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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기보다 노동 유연성 키워 일자리 늘린다

중앙일보 2010.10.13 00:29 경제 7면 지면보기
정부가 10여 년 동안 내놓은 실업대책의 대부분은 한시적인 재정지원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였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갑자기 늘어나는 실업자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은 단기 일자리 제공에 그쳤다. 한 번 고용되면 최소한 몇 년 동안은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별로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매년 예산을 10조원가량 투자했지만 고용률은 늘 60%대에 머물렀다.


국가고용전략 살펴보니

이명박 정부가 12일 처음 내놓은 ‘국가고용전략’은 이 같은 일자리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뜻이 담겨 있다. 정부가 직접 돈을 들여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노동시장을 개편해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하려는 것이다.



신설 기업에 대해선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제한(2년)을 없애고, 파견 근로자를 쓸 수 있는 업종을 확대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근로시간 단축방안은 주목할 만하다. 하루 근로시간(8시간)을 초과한 경우 이를 모아뒀다 휴가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육아휴가도 같은 방식으로 적립할 수 있다. 고령자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임금을 줄이면서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도 내놨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내 일자리’ 프로젝트는 수급자를 일터로 끌어내기 위한 방안이다. 정부가 수급자들에게 주선하는 직업훈련이나 일자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급액을 줄인다. 28만여 명이 대상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일하지 않고 정부보조금만으로 생활하는 복지병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는 신선해 보이지만 근로자들은 초과근로수당을 선호하고 있어 정착될지는 미지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08년 근로자들이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52%가 추가소득 때문이라고 답했다. 업무 과중(21%)이나 관행(16%)보다는 ‘돈’이 우선이었다.



상용형 시간제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대우하는 제도다. 기업의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근무기간이 길면 임금을 많이 받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가 능력이나 성과급 중심으로 개편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짧은 시간 일하는 근로자에게 풀타임 정규직과 같은 성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노동계가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업종 확대 등에 반발하는 것도 정책 시행의 걸림돌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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