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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교통사고 치료 중 앓던 병 악화됐다면 … 일부는 가해 운전자에게도 배상 책임

중앙일보 2010.10.13 01:09 종합 18면 지면보기
교통사고로 입은 부상을 치료하던 중 예전에 앓았던 병이 악화됐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법원은 교통사고 가해자에게 일부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안모(62)씨는 2006년 5월 아파트 주차장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처음엔 단순 골절상이었으나 두 달 만에 식물인간이 됐다. 안씨는 골절상 치료를 위해 금속 고정술을 받고 입원하던 중 십이지장 천공이 생겼다. 그는 2002년부터 수차례 십이지장염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천공 수술 후 회복 기간 중에 기도가 폐쇄됐고 뇌손상으로 이어졌다.



부인 서모(51)씨는 악사손해보험을 상대로 “입원 중 스트레스로 십이지장 천공이 발생했으므로 교통사고 가해자의 책임”이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십이지장 천공이 교통사고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골절상에 대한 책임만 물어 위자료 500만원 지급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3부(부장 원유석)는 보험사에 2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 치료를 받다 상태가 악화하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겼으면 의료진의 중대 과실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 사고와 관련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민사분쟁에서 인과 관계는 사회적·법적인 것이라서 반드시 의학이나 자연과학으로 입증돼야 하는 게 아니다”라는 취지다. 또 “사고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십이지장 천공이 생길 수 있고, 안씨의 장해는 결국 교통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씨가 사고 전부터 하반신 마비 상태였고 십이지장 병력 등을 감안해 보험사의 책임을 청구액수의 20%로 제한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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