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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평가서 심사순위 비워둔 채 사인 하라고 해”

중앙일보 2010.10.13 01:36 종합 4면 지면보기
지난해 8월 금호건설 로비를 고발했던 연세대 이용석(전기전자공학과·60·사진) 교수는 여전히 바뀌지 않는 비리 관행을 지적했다.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임대주택 사전예약 및 국민임대 인터넷 청약 개발 기술평가’에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다가 또다시 ‘로비 냄새를 맡았다’고 그는 폭로했다.


기술평가 맡은 이용석 교수

이 교수는 “기술평가분야를 내가 맡았는데, LH 측에서 후보 업체들의 평가점수를 무조건 만점의 85% 이상 주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쪽에서는 ‘한 업체에 몰아주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하더군요. 보나마나 기술력이 부족한 업체가 사전에 기술평가를 맡은 직원에게 로비한 겁니다. 기술심의에서만 비슷한 점수를 받으면 가격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거죠”라고 말했다.



게다가 LH 측은 심사 순위가 공란 상태인 평가결과 확인서를 가져와 서명해 달라고 이 교수에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끝까지 1, 2위 업체 순위를 기록한 뒤 서명하겠다고 버텼다. “심의가 끝난 뒤 바로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했더니 감사원에서 LH 감사실로 조사하라는 통보를 했습니다.”



LH 자체 감사 결과 심의과정에 감사실 직원이 배석해야 하고, 녹화도 해야 하는 등의 규정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LH 감사실은 이 교수에게 “앞으로 심의 평가 때 규정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알려왔다.



이 교수는 지난해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입찰 심의위원 당시 입찰에 참가했던 금호건설이 자신에게 1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건넨 사실을 폭로했다. 그 공로로 올 초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국민훈장 목련장까지 받았다.



공공 공사 입찰 심의위원 후보군에 포함된 이후 이 교수는 건설사 직원들의 ‘관리대상’이 됐다. 이 교수는 건설사 직원들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일부 저장해 놓았다. 평소에는 식사 등을 대접하며 ‘뭐 필요한 것 없으십니까’ ‘골프채 좋은 거 있으십니까’ 등을 묻다가 심의위원 선정 당일이 되면 ‘선정 결과를 알려주시면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와 같은 절실한 문자를 보내는 식이다.



그는 건설 비리 고발과 처벌 강화를 위해 남은 5년의 교수 정년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쉽게 돈 버는 방법을 버리고 고발에만 신경 쓰니 사람들이 저를 ‘기인’이라고 합니다. 제가 기인이 아니라 이 바닥이 이상한 것은 아닐까요?”



탐사1·2팀 김시래·진세근·이승녕·강주안·고성표·권근영·남형석 기자, 이재동 인턴기자(고려대 4학년), 이정화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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