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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18명째 … 뒤집어진 일본

중앙일보 2010.10.07 01:17 종합 14면 지면보기
일본이 또다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화학상에 네기시·스즈키
미국 리처드 헤크와 공동으로
일 신문들 “모처럼 희소식”호외

네기시 에이이치, 스즈키 아키라, 리처드 헤크(왼쪽부터)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 스즈키 아키라(鈴木章·80) 일본 홋카이도대학 명예교수와 네기시 에이이치(根岸英一·75) 미국 퍼듀대 특별교수를 화학상 수상자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리처드 헤크(79) 델라웨어대 명예교수도 공동 수상했다. 금속 촉매를 이용해 복잡한 유기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신약 개발 등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올해 2명이 늘어남으로써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총 18명이 됐다. 화학상 수상자만 해도 7명이다.



◆환호에 휩싸인 일본 열도=노벨 화학상 수상자에 일본인 2명이 포함됐다는 소식은 이날 속보로 전해졌다. 1보가 전해진 직후 시작된 NHK 저녁 7시 뉴스에서는 진행자가 흥분해서 환호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평소 차분한 말투가 ‘간판’인 NHK의 뉴스치고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요미우리(讀賣)신문 등도 일제히 호외를 발행하며 “정치·경제 등 모든 면에서 침체돼 있던 일본에 모처럼의 희소식”이라고 반겼다.



2명의 일본인 수상자는 이날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통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번 수상으로) 일본 젊은이들이 이과에 더욱 관심을 갖고 많이 진출하길 바란다”고 기쁨을 전했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은 불과 2년 만이다. 2008년에는 4명의 수상자가 배출됐다. 난부 요이치로(南部陽一郞·89) 미 시카고대 명예교수,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70) 교토산업대 교수, 고바야시 마코토(小林誠·66) 고에너지가속기 연구기구 특별영예교수가 물리학상을, 시모무라 오사무(下村脩·82) 미 보스턴대 명예교수가 화학상을 받았다.



일 정부도 축제 분위기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이날 밤 “너무너무 기쁘다”며 환호했다. “일본인으로서 희망이 솟구쳐 오른다”(다카기 요시아키 문부과학상), “일본의 젊은이들이 이과에 더욱 관심을 갖고 꿈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가이에다 반리 과학기술상) 등 노벨상 수상에 대한 찬사가 잇따랐다.



◆유기물질 간 결합을 가능케 한 공로=3명의 과학자는 팔라듐이라는 촉매를 사용해 유기물질 간 결합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합성물질을 개발하거나 천연 물질을 쉽고 간단하게 인공으로 만드는 길을 열었다. 헤크 박사는 이런 기술을 처음 개발했고, 네기시 교수는 헤크 박사의 기술을 좀 더 진보시켰다. 스즈키 명예교수는 상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학 공정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30년 넘는 세월이 지나 두 사람의 업적이 빛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



보통 꽃향기나 뱀의 독, 항생제인 페니실린 등 복잡한 분자 구조를 갖는 자연 물질의 대부분은 탄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들의 분자 구조 중 탄소에 또 다른 탄소를 붙이면 특성이 완전히 다른 물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탄소끼리는 서로 결합이 잘 되지 않는 게 문제였다. 3명의 과학자들은 팔라듐이라는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물질을 이용해 탄소 간 결합을 손쉽게 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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