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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미래 부품·소재에서 찾자’ 전문가 좌담회

중앙일보 2010.10.07 00:18 경제 11면 지면보기
부품·소재 산업은 어느새 한국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분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2%가 부족하다. 가장 핵심 기술에 해당하는 부품과 소재는 여전히 일본과 독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인 성장이 축적된 만큼 이제 새로운 길을 모색할 때다. 마침 정부도 부품·소재 산업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릴 새로운 전략을 내놨다. 본지는 지난달 4회에 걸쳐 새로운 움직임의 현장을 살폈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정부와 기업·연구소의 전문가들이 모여 부품·소재 육성 전략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부품·소재가 완제품보다 고용효과 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분야 찾아내야

지난달 4회에 걸쳐 연재된 ‘제조업 미래, 부품·소재에서 찾자’ 시리즈를 결산하는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김영욱 본지 경제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김홍만 빛과전자 대표, 조석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서영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강충석 코오롱 미래소재연구소장. [최승식 기자]
▶ 사회=우선 부품·소재 산업이 우리 경제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간략히 짚고 시작하는 게 좋겠습니다.



▶ 조석=부품·소재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것은 진부할 정도로 많이 언급됐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용 효과죠.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완제품 산업에선 9만 명의 고용이 준 반면 부품·소재 쪽에선 7만 명이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무역흑자가 404억 달러인데 부품·소재 쪽은 512억 달러로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괄목할 만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할 문제점은 남아 있습니다.



▶ 서영주=현재 우리 기술수준은 핵심 분야에서 일본에 6년가량 뒤지고, 범용 분야에선 중국이 2년 정도 우리에게 뒤지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문제는 주력 산업에서 부품·소재의 수입의존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은 급속히 대만과 가까워지고 있고요. 이 분야에서도 샌드위치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강충석=우리가 짧은 시간 동안 세계 8위권 수출대국이 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산업이 결국 정보기술(IT)과 조선·자동차 같은 산업이죠.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는 시점에서 일본 업체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동안 일부 우리 업체들이 전략을 잘 짜서 엄청난 투자를 했습니다. 완성품에서는 이제 생산능력을 따라올 수 없게 된 거죠. 이게 좋은 조건입니다. 이젠 시장이 커졌고 기술도 어느 정도 발전한 만큼 부품과 소재도 개발만 되면 잘 엮어서, 이를 채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업들이 바로 옆에 있어 빨리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산업 내에서 상·하부를 묶어 컨소시엄을 엮는 시도가 없습니다.



▶ 사회=정부나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엄청난 노력을 했는데도 부족한 점이 많다면 혹시 그 과정에 무슨 문제점이 있었던 것일까요.



▶ 조=그동안에는 기술 선진국들을 따라잡는 캐치업 전략을 썼습니다. 그 덕분에 경쟁력이 많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다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상황에서는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합니다. 전에는 기업들이 개발하겠다고 나서면 자금을 지원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이제는 단기간에 자립화하거나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합니다. 또 10여 개의 정부출연연구소들이 1만7000여 개나 되는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산업화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 서=연구소나 대학들이 기업과 협업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니까 1만7000개나 되는 기술을 개발했죠. 기업도 이런 기회가 아니면 규모가 큰 장기 기술 개발 기회가 없으니까 참여는 했습니다. 그러나 연구소들은 공급자 위주의 연구를 했고, 기업은 주어진 과제에 수동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소통이 부족했던 것이죠.



▶ 사회=결국 선택과 집중이 부족했다는 것 같습니다. 현장의 느낌은 어떻습니까.



▶ 강=IT 같은 분야에서는 가치사슬의 제일 끝 단인 완성품부터 개발하는 게 필연적입니다. 부품과 소재기업들도 수요를 미리 정하고 개발을 시작하니까 위험이 덜하죠. 하지만 이런 방식은 관리가 잘 안 될 경우 특정 산업에 진입장벽을 완벽히 만들어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사실 부품과 소재를 한 묶음으로 얘기하지만 둘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부품에 비해 소재산업의 경우 내세울 만한 대표선수가 별로 없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틀이 잡힌 쪽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시간 오래 걸리고 리스크가 큰 분야를 산업별로 선정해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이번에 20대 핵심 부품·소재 개발팀 중 한 팀에 끼었습니다. 성공하면 회사에도 도움이 되고 좋은 기술도 나오겠죠. 그런데 그 이전에 우리 팀에 참여하는 다른 중소기업, 수요 대기업들과 모여 조율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사정을 이야기하다 보니 이해의 폭이 넓어져 좋았습니다.



▶ 서=강 소장 말이 사실입니다. 지난 10년간 정책은 단기 효과가 있는 부품 쪽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부품 쪽은 그 덕을 많이 봤죠. 지난해 전체 부품·소재 수출 가운데 부품은 1177억 달러인데 소재는 516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이제는 캐치업 전략에서 벗어나려다 보니 소재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올해 시작하는 세계 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WPM) 사업이 대표적이죠.



▶ 조=이번 WPM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이 각 팀에 단장과 함께 사업화 지원단장을 두도록 한 점입니다. 또 참여신청을 받을 때 사업화 투자 의향을 요구했더니, 자기들이 연구개발 투자 1조원과는 별개로 사업화 투자에 10조원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연구소에서 아무리 만들어도 기업이 안 쓰면 소용없기 때문에 아예 그렇게 하도록 제도화한 것이죠.



▶ 사회=그런데 부품과 소재 산업도 대기업이 주도해야 하나요.



▶ 조=R&D와 일반적인 상생 문제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우리로서는 컨소시엄에 중소기업도 충분히 들어가도록 규칙을 만들었고, 연구비의 일정 부분 이상을 대기업이 못 가져가도록 했어요. 사실 소재 같은 분야는 개발 기간이 길고 리스크가 커서 대기업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그동안에는 수요 대기업들이 이렇게 위험한 투자를 외면하고 외국에서 수입하는 데 안주하는 게 더 큰 문제였죠. 이번 사업에서 대기업이 적극 참여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 오히려 성과입니다.



▶ 사회=정책방향이 바뀐 것은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



▶ 강=정부가 소재 쪽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인 것 같습니다. 더 반가운 것은 정책 유연성이 상당히 높아진 겁니다. 전에는 한 번 결정하면 외부 사정과 관계없이 무조건 끝까지 갔는데, 이번에는 결정 단계에서부터 기업들 얘기를 많이 들어 좋은 지적은 유연하게 수용했습니다. 사실 기업은 실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연구개발도 당장 필요한 쪽에 집중되고 미래에 대한 투자는 10%도 못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WPM 덕분에 15~20%까지 투자를 늘릴 수 있게 됐습니다.



▶ 김=최근 국책연구소들의 산업화 의지가 강해진 것이 느껴집니다. 바람직한 변화입니다만, 한편으로 국책연구소라면 장기적인 연구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방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인력 문제입니다. 요즘 연구소만 서울로 옮길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 조=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바로 현장에서 쓸 수 없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받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WPM이나 20대 부품소재 사업은 많은 고급인력 양성을 중요 목표로 추진합니다.



▶ 사회=부품·소재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것도 없지만 한국 제조업의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열쇠도 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도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잡았고, 기업과 학계도 공동 파트너십을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좋은 결실을 거둬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정리=최현철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 참석자 명단



- 강충석

코오롱 미래소재연구소장



- 김홍만

빛과 전자 대표



- 서영주

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 조석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 사회 :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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