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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공의 출산 싫어하는 병원들

중앙일보 2010.10.13 00:56 종합 22면 지면보기
올해 초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의 안과 전공의에 지원한 한 여성 의사는 병원 측으로부터 지원 포기를 종용받았다. 전공의가 한두 명밖에 안 되는데 여성이 출산 휴가라도 가게 되면 인력 운용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정 산후휴가 20% 만 다 써
“결혼 않겠다” 서약서 받기도

이 의사는 병원 측의 요구에 따라 ‘수련 기간 중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써냈지만 결국 채용되지 않았다. 여자 전공의는 계속 증가하는데 이들이 맘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한병덕(고려대 안암병원) 정책국장은 12일 국립중앙의료원이 주최한 ‘여전공의 출산·양육 환경 개선 방안’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실태를 공개했다. 병원들이 여자 전공의, 특히 기혼 여성을 잘 뽑지 않는 데다 채용 뒤에도 별로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9월 말 현재 전국 전공의 1만549명 중 여성은 35.5%다. 서울의 다른 대학병원 마취과 여자 전공의는 임신 4개월 상태에서 병원을 그만뒀다. 마취과의 신경차단술과 정형외과·신경외과 수술 시 방사선에 노출되면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돼 수련 일정 변경을 요구했으나 병원 측이 거절했기 때문이다.



또 기혼 여성 전공의 중 출산휴가 90일을 다 쓰는 경우는 2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4년의 수련 기간 중 출산휴가는 단 90일만 인정되고 이를 초과하면 추가로 수련을 더 받아야만 한다. 첫째 아이 때 90일을 다 쓰면 둘째를 나을 경우 수련 기간에 포함되는 출산휴가가 없는 셈이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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