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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만으론 한계 … 끌어들이는 성장도 잘해야”

중앙일보 2010.10.06 00:22 경제 7면 지면보기
“공산품을 만들어 외국으로 수출하는 ‘밀어내기식 성장’만으론 한계가 있다. 스위스나 싱가포르처럼 외국의 사람·기술·기업을 ‘끌어들이는 성장’도 잘해야 한다.”


『한국경제론』 5판 발간한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

송병락(71·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달 초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의 경제 전략을 이렇게 제시했다. 키워드를 뽑아내자면 수용·포용·융화·흡인쯤 된다.



“스위스는 350여 개 은행을 통해 세계의 돈을 끌어들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국제적십자위원회 등 국제기구도 많이 유치했다. 싱가포르는 외국의 사장·기술자·근로자·의사들도 유치한다. 현지 한국인 박사가 70여 명이나 된다.”



그는 “과거 한국은 세계 주요 국가 중 차이나타운을 인정하지 않을 만큼 폐쇄적이었다”며 “앞으로는 국내에 차이나타운, 일본타운, 미국타운, 러시아타운도 잘 만들어 이들 나라의 사람·기업과 돈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학벌·가문·용모 등 보이는 것이 중요한 비교우위의 시대는 갔고 이젠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경쟁 우위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보이지 않는 것’은 전략이다. 고등어 산지가 아닌 안동이 간고등어로 유명해진 것이나, 천연자원이 없는 스위스·싱가포르·한국이 산업화에 성공한 것도 모두 전략의 결과라고 했다. 그는 이 같은 경쟁 우위 개념을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 교수에게서 따왔다. 한국인에게 잘 맞는 전략으로 ‘MCC(Mix, Combine & Create)’를 꼽았다. 그는 융합전략인 MCC를 ‘돌솥비빔밥’에 비유했다. 음식물을 비비고(mix), 이를 반찬과 더불어(combine) 먹으면서 새 맛을 창출하자(create)는 것이다. 결국 앞서 가는 경쟁자를 모방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강점을 융합해 앞설 수 있는 길을 찾자는 얘기다.



이번에 새로 발간한 『한국경제의 길-독창적 모델을 찾아서』도 그런 전략의 소산이다. 이 책은 1981년 출간한 『한국경제론』의 5판이다. 출판사(박영사) 측은 “지금까지 한국경제론 책이 2판 이상 나온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마이클 포터뿐 아니라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 등과의 지적 교류를 기반으로 비빔밥 같은 ‘코리아 모델’을 정립했다.



그의 코리아 모델은 이해하기 쉽고 현실적이다.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에는 경제성장 이론을 ‘Y=f(L, K)’의 함수로 설명한다. 그는 “개도국에 한국 경제성장 모델을 설명하면서 경제 산출량(Y)을 늘리려면 노동(L)과 자본(K) 투입을 늘리고 생산성(f)을 높여야 한다고 얘기한다면 아무런 감흥이 없다”고 했다. 송 교수는 무엇보다 기업이 성장해야 경제도 클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이 삼성전자 같은 기업을 20개만 더 일으키면 국민소득이 두 배가 될 수 있다. 개도국도 코리아 모델로 경제발전을 하려면 크고 작은 기업을 많이 육성하고 이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팽창하는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대책은 “수도권을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청계천 오염 방지를 위한 숱한 대책은 실패했지만 과거의 청계천을 없애고 새로운 청계천을 만드는 발상의 전환으로 청계천을 살려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전 국토를 하나의 도시로 만들어 수도권을 없애는 것이 좋은 수도권 대책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선 고속철도 투자를 크게 늘려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2004년 정년 퇴임 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를 맡으며 각지에서 활발하게 강연하고 있다. 그는 “정년 퇴임 후 ‘비정규직’ 지식인으로 살고 있다”며 “피터 드러커처럼 90대까지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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