손사래를 쳤다”고 말했다.



침매터널은 유럽과 일본 등 세계 140여 곳에서 있지만 모두 내해(內海)나 만(灣)에 건설돼 있다. 거가대교처럼 파도와 바람ㆍ조류가 심한 외해(外海)에 건설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 침매터널 건설회사들은 바다 깊은 곳에 건설할 경우 심한 부력으로 함체 연결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내세웠다.



공사과정에서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수심 얕은 곳에서 함체를 연결할 때는 괜찮았으나 수심 34m였던 4번 함체 연결 때 문제가 터졌다. 두 함체를 연결하는 특수고무가 불규칙하게 구겨지면서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 대우건설 기술진들은 숱한 시행착오 끝에 함체 안에 공기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부력을 조절해 난제를 해결했다. 고비를 넘길 때마다 세계기록을 하나씩 나왔다. 수심 48m의 연약지반에 시공, 가장 긴 함체(길이 180m), 세계 최초 2중 조인트 함체 연결, 내해가 아니라 풍랑이 거센 외해에 설치되는 최초의 침매터널 등 다섯 가지 기록을 남겼다.



조봉현 현장소장은 “일반 터널이나 교량, 교각보다 더 안전에 신경을 썼다”면서 “진도 8에도 견디고 선박 침몰 등으로 인한 충돌 하중에도 문제가 없게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문득, 1996년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영화 ‘데이라잇’이 생각났다. 뉴저지와 맨해튼시를 연결하는 거대한 해저 터널 안에서 화재가 일어나 결국 터널이 파괴돼 커다란 참사로 번지게 된다는 영화다.





침매터널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조 소장은 “연기의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기제거를 위한 설비를 갖췄고 90m 간격으로 탈출구를 마련해 탈출구 주변 45m안에만 있으면 바로 대피가 가능하다”며 “대피시 사용하게 될 중앙통로에는 항상 0.05%의 가압상태를 유지해 화재시 연기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거제=중앙일보 디지털뉴스룸 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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