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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만난 시장 고수] 이원일 알리안츠자산 사장

중앙일보 2010.10.13 00:14 경제 13면 지면보기
이원일(51·사진)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사장은 개척자 정신으로 무장한 펀드매니저다. 그는 남들이 꺼리는 일을 과감히 실행함으로써 고수익을 추구한다. 좋은 종목을 사서 주가가 오르길 기다리는 경쟁자들과 달리, 그는 주주로서의 권리를 적극 행사해 투자 회사의 가치를 직접 끌어올리려 노력한다. 이름하여 ‘펀드 행동주의’다.


인기 있는 대형주보다 고수익 낼 숨은 중소형주 많다



이 사장은 특히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중소형주에 정성을 듬뿍 쏟는다. 흙 속의 진주 찾기 전략이다. 우량 대형주로 승부해선 차별화된 수익을 내기가 매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남다른 행보가 실제 펀드수익률로 열매를 맺고 있다. 국내 기업지배구조 개선 펀드의 대명사로 떠오른 ‘알리안츠 기업가치향상 펀드’는 중앙일보 펀드평가에서 올 2분기와 3분기 연속 최우수 펀드로 선정됐다. 이 펀드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수익률이 23%에 달했다.



또 중소형주로 승부하는 ‘알리안츠 Best중소형 펀드’는 연초 이후 29%라는 놀라운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9.8%)을 20%포인트나 앞선 것이다. 알리안츠의 펀드들은 입소문을 타고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올 들어 펀드환매 사태에서도 3600억원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 사장은 회사의 대표를 맡으면서도 직접 투자 기업을 탐방하고 종목 선정을 지휘한다.



-올 들어 자동차나 석유화학 등 대형 우량주들이 시장을 주도했는데, 중소형주 펀드로 30%에 달하는 고수익을 낸 게 신기하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큰 종목은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항상 눈에 불을 켜고 들여다본다. 기업가치에 조그만 변화만 생겨도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른바 ‘효율적 시장 가설’이 작동하는 종목들이다. 여기서는 남들을 뛰어넘는 추가 수익을 내기가 매우 힘들다. 대충 따라만 가도 되는 종목들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회사의 역량을 남들이 외면하는 중소형주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우리가 면밀히 분석하는 중소형 종목은 350여 개로 다른 운용사(100개 안팎)보다 200개 이상 많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중소기업들을 탐방해보면 쑥쑥 크는 내재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정말 많다.”



-중소형주에서 이미 큰 수익을 냈다는 얘기는 앞으로 먹을 게 얼마 되지 않을 것이란 소리로도 들리는데.



“그렇지 않다. 중소형주들은, 물론 좋은 종목을 잘 골라야 한다는 전제를 붙여야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대형주를 초과하는 수익을 낼 것으로 자신한다. 미국의 예를 보자. 1970년대 초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증시의 투자 저변이 확 넓어지자 중소형주들이 대형주를 압도하는 수익을 올리는 시기가 상당기간 이어졌다. 소수의 미인(대형 우량주)으로는 도저히 주식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시대를 맞자 시골 아낙들의 인기가 급상승했던 것이다. 이제껏 한국의 펀드들은 100개 안팎의 대형주에 치중한 매매를 해왔다. 그런데 내년부터 퇴직연금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국민연금도 주식매수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펀드의 타깃도 주로 중소기업 아닌가.



“맞다. 중소기업 중에는 곁에서 누가 조금만 조언해주고 도와줘도 기업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사례가 많다. 우리는 이런 기업들의 주식을 5~10% 매입해 주주로서 직접 경영에 개입한다. 개입이라는 게 부정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주인의식을 갖고 전략과 재무활동 등으로 지원하는 동반자 관계라고 보면 된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기업 오너들도 우리의 진심을 알고는 적극적으로 손을 잡는다.”



이 사장은 이런 측면에서 알리안츠의 전략은 ‘장하성 펀드’ 등 다른 기업지배구조 펀드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장하성 펀드가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방법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려 하는 데 비해 알리안츠는 우호적인 접근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물론 의견 상충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이럴 때는 반드시 문을 닫고 조용히 싸운다고 했다. 이 사장은 “신한지주 사태에서 보듯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은 낙후된 기업지배구조”라며 “머지않아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권 승계 문제도 증시의 큰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기업의 경영권을 건드리는 투자전략인데, 한국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



“자본시장이 역동적으로 성장하려면 M&A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미국이 지난 30년간 연평균 3%의 경제성장을 이룬 데 비해 기업은 10% 정도씩 컸다. 7%의 차이가 바로 M&A에 의한 성장이었다. 거꾸로 일본은 경제성장도 정체됐지만, M&A시장이 싹을 틔우지 못하면서 기업의 가치가 계속 쪼그라들었다. 향후 10년을 내다볼 때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연평균 4%선에 그칠 것이다. 이를 뛰어넘어 기업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려면 M&A시장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M&A시장도 커질 것으로 본다.”



-코스피지수 1900선을 회복했던 증시가 주춤하고 있다. 장세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나.



“현 증시는 일단 돈의 힘으로 주가를 밀어올리는 유동성 장세의 성격이 짙다고 본다. 주요 선진국의 양적 완화와 추가 경기부양책으로 더욱 풍성해진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 이런 흐름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증시는 올 4분기 중 지수 2000선을 넘기고 내년 봄쯤까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내년 들어서는 오버슈팅으로 자칫 버블이 형성될 수도 있다. 추가 경기부양책이 실물경제에 미칠 효과가 내년 1분기 말께 드러날 텐데, 별 볼일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면 시장은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를 수 있다. 물론 실물경기가 진짜 좋아진다면 시장은 대세 상승의 모양을 만들 것이다.”



-시장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들리는데.



“그렇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상처가 그렇게 쉽게 아물지는 않을 것이다. 각국이 초저금리 정책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위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아직 건너야 할 지뢰밭이 남아있다. 물론 한국 경제와 기업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좋다. 하지만 글로벌 쓰나미가 오면 일단 휩쓸리게 마련이다. 그러기 때문에도 시장 흐름에 무작정 편승하기보다는 투자철학이 뚜렷한 펀드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



글=김광기 선임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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