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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투자 촉진이 미국 경제 살 길

중앙일보 2010.10.13 00:27 종합 37면 지면보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재정 개혁은 정치적 고려에 따른 측면이 크다. 미국은 유럽의 일부 국가들처럼 국가 부채가 심각하지 않고 높은 금리를 지불하는 상황도 아니다. 오히려 미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에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가 느끼는 정치적 압력은 상당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민과 야당인 공화당이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공화당은 미국이 경기침체와 실업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재정에서 퍼준 지원금이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다소 일방적인 것이다. 정부가 시장을 적절히 규제하지 못해 금융위기가 발생하긴 했다. 그러나 정부가 구제금융을 긴급 투입하고 대처하지 않았다면 금융 시스템은 완전히 마비되고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태에 빠졌을 것이다. 물론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은 게 사실이다. 지원금이 견실한 경제 회복을 위해 쓰이지 않고 주로 소비 촉진 등 단기적 처방을 위해 투입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원한 저리의 자금은 투자나 고용 촉진보다는 악성 채권으로 야기된 금융사들의 유동성 위기 극복에 쓰였다. 금융사들을 국유화시킨다는 비난을 받을지라도 오바마 정부가 자본금을 수혈하는 정책을 추진했다면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적지 않은 반발과 함께 막대한 정치적 파장을 발생시켰을 터다.



빚에 허덕이는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금융사 직원들은 거액의 보수와 보너스를 챙기는 특권집단이다. 보수파인 공화당원들이 벌이는 ‘티 파티 운동’도 이 같은 국민의 반감을 활용한 것이다. 오바마는 현재 궁지에 몰리고 있다. 공화당은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자금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재정 개혁을 외치는 걸로 대응하고 있지만 실제론 아직 적자 감축에 나서기엔 시기상조라고 여기고 있다.



나는 추가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정부가 돈을 계속 푼다고 소비가 촉진되진 않는다. 소비와 투자 간의 불균형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대량실업 시대에 정부 지출을 줄인다면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는 일이 될 터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소비보다 투자를 늘리는 쪽에 무게를 둬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유권자들의 직접적인 지지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현재 정부가 물적·인적 인프라 확충을 위한 효과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은 오바마 정부의 금융정책을 악용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투자 대신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현재 요구되는 효과적인 경제정책으론 인프라 구축과 교육 분야 등에 대한 투자를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고용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외적으로는 위안화 대비 달러 환율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향후 미국 경제의 앞길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효율적이고 건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해야 한다.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세력들이 판치는 게 문제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

정리=최익재 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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