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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경쟁력 있는 회사에 재기의 길 터줘야

중앙일보 2010.10.13 00:26 경제 4면 지면보기
수많은 기업이 새로 탄생하고 사라져가는 것이 현실이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기업이 창업해 3년 후 생존할 확률이 3~5%라고 한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일반 음식점 등 소규모 자영업의 경우에도 공통된 현상이다. 문을 닫을 확률이 95% 이상 되는 상황에서 창업하자니 두려움이 앞서게 된다. 특히 부자가 창업했다가 망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의 재산이 남아있어 재기의 발판이 돼줄 수 있겠지만, 축적된 부가 없는 사회 초년병들이 창업을 했다 실패하면 재기가 영영 불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더더욱 창업하기가 두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의 해법 중 하나가 창업이라면, 도대체 사회가 어떤 시스템을 준비해야 국민들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돈 버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 계속 돈을 벌게 하면 된다. 이와 더불어 한두 번 실패를 맛본 사람들이 사업 부도와 함께 신용불량자가 돼 사회 최하층으로 전락함으로써 재기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막아주는 시스템만 갖춰도 창업도 증가하고 사회적 비용도 감소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 번이라도 사업을 해본 사람이 재창업하거나 재기할 때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전체적인 실패 확률을 그만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캐나다의 금융경제 시스템은 본받을 만한 면이 있다. 필자가 과거 기계 제조업체에서 일할 때 캐나다에 산업용 밸브를 수출한 적이 있었다. 캐나다의 수입회사가 아동의류 제조 판매회사인 모기업의 부도로 동반 부도가 났다. 그래서 다른 거래처를 물색하던 차에 6개월 후 연락이 와서 다시 거래를 하자기에 재기 배경을 물었다. 캐나다의 주거래 은행이 나와서 실사를 한 결과 자금을 추가로 대출받아 난관을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경영진이 횡령·배임 등의 부도덕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가 아니고, 사업성이 있는 사업이었는데 경기 때문에 혹은 경영진의 일시적인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부도가 난 경우엔 이렇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외환위기 때나 최근의 경제위기 때 이런 재기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었다면 보다 적은 사회적 비용으로 많은 제조업체가 살아남아 일자리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영업자가 60%에 육박하는 한국에선 또한 사업가를 위한 안전장치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현재 자영업자들은 피고용인들에 비해 사회적 안전장치가 부족하다. 사장이기에 근로자보다 낫지 않으냐는 통념 때문에 고용보험 대상도 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을 하다가 문을 닫으면 사돈의 팔촌까지 연대보증이나 빚 부담을 안기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쉽게 창업을 할 수 있을까. 국내 모든 사업자에게 매년 매출액의 일정액 또는 이익의 일정액을 출연하게 하고, 이를 비용으로 인정해 세제 혜택을 주면 어떨까. 이렇게 기금을 조성한 후 연금보험처럼 기여한 액수와 연수에 비례해 재기할 때까지 일정 기간 생계비라도 충당하는 보호장치를 만들자는 것이다.



필자가 4년간 근무했고 퇴직한 6개월 뒤에 코스닥에 상장까지 했던 건실한 기계 관련 제조업체가 있었다. IHI 등 일본 대기업이 설계감리와 수주를 맡아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종합제지 설비를 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때 약 250억원의 수주 잔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 무자비하게 자금을 회수한 결과 결국 부도가 나서 300여 명의 일자리와 회사의 노하우는 사라지고 말았다.



시스템이 이런 회사를 좀 더 버틸 수 있게 도와줬더라면 다시 그 이상의 직원을 채용하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크다. 경쟁력 없는 기업은 발 빠르게 구조조정을 하되 경쟁력 있는 회사는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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