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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쓰레기 무단투기를 없애다

중앙일보 2010.10.06 01:14 종합 26면 지면보기
안양시 안양2동 주부들로 구성된 ‘불평합창단’이 3일 오후 주민들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주택가 골목에서 합창하고 있다. [안양공공예술재단 제공]
4일 경기도 안양시 안양2동의 주택가 골목길. 길모퉁이 전봇대에 붙어있는 반사경에 ‘양심을 버리지 맙시다’란 글이 씌어 있다. 쓰레기봉투가 쌓여 악취가 진동하던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주민 김성만(62)씨는 “몇 달 전부터 주민들이 쓰레기를 함께 치우고 가끔 동네 아줌마들이 합창공연이나 전시회를 한다”고 말했다.


안양시 안양2동 주민들 안양공공예술 참여 작가와 합심
상습지역서 전시회 열고 합창하고 프로젝트 성공에 이웃서 견학도

어린이들이 만들어 전봇대에 설치한 조형물. ‘쓰레기는 내 집 앞에 버려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불만이 끊이지 않던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7월 ‘청소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안양시가 주최하고 안양공공예술재단이 주관하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2010)에 참여 중인 공동체예술 기획자인 윤현옥(52) 작가를 중심으로 주민들은 쓰레기 상습 방치구역 6곳을 정했다. 쓰레기더미 옆에 파라솔을 펴고 이동식 정자를 차려 주민들이 불만을 쏟아내도록 했다. 불만을 털어놓은 주민들은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로 이야기의 주제를 이어갔다.



주부와 노인 등 시간 여유가 있는 주민 20여 명은 소모임을 만들어 쓰레기 버리는 시간을 정했다. ‘무단투기 금지, CCTV녹화 중’이란 경고문을 치웠다. 아이들이 그린 가로수 울창한 동네 모습과 포스터를 전봇대와 벽에 붙였다. 때로 마을잔치를 열고 8명의 주부가 ‘불편합창단’을 꾸려 공연에 나섰다.



‘음식물 쓰레기통 나눠줬는데 자꾸만 없어지는 게 이해가 안 가 … 쓰레기 있는 곳 잘 치우면 문화공원 쉼터로 활용할 수 있을 텐데!’와 같은 불만과 제안사항이 가사가 됐다. 행사가 있는 날에는 주민들도 나와 함께 즐기며 대청소를 했다. 소통이 시작되면서 공동체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윤현옥 작가는 “청소프로젝트는 행위예술가나 설치미술가들이 쓰레기 방치구역에 계몽적인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공동체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직접 공공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고질적인 문제를 예술활동으로 풀어내는 것이 공공예술이라는 것이다.



3개월 만에 주민들은 윤 작가의 도움 없이 통·반장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공동체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안양2동의 성공 사례가 입소문으로 전해지면서 인근 동네 통·반장들이 견학 오기도 했다. 만안구청은 청소프로젝트를 구 전체로 확대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예술가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공공예술을 통해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APAP 2010의 목표”라고 말했다. 



안양=유길용 기자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nyang Public Art Project)=올해로 3회째를 맞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2010)는 2004년 시작됐다. 18개국에서 91명의 공공예술 작가와 4000여 명의 시민· 학생이 참여했다. 길게는 1년에 걸쳐 작가들의 지도 아래 도시와 마을 공동체 회복 등을 주제로 24개의 다양한 작품들을 준비했다. 안양2동 주민들의 ‘청소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시민들이 내놓는 도시 곳곳에 있는 불편·불만사항을 시각화한 불평박물관, 박달2동 주민들이 김월식 작가와 함께 동네 고물상 옆에 설치한 컨테이너 아틀리에에서 준비해온 재활용품 가구 등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도시 구석구석을 순례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달 말까지 학운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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