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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뻥 터졌다 쑥 들어간 오은선 의혹

중앙일보 2010.10.08 00:28 Week& 4면 지면보기
손민호 기자
“오은선, 어떻게 됐어요?”



요즘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궁금할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다. 달포쯤 전 그렇게 세상을 들쑤셔놓고 지금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하니 말이다. 오은선 대장에게 제기된 의혹은 밝혀진 것인지, 여성 최초 히말라야 14좌 등정 기록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답답하기도 하고 은근히 수상하기도 하다. 한때는 아무나 떠들어대더니 지금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사실 나도 궁금한 것투성이다. 몇 가지 의문을 토대로 여태의 상황을 정리한다.



오은선 대장은 칸첸중가를 올랐을까 이번 사태의 본질이 되는 의문이다. 세계 산악계에서 가장 권위적인 존재라는 홀리 여사의 보고서에는 ‘논란 중(Disputed)’라고 적혀 있다. 그러니까 본인은 올랐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사람은 아니라고 반박하는 상황이, 현재로선 정답이다.



정상에 선 4명의 말이 왜 다를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오 대장과 함께 오른 셰르파 3명 중 한 명이 “정상이 아닌 곳에서 돌아왔다”고 발언한 내용을 보도했다. 다수결 원칙대로라면 3대 1로 정상에 오른 것이 되지만, 세상사 모두가 다수결로 해결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은 셰르파 2명에 대한 매수를 의심하고, 오 대장 측은 혼자 딴 목소리를 내는 셰르파의 배신을 지적한다.



산악계 입장은 무엇일까 가장 궁금한 부분이다. 사실 칸첸중가 등정 의혹은 지난해 5월 오 대장이 하산하자마자 산악계에 파다하게 돌았던 소문이다. 하나 누구도 앞장서 의혹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뒤에서 수군댔을 뿐이다. 결국 지난해 11월 대한산악연맹(대산련)에서 오 대장을 비롯한 칸첸중가 등정자 모임이 열렸다. 그때 이미 사진이 어떻고, 수원대 깃발이 어떻고, 등정 시간이 턱없이 짧고 등등의 의혹이 다 제기됐다. 그러나 그때는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8월 21일 SBS에서 의혹을 또 제기하자, 5일 뒤 대산련이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 정상 등정이라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오 대장을 제외한 칸첸중가 등정자 모임에서 오 대장의 등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9개월 전과 비교해 새로 나온 증거도 없고 달라진 상황도 없는데, 대산련은 입장을 바꿨다. 문제가 커지자 대산련은 “최종결론이 아니다”며 한 발 물러섰고, 그 회의에 참석했던 엄홍길 대장은 “회의결과가 와전됐다”고 말했다.



무엇이 바뀌었을까 아무리 따져봐도 달라진 건 없다. 오 대장은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고 있고, 홀리 여사의 보고서도 수정되지 않았다. 오 대장이 할 일도 뻔하다. 과거 등정 의혹에 휩싸였던 몇몇 선배처럼 슬그머니 확인등정(재등정이 아니다!)만 하면 그만이다. 아, 바뀐 게 있다. 이제 더 이상 히말라야 고산 원정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신성한 행위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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