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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봤습니다] 재규어 XJ

중앙일보 2010.10.07 00:25 경제 15면 지면보기
차체 전부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재규어 XJ는 가벼워 연비가 좋은 데다 날렵한 코너링이 특징이다.
재규어는 영국 귀족들이 즐겨 탔던 프리미엄 차다. 단아한 균형미와 엘레강스한 디자인에 오랜 레이싱의 전통을 살린 고성능이 특징이었다. 대신 경쟁차에 비해 비좁은 실내공간과 상대적으로 허술한 마무리가 단점으로 꼽혔다.


차체 가벼워 코너링 일품 … 실내는 호화요트 분위기

결국 재규어는 1980년대 프리미엄 시장에서 독일 업체와 후발인 렉서스에 밀리면서 적자에 빠졌고 주인이 포드로 바뀐 지 18년 만인 2008년 인도 타타그룹에 넘어갔다. 인도와 영국의 궁합이 잘 맞아서인지 재규어는 대변신에 성공했다.



역동적인 레이싱의 전통은 살리면서 고급스러운 소재와 마무리 품질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이 정점에는 8년 만에 풀모델 체인지한 XJ가 있다. 이 차는 스포츠카의 날렵함과 재규어 기함으로서 품위를 지켜냈다. 첨단 기술을 집약해 미래지향적 고급 세단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디자인은 영국 명차인 애스턴 마틴 수석 디자이너였던 이언 칼럼의 색채가 배어 있다. 곳곳에 애스턴 마틴의 디자인 요소가 보인다. 이언은 동생 머레이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디자이너다. 머레이는 포드의 수석 디자이너다.



XJ는 이름만 빼고 모든 걸 바꿨다. 보닛 상단에 위엄을 줬던 달리는 표범(재규어) 마크도 사라졌다. 큰 공기 흡입구 역할을 하는 전면 그릴은 멋스러움과 효율성을 함께 추구했다. 물방울 모양의 사이드 윈도는 스포츠 쿠페 같은 실루엣을 그대로 살려내 5m가 넘는 긴 차체를 역동적으로 다듬었다. 실내는 호화 요트의 인테리어를 벤치마킹했다. 질감과 색감의 통일을 위해 센터페시어와 대시보드에는 각 차마다 같은 나무 한 그루를 썼다.



이 차는 우주항공 기술에서 영감을 얻어 차량 뼈대부터 외관까지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리벳으로 차량을 접착하는 첨단 공법을 적용했다. 강성을 좋게 하면서도 무게는 경쟁 모델보다 150∼300㎏ 가볍다. 가벼운 만큼 코너링은 일품이다. 연비도 좋아졌다. 보급형(1억2990만원)인 3.0L 디젤은 275마력에 최대토크 61.2㎏·m의 힘을 내지만 1L로 12.7㎞를 달릴 수 있다. 국산 중형차급 연비다.



영국제 B&W 오디오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총 20개의 스피커가 양산 자동차 오디오 가운데 최고 출력인 1200W에 달한다.



XJ의 심장은 세 종류다. 510마력에 최대 토크 63.8㎏·m의 성능을 내는 5.0L V8 수퍼차저 엔진과 5.0L 자연흡기 가솔린, 3.0L 터보 디젤이다. 수퍼차저 엔진을 단 수퍼스포츠(2억8400만원)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하는 데 불과 4.9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포뮬러1(F1)에서 명성을 쌓은 재규어 레이싱 혈통을 잇는 모델이다.



실내는 넓어졌다. 특히 무릎 공간이 여유롭다. 좁았던 트렁크는 개선을 많이 한 부분이다. 골프백 세 개를 넣을 수 있다.



XJ는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차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가벼운 차체 덕분에 잘 달리고, 잘 서고, 더 잘 돈다. 여기에 강력한 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이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균형을 잡았다. 승차감도 BMW나 아우디만큼 딱딱하지 않다. XJ는 독일차에 싫증이 난 고객들에게는 훌륭한 대안이 될 자질을 갖춘 셈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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