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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20여 명 “아버지, 편하게 가세요”

중앙일보 2010.10.13 01:29 종합 8면 지면보기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서울아산병원 빈소에는 12일 고인의 ‘마지막 제자’였던 연세대 행정대학원 소속 학생 12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황 선생님의 남은 일곱 번 강의를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순 없다”며 “그분이기 때문에 이 강의가 의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장엽 빈소 표정

황 전 비서는 올해 1학기부터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란 과목을 매주 화요일 강의했다. 정규 강의였지만 경호 문제로 강남 모처에서 비공개로 이뤄졌다. 두 학기 연속 수업을 들은 김정선(35)씨는 “이상하게 교수님이 2주 전부터 수업이 끝나면 한 사람씩 악수를 청하시며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셨다”고 했다.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이날 황 전 비서에게 국민훈장 1급 무궁화장(사진)이 추서됐다. 맹형규 행전안전부 장관은 오후 2시, 빈소를 찾아 유족 측에 훈장을 전달했다. 맹 장관은 “황장엽 선생이 북한의 실상을 우리에게 정확히 알려 안보태세 확립에 기여했고, 북한 민주화와 개혁·개방에 헌신했기에 이를 기려 훈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빈소가 차려진 지 3일째, 명예장의위원장인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수행원 20여 명과 빈소를 찾은 김 전 대통령은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한 뒤 부인과 아들이 자살하고 딸도 죽었는데 가족 없이 혼자 얼마나 외로웠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엔 고인의 입관식이 유가족들의 오열 속에 진행됐다. 키 1m60㎝에 몸무게 40㎏이 채 안 되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은 팔다리가 앙상하게 말라 있었지만 표정은 평온했다. 수양딸 김숙향(68)씨는 고인의 온몸을 어루만지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평소 황 전 비서를 가깝게 모셨던 탈북자 20여 명도 “아버지, 편하게 가세요”라고 말하며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오후에는 천안함 침몰 희생 장병 유족들이 빈소를 찾았다. 천안함 46용사유족협의회 이정국씨는 "천안함 희생 장병과 마찬가지로 황 전 비서도 국가를 위해 일한 분이다. 국민 모두 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은·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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