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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니면 말고’식 사이버 마녀사냥 책임 물어야

중앙일보 2010.10.13 00:24 종합 38면 지면보기
끝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하고 확산시킨 인터넷 카페 ‘타진요’의 운영자 김모씨 말이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경찰이 타블로의 스탠퍼드대 졸업 사실을 확인한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 지금껏 펼쳐온 자신의 주장이 틀렸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결코 잘못했다고 하진 않았다. “경기였다면 타블로가 이긴 것”이라며 자신은 패자로서 떠날 테니 고소를 취하해 달라는 요청을 했을 뿐이다.



이것이 과연 루머와 인신 공격으로 타블로 개인은 물론 그의 가족들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이 큰 상처를 입힌 사람이 할 소리인가. 모든 연예활동을 접고 만신창이가 돼 버린 타블로가 승자라니 어불성설(語不成說)이 따로 없다. 김씨는 자기 잘못이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피해자인 타블로에게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다. 또한 숨지 말고 당국의 수사에 응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익명(匿名)의 가면을 쓰고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아니면 말고’식 거짓 소문과 비방 제기, 사생활 폭로를 일삼는 일부 네티즌들의 횡포는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탤런트 최진실씨와 정다빈씨, 가수 유니처럼 악성 루머로 촉발된 인터넷의 모진 ‘인민재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가 한둘이 아니다. 비단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 자칫하면 온라인 마녀사냥의 제물이 되어 직장과 학교를 떠나기 일쑤다. 2006년 국가청소년위원회 조사에서 고교생의 85%가 ‘사이버 폭력’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할 정도다.



인터넷 시대의 그늘로 치부해 버리기엔 그 병폐가 너무 심각하다. 네티즌 한 명 한 명이 악성 댓글의 위험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무심코 올린 글 한 줄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정부도 ‘제2의 타블로’ ‘제2의 최진실’이 나오지 않도록 인터넷상의 모욕과 비방에 안이하게 대처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타블로 사태가 부디 사이버 폭력 근절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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