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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일전] 90분 내내 생각났던 박·지·성

중앙일보 2010.10.13 00:19 종합 26면 지면보기
에이스 박지성(29·맨유)이 빠진 한국이 안방에서 일본과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 모자란 골 결정력
좋은 기회도 번번이 날려
윤빛가람, 지성 대역으로 역부족
포어 리베로 수비는 가능성 보여

일본과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많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승리의 골은 결국 터져 나오지 않았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일본과 득점 없이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은 올해 벌어진 세 차례 한·일전에서 2승1무를 기록했고, 역대 전적에서도 40승21무12패로 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둔 조광래 팀은 지난달 이란전(0-1패)에 이어 안방에서 열린 두 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골 결정력 향상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윤빛가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박지성 공백’=“(박)지성이 형의 빈자리는 100% 채우지 못한다”던 이청용(볼턴)의 말은 적중했다. 오른 무릎 통증으로 결장한 박지성 대신 투입된 신예 윤빛가람(20·경남)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부지런하게 뛰어다녔지만 좌우 측면을 가르는 볼을 배급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예리한 패스를 기대했지만 조급하게 볼을 처리하다 보니 전반 내내 힘겨웠다. 김호 본지 해설위원은 “박지성이 빠진 우리 중원에 리더가 없었다. 편안하게 볼을 공급하지 못하다 보니 이청용과 최성국(광주)의 스피드를 살리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박지성은 이날 벤치에서 내내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숙명의 한·일전은 양 팀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한다. 관중석의 태극기를 배경으로 한국의 수비수 홍정호(오른쪽)와 일본의 스트라이커 마에다 료이치가 치열한 공 다툼을 벌이고 있다. 약관의 홍정호는 이정수와 함께 한국 최종 수비라인을 든든하게 지켰다. [연합뉴스]
◆조용형에게 꽁꽁 묶인 혼다=반드시 한·일전에서 골을 넣겠다던 일본 축구의 아이콘 혼다 게이스케(24·모스크바)는 조 감독이 놓은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했다. 조 감독은 이날 처음으로 포어 리베로 수비 전술을 가동했다. 스리백의 중앙 수비수인 조용형(27·알라얀)을 2선까지 올려 후방에서 침투하는 혼다를 원천 봉쇄했다. 혼다는 이날 전반 26분 왼발 중거리슛이 위협적이었을 뿐 볼을 잡을 때마다 세 명이 에워싸는 압박에 막혔다. 하지만 후반 43분 집중력을 잃은 조용형이 혼다에게 볼을 뺏기며 하마터면 실점을 할 뻔했다. 젊은 수비수 홍정호(21·제주)는 큰 경기에서도 침착하게 90분을 모두 뛰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는 전반 15분 가가와(21·도르트문트)의 결정적인 슛을 몸으로 막아냈다.



◆후반 파상공세…하지만 킬러가 없었다=후반 기성용(셀틱)이 투입되면서 단짝인 이청용을 비롯한 공격진의 활기가 살아났다. 이청용은 후반 6분 상대 수비수 실수를 틈타 1대1 기회를 잡은 데 이어 3분 후 결정적인 슛을 날렸다. 이청용의 바통을 이어 박주영은 후반 12분 헤딩슛과 후반 17분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골을 노렸지만 일본 골키퍼 니시가와의 선방에 막혔다. 최성국 대신 투입된 염기훈(수원)이 후반 35분 올린 왼발 크로스는 박주영의 머리에 적중했지만 공이 골키퍼 정면으로 갔다. 1분 후 조 감독은 차두리(셀틱)와 K-리그 득점 선두 유병수(인천)를 투입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지만 간절히 바랐던 골은 끝내 터져 나오지 않았다.



최원창 기자






양 감독 말



◆한국 조광래 감독




-소감은.



“한·일전은 항상 긴장되는 게임이다. 팬들에게 더욱 즐거움을 주고, 승리 소식을 전해드렸으면 했는데 아쉽다.”



-조용형을 ‘포어 리베로’로 올렸는데.



“일본-아르헨티나전을 보니 일본팀 수비조직력이 좋았다. 박지성을 미드필드로 내려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그런데 박지성의 부상으로 혼란이 왔다. 조용형을 그 자리에 세운 것은 상대 스트라이커 혼다가 어느 위치로 움직이든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잘된 점과 잘 안 된 점은.



“우리 수비가 잘했다. 미리 압박하면서 상대 플레이를 차단했다. 다만 공격 시 2선 침투하는 형태가 보이지 않아 전방 공격수들이 좋은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부임 후 세 번째 경기를 치렀다. 빠른 축구와 생각하는 축구는 어디까지 와 있나.



“아직 부족하다. 나 자신이 선수를 파악하지 못했다. 세 경기를 통해 드러난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아시안컵 대비를 할 생각이다.”



-박지성이 없을 때를 대비하고 있나.



“더 공격적인 미드필더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빛가람이 박지성처럼 공격적인 포인트는 없지만, 미드필더로서는 여유로운 선수다. 기대할 만한 선수다.”



◆일본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



-소감은.



“ 경기 전 주문했던 부분은 두 가지였다. 한국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어서 세트피스가 위협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한국은 미드필더에서 공격으로 나오는 속도가 빨라 주의하도록 했다. 하지만 오늘 경기장 잔디 상태가 일본팀에 불리한 상황이어서 주문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아시안컵을 위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



“ 지금 일본 선수들의 과제는 경기 전체의 흐름을 읽는 것이다. 횡패스나 의미 없는 종패스로 경기 흐름을 끊는 축구가 아닌,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는 축구를 하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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