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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지원 같은 세계 공헌으로 ‘국격 외교’ 펼쳐야

중앙일보 2010.10.13 00:16 경제 14면 지면보기
한국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세계 9위. 다음 달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하지만 국가 브랜드는 초라하다. 삼성경제연구소와 국가브랜드위원회가 공동 개발한 ‘국가브랜드 지수(SERI-PCNB NBDO)’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브랜드 종합 순위는 실체 기준 세계 19위, 이미지 기준 20위에 불과하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는 ‘대한민국 국가 위상과 국가 브랜드 제고’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 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한국선진화 포럼의 월례 토론회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국가 브랜드 이렇게 높이자 - 한국 선진화포럼 월례 토론회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는 ‘대한민국 국가위상과 국가 브랜드 제고’를 주제로 한국선진화포럼 월례토론회가 열렸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 수석연구원(왼쪽 첫째), 연세대 모종린 교수(왼쪽 셋째), 서울대 로버트 파우저 교수(왼쪽 넷째)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회는 서울대 이승훈 명예교수(왼쪽 둘째) [한국선진화포럼 제공]
◆국가 브랜드 경쟁시대=주제 발표를 한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 수석연구원은 두 가지 측면에서 국가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바운드(내향적) 측면에서 국가 브랜드에 따라 투자지·관광지·거주지로서의 매력이 높아진다. 아웃바운드(외향적) 측면에서는 상품 수출이나 해외 취업·유학 등에서 유리하다.



브랜드 컨설팅의 세계적 권위자 사이먼 안홀트는 일본을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 마케팅 사례로 꼽는다. 일본은 ‘1960년대 가격 패러다임’ ‘70년대 품질 패러다임’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브랜드 패러다임의 시대라는 것을 간파했다. 총리 직속으로 콘텐트 및 일본 브랜드 전문조사회를 신설해 음식문화를 퍼뜨리는 데 노력하고, 일본에 대한 이해를 상품 중심에서 생활문화 전반으로 확대했다. 이런 조직적인 노력 덕분에 일본은 ‘SERI-PCNB NBDO’ 조사 결과 실체 4위, 이미지 2위를 차지할 만큼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좋다.



일본과 독일이 패전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국가 브랜드 마케팅을 펼쳤다면, 프랑스·말레이시아·뉴질랜드는 특정 이미지 형성을 위한 포지티브 전략을 쓰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영국과의 교역과 투자 유치를 위해 ‘Britain in Malaysia’라는 캠페인을 해 효과를 봤다. 최근엔 관광 이미지를 심기 위해 ‘Malaysia, Truly Asia’라는 광고를 전 세계적으로 하고 있다. 1999년 ‘100% pure’ 캠페인을 하며 청정국가 이미지를 심은 뉴질랜드는 산업분야 육성을 위해 제2 브랜드로서 ‘New Thinking’을 개발해 사용 중이다.



우리나라는 ‘SERI-PCNB NBDO’ 조사 결과 국가 브랜드를 구성하는 세부 부문 중 경제·기업, 과학·기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돌았다. 하지만 정책·제도, 인프라, 전통문화·자연 등은 OECD 평균을 밑돌았다. 특히 우리나라는 학교·병원 같은 생활 기반 인프라와 녹색 생태 인프라를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 수석연구원은 “서구인들은 유명인에 의해 그 나라를 판단하는 경향이 아시아권에 비해 강한데, 대한민국 브랜드는 유명인에 의해 형성되는 비중이 매우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소개했다. 정치인, 기업인, 문화예술인, 스포츠 스타 등 서구권에 어필할 만한 유명인들을 적극 발굴해 홍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세계 공헌으로 국격 높여야=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한반도에 갇힌 분단국에서 세계로 뻗어가는 중견국으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세계 공헌을 늘려 위상을 높이는 국격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의 연구기관 ‘Center for Global Development’는 2003년부터 매년 국가별 개발기여지수(CDI)를 발표한다. 해외원조, 개도국에 대한 지원, 투자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모 교수는 공공개발원조(ODA) 공여분, 평화유지활동 같은 전통적인 국제 기여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2021년까지 ODA를 국민총소득(GNI) 대비 0.35%까지 증액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중국에 비해서는 너무나 보잘것없다”면서 “한국의 세계 공헌 외교는 소프트파워적인 요소가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식 기반형 공헌 외교’라는 개념을 제시한 그는 우리의 큰 자산인 발전 경험과 민주화 과정 등을 신흥 선진국에 전파하는 소프트파워 공급 국가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자 외교에서도 지나치게 국익과 한국 영향력 확대를 강조하면서 봉사·배려·양보 같은 소프트파워 기여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우리나라가 가진 위치권력(positional power)도 잘 활용해야 한다. 미국과 동아시아, 중국과 일본, 강대국과 개도국 사이에 있는 위치를 활용한 중재적 리더십을 통해 한국의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윤창희 기자






한국인 배타적 … 민족·인종 초월한 국가가치 세우 길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교수




“민족주의가 강할수록 국제사회에서 보편성을 갖기 어렵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좀 지나치다. 한국인들은 남에 대해 배타적이다. 외국 대학의 한국어 수업에 가면 교포가 아니면 적응하기 어렵더라.”



발표자로 나선 서울대 국어교육과 로버트 파우저 교수는 8년간의 한국 생활에서 느낀 경험을 토대로 한국이 글로벌 빅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선 고쳐야 할 점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배타성 고쳐야=얼마 전 한 대학신문 기자가 전화로 나를 인터뷰하면서 점심 문제가 어렵지 않으냐고 묻더라. 한국인 교수들도 외국인 교수와 점심 식사하는 걸 어렵게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인종·학교·나이·성별이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많이 불편해한다. 이것은 다양성(diversity)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다.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를 흔히 한국 언론들은 언어 장벽과 연결시킨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인에게 뿌리 깊은 ‘다른 부류에 대한 거부감 ’이다. 이런 문화는 외국인에 대한 지나친 환대 또는 극단적 무관심의 형태로 나타난다. 한글을 수출한다고 떠들썩하던데 ‘우리만을 위한 것’이라면 남들은 관심 없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누구든 필요하면 한글을 자연스럽게 수입해 쓰면 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국가보다 오히려 민족에 집착한다. 한글, 이순신, 김치, 태권도에 한국인들은 큰 자부심을 갖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가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빅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민족과 인종을 초월한 국가 가치를 세워야 한다. 미국은 평등이란 가치를 만들었기에 흑백 차별이란 문제가 있었지만 평등을 향상시켰고, 국제사회에서 정체성을 마련했다. 한국도 민족과 인종을 초월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다이내믹 코리아’가 해가 될 수도=한국을 상징하는 말이 ‘다이내믹 코리아’다. 대학에 외국인 교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오더니 어느덧 외국인 교수 비율이 20%가 된 나라다. 하지만 이런 빠른 변화는 어떤 측면에서 한국이 빅 플레이어가 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미국·영국·독일·일본 같은 선진국은 강력한 사회적 제도·기관(institution)이 있다. 이런 사회적 제도들이 정부가 우왕좌왕하면서 극단적인 정책을 펴는 것을 막아준다. 또 정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립되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한국은 최근 세종시 문제를 보더라도 이런 기능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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