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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탁 출연금이 대법원 쌈짓돈처럼 쓰여서야 …

중앙일보 2010.10.13 00:23 종합 38면 지면보기
민·형사상 다툼이 벌어질 때 사건 관계인이 법원의 공탁소(은행)에 맡기는 공탁금(供託金)은 올 한 해 8조원에 달한다. 형사사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민사사건에서 채권·채무 문제로 공탁을 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공탁금은 해마다 느는 추세다. 엄청난 공탁금을 굴리는 은행들은 수익 중 일부를 공탁금관리위원회(공탁금위)에 출연금(出捐金)으로 내놓고 있다. 이 규모가 한 해 약 500억원에 이른다.



현재 11개의 공탁 은행 지정과 공탁금위 감독 권한은 사실상 대법원장에게 있다. 그런 탓인지 대법원에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출연금 1555억원 중 87%인 1359억원이 집중적으로 들어갔다. 본지가 공탁금위 결산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방문 민원 안내’ ‘사법제도 연구’ ‘국선 변호 활성화 비용’ 등에 수십억~수백억원이 집행됐지만 구체적인 내역은 빠져 있었다. 지원 대상 기관이 아닌 사법발전재단에 130억여원을 주기도 했다. 정부로부터 받는 예산과 출연금의 쓰임새가 60% 이상 중복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예산 사용처에 출연금으로 먼저 쓰고 당초 배정받은 예산을 다른 용도로 전용(轉用)한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대법원이 출연금을 국가예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감사조차 받지 않으면서 쌈짓돈처럼 방만하게 운용해온 것이다.



이런 일이 빚어진 원인은 제구실을 못하는 공탁금위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 이 위원회는 2008년 대법원이 출연금 사용처에 대한 투명성을 높인다며 설립했다. 현행 공탁법은 위원회의 자금운용·사업실적·결산서는 대법원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법원행정처장은 위원회를 지휘·감독토록 규정돼 있다. 형식적으론 별도의 독립 기구이지만 대법원의 철저한 통제 아래 있는 하부기관인 셈이다.



공적인 목적의 출연금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운용되는 게 마땅하다. 출연금이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돈은 아니지만 사실상 국가예산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기획재정부는 유권해석했다. 이제라도 공탁금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나 외부기관의 회계감사가 이뤄져야 한다. 공탁위를 명실상부한 감시·감독 기구로 격상시키기 위해 현행 공탁법을 고치는 방안도 적극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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