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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붉은 슬러지’ 푸른 도나우강 덮치나

중앙일보 2010.10.07 00:41 종합 16면 지면보기
헝가리 서부 콜론타르 마을이 5일(현지시간) 붉은색 화학 슬러지로 뒤덮여 있다. 전날 마을 근처 알루미늄 공장에서 슬러지 저장 댐이 붕괴되면서 100만㎥의 슬러지가 방류됐다. [콜론타르 AP=연합뉴스]
헝가리 알루미늄 공장의 화학 슬러지(산업폐기물 찌꺼기) 대량 유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슬러지가 도나우강 지류인 마르칼강으로 이미 흘러들어가 대규모 환경 재앙이 우려되고 있다. 주말께에는 사고현장에서 70여km 떨어진 도나우강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헝가리는 물론 도나우강 하류에 위치한 크로아티아·세르비아·루마니아 등 주변 국가들이 연쇄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알루미늄 폐기물 저장댐 붕괴
계속 유출 … 환경 대재앙 우려

지난 4일(현지시간) 서부 베스프렘 주에 있는 ‘마자르 알루미늄(MAL)’ 공장의 슬러지 저장 댐 붕괴로 방류된 100만㎥의 슬러지가 주변 마을을 덮쳐 6일까지 10명이 사망·실종되고 120명이 부상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피해 마을은 2m 높이의 붉은색 슬러지에 뒤덮인 상태다. 일부 부상자는 알칼리성 물질에 의한 화상을 입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루미늄 생산 과정에서 나온 화학 슬러지는 붉은색 진흙 형태로 납·카드뮴 등 중금속과 미량의 방사능 물질이 섞여 있으며 알칼리성을 띤다.



CNN방송은 “저장 댐에 아직 전체 저장량의 98%의 슬러지가 남아 있으며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2000년 루마니아에서 시안화물(청산가리) 등 오염물질이 도나우강 지류로 유입돼 1000t 이상의 물고기가 폐사하고 유독물질이 2560km 떨어진 흑해까지 퍼진 사건을 언급하며 “이번 사고가 루마니아 사건을 능가하는 환경 재앙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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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정부는 마르칼강에 석회 1000t을 투입하고 피해 지역에 중화물질을 뿌리는 등 슬러지 유입 방지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 지역 주변 3개 주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5일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고는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선언하고 철저한 원인 조사와 피해 대책을 다짐했다. 오르반 총리는 “조사 결과 피해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다”면서도 “피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인체에 해로울 수 있으니 먹지 말라”고 당부했다.



일레스 졸탄 환경부 차관은 “이번 사고는 헝가리 최악의 환경 재앙”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구까지 수백억원의 비용과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를 일으킨 회사 측은 “유출된 슬러지는 EU 기준에 맞게 처리한 뒤 남은 것으로 해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핀터 가보르 내무부 장관은 “회사 관계자들이 슬러지 속에서 수영을 해보면 해로운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헝가리 환경운동가 시몬 게르겔리은 “이번에 유출된 슬러지는 수십 년 동안 저장고에 방치돼 있던 것”이라며 “양잿물과 같은 수준인 산도(pH) 13으로 알칼리성이 매우 강해 노출될 경우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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