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등산 자락 둘레길 걸으며 조상들의 숨결 느껴요

중앙일보 2010.10.06 00:22 부동산 및 광고특집 6면 지면보기
김인주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본부장( 왼쪽)이 1910년에 작성된 지도를 토대로 최근 복원된 ‘무돌길’을 둘러보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달 19일 오전 9시 광주광역시 북구 각화동 각화중학교 운동장에 등산복 차림의 남녀 90여 명이 모였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할아버지에서부터 중년 여성까지 대부분 40대 이상이다. 이들은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무보협)에서 운영 중인 환경대학 ‘무돌길’ 문화해설사 양성과정을 밟고 있는 수강생들. 9월 초 시작해 11월까지 이어지는 교육은 일주일에 한 차례씩 실시된다. 무돌길은 무등산 둘레길을 의미하는 고어다.


속살 드러낸 ‘무돌길’

이날은 무돌길을 직접 걸으며 체험하는 날로, 1길부터 2·3·4길을 차례로 둘러보는 게 주요 일정이다. 무돌길은 무등산 자락을 한 바퀴 도는 길로, 10월 2일 일부 구간이 개통된다. 김인주 무보협 본부장과 김용우 무돌길추진위원장, 전남대학교 박승필(지리학과) 교수 등도 함께했다. 무돌길 추진단장인 전남대 박승필 교수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녔던 옛 길을 복원하면서 그들의 삶의 지혜를 새삼 느꼈다”며 “최소한의 에너지로 짧은 시간에 멀리 갈 수 있는 게 옛 길이 지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심하게 가파르지도 않지만 마을이나 목적지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갈 수 있게 길이 나 있다는 것이다.



길은 시서(詩書)가 있는 문화마을에서 시작됐다. 다양한 시와 그림, 조각들로 눈이 즐거웠으며, 각화저수지에서의 탁 트인 경관은 기분까지 상쾌하게 했다. 들산재에선 무등산 정상에 있는 지왕봉·인왕봉이 보인다. 이날 산행은 오후 4시30분까지 이어졌지만 수강생들의 반응은 좋았다. 직장 은퇴 후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김기신(58)씨는 “해설사가 되는 게 1차 목표다”며 “무등산을 보며 걷는 내내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힘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무등산이 그동안 꼭꼭 감춰 왔던 또 하나의 속살을 드러냈다. 이번엔 100년에서 최고 5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자락길이다. 1910년 작성된 지도를 토대로 최근 복원됐다. 등산로가 무등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길이라면 무돌길은 마을과 마을을 에둘러 가며 소통했던 길이다. 높낮이가 있는 ‘수직’이 아닌 올망졸망한 ‘수평’의 길이다. 다양한 역사·문화 유적과 함께 조상들의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길을 제대로 즐기려면 2박3일 정도 필요하다는 게 무보협 측의 설명이다. 광주시 북구에서 시작해 전남 담양군, 전남 화순군, 광주시 동구 등 4개 구(區)와 군(郡)을 지난다. 모두 15개 코스로 총 길이는 50㎞에 이른다.



이 같은 무돌길을 지역 명품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와 광주시는 2006년부터 무돌길 복원 여부를 검토해 왔다. 무돌길 주변의 지명과 문화, 식물상 등을 조사했다. 또 문학작품·등산기 등 무등산에 얽힌 역사적 자료 수집과 함께 무돌길 역사문화 자원의 콘텐트화 가능성도 분석했다.



한편 무등산사랑 가을 범 시민축제가 10일 오전 11시부터 광주시 북구 각화동 각화중학교와 충장사 등 무등산 자락 무돌길에서 열린다. 축제 1부 무등산사랑 식전 문화행사는 각화중학교에서 정용주씨의 ‘산노래 따라하기’로 시작된다. 무등산사계전시전과 무등산자락무돌길사진전, 환경오염사진전도 마련됐다.



축제 3부 무등산사랑 라디엔티어링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무돌길 1∼3길에서 펼쳐진다. 이 행사는 광주MBC 라디오로 생방송되며 노래와 참여 이벤트 공연이 예정돼 있다.



중앙일보는 이날 고객과 함께 하는 무돌길 걷기 이벤트를 한다. 중앙일보 멤버십 사이트인 JJ라이프(www.jjlife.com) 또는 중앙일보 광주지사(062-363-5611)로 응모한 중앙일보 고객 가운데 추첨을 통해 100명을 선정(1인당 2명 가능)해 등산모자 등 기념품을 준다. 충장사에선 무돌길 1~3길 완주자 중 20명을 뽑아 등산배낭 등 사은품도 준다. 응모 마감은 10월 7일 오후 6시까지며, 당첨자는 8일 JJ라이프에 명단을 올리거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










무등산은 …



무등산은 소백산맥의 남단 지맥으로 광주광역시와 전남 화순·담양군에 걸쳐 있다. 전체 면적은 30.23㎢(광주 27㎢, 담양 0.8㎢, 화순 2.4㎢)로 1972년 전남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동서남북 어디에서 봐도 들녘에 솟은 달덩이처럼 넉넉한 인상을 풍긴다. 정상인 천왕봉에서는 광주시내뿐 아니라 전남의 나주시 및 화순·담양·영암군, 전북의 순창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현재 천왕봉은 출입통제구역이다.



하나의 봉우리로 이뤄진 듯하지만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 큰 골이 여럿 있다. 토산(土山)이면서도 산등성이 곳곳에 기암괴석을 얹고 있다. 주상절리(柱狀節理)가 만들어 놓은 서석대(사진 아래), 입석대, 규봉암이 있다. 중생대 백악기 화산 활동으로 지면에 노출된 용암이 냉각·수축을 거듭하고 오랜 세월 풍화를 거친 돌기둥 지형이다. 해안가가 아닌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에 발달한 주상절리대는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사례여서 2005년 12월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됐다.



산행은 장불재가 중심이다. 이곳에서 입석대·서석대나, 규봉암, 또는 중봉·서인봉·새인봉으로 갈 수 있다. 증심사∼중머리재∼용추삼거리∼장불재∼입석대∼장불재∼규봉암∼신선대삼거리∼꼬막재∼오성원∼원효사의 코스가 16㎞로 가장 길며, 종주하는 데 7시간가량 걸린다. 중간에 갈림길이 많아 다양하게 코스를 바꿀 수 있다. 등산로 주변에는 멸종위기 1급인 수달과 2급인 삵이 살고 있다. 시내버스로 도심인 금남로·충장로에서 10여 분, 도시 외곽인 송정동에서도 30여 분이면 갈 수 있다. 최근엔 국립공원 지정을 위해 중봉 일대에 있던 군부대를 이전시키고, 증심사지구 내 원주민 촌을 철거한 뒤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복원했다.



글=광주=유지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