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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43> 중국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발

중앙일보 2010.10.06 00:16 경제 18면 지면보기
‘지안(集安)→지린(吉林)→창춘(長春)→하얼빈(哈爾濱)→무단장(牡丹江)→투먼(圖們)’. 지난 8월26일부터 30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행적이다. 지린성과 헤이룽장(黑龍江)성을 통 크게 누볐다. 지난 5월 돌아본 랴오닝(遼寧)성을 합치면 ‘만주경제’ 시찰을 마친 셈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은 중국과의 교류협력 강화를 통해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중 간 모종의 ‘빅딜’을 시사한 발언이다. 만주 창·지·투(長·吉·圖, 창춘·지린·투먼)에서 벌어지는 북·중 신(新)밀월 관계를 살펴봤다.


동해까지 이어지는 ‘만주노믹스’의 엔진 … 북·중 신밀월 공간으로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xiaokang@joongang.co.kr



지난달 16일 북한 노동신문 6면에 ‘날을 따라 변모되는 중국 동북지방’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먼저 중국 동북 3성과 북한의 지리·경제·역사·문화적 측면에서의 밀접한 연계를 소개한 뒤, 중국공산당의 관심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커다란 발전을 이룩했다며 칭찬했다. 이어 동북지방의 공업과 농업생산이 크게 성장하고,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으며, 주민 복지도 증진됐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중국 동북지구는 장차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길에서 끊임없이 발전하며 더욱 변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중 기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김 위원장이 한 말을 뒷받침한 보도였다. 지난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 이후 전개된 북·중 신밀월 기조가 ‘만주노믹스(만주 경제)’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고구려·발해의 땅, 중국 핵심 공업지역으로



중국은 지리적으로 화북, 화동, 화남, 화중, 서북, 서남, 동북 7개 대권역으로 나뉜다. 한반도의 모양이 웅크린 호랑이라면, 중국 지도는 한 마리 닭을 닮았다. 우리에게는 만주로 더 익숙한 동북지역은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성과 네이멍구자치구 동부를 포괄한다. 닭의 머리에 해당한다. 총면적 124만8000㎢로 남한 면적 12배의 광활한 땅이다. 비옥한 흑토평야,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대형 공업벨트를 갖췄다. 신중국 초기 중공업의 요람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전 중국 자동차 생산의 4분의 1, 중대형 트럭의 2분의 1, 선박의 3분의 1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중국의 핵심 공업지대다.



사회·역사적으로 보면 만주 일대는 한족, 조선족, 만주족, 몽골족 등 10여개 민족이 모여 사는 중국의 대표적인 다민족 거주지다. 하(夏)왕조 시기 구이(九夷), 동이(東夷)라 불리는 거주민이 살았다는 기록으로 역사에 처음 등장한다. 주(周)대에 이곳엔 3대 종족이 출현했다. 동부의 숙신(肅愼), 서부의 동호(東胡), 중부의 예맥(濊貊)족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 한(韓)민족의 선조인 예맥족의 일부는 부여(夫餘)와 고구려(高句麗)를 건국했다. 당(唐)대에는 숙신의 후예인 말갈(靺鞨)족을 주된 주민으로 하는 발해(渤海)국이 세워졌다. 10세기에는 동호의 후예인 거란(契丹)인들이 요(遼)나라를 세워 발해를 무너뜨리고 화북지방으로 세력을 넓혔다. 12세기 초에는 만주 동북부에 거주하던 숙신의 후예 여진(女眞)족이 요나라를 무너뜨리고 금(金)나라를 세웠다. 이어 동호족 계열인 몽골족이 크게 발흥해 중원 대륙에 대원(大元)제국을 세웠다. 이후 여진족의 후예인 만주족의 누르하치와 홍타이지가 만주 일대를 평정해 오호츠크해에서 바이칼 호수에 이르는 만주 전역을 정복한 뒤 그 기세를 몰아 중국 대륙을 지배했다. 청말에는 러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이 대륙침탈의 교두보로 장악한 곳도 바로 만주였다. 1932년 일본은 괴뢰 만주국을 세워 14년간 이곳을 실효적으로 지배했다. 일본 패전 후에는 소비에트군이 진주했다. 중국공산당이 국민당과의 내전을 승리로 이끈 기반도 바로 만주 선점에서 나왔다.



개혁·개방 이후 개발에서 소외됐던 동북지방이 새롭게 재조명 받은 것은 2002년 중국공산당 16차 당대회에서였다. 공산당은 “동북지구의 노후 공업기지를 속히 조정·개조하고, 자원 채굴형 도시 발전과 산업 접목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이래, 중국의 기존 3대 경제 엔진인 주장(珠江) 삼각지대, 창장(長江) 삼각지대, 베이징-톈진지대에 이어 4대 경제지구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동북진흥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후진타오를 위시한 4세대 지도부가 제시한 동북진흥 전략은 ▶다롄을 중심으로 동으로 단둥, 서쪽으로 진저우를 아우르는 랴오닝 연해경제벨트 ▶만주의 핵심 도시인 선양 경제구 ▶헤이룽장성의 하얼빈-다칭-치치하얼을 잇는 하다치 공업회랑 ▶지린성을 가로지르는 창·지·투 경제구로 이뤄진 네 개 축이 핵심 엔진이다.



동북아 대규모 자유무역지대 야심 ‘창·지·투’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창·지·투 개발사업은 동북 3성 가운데 경제규모가 가장 작은 지린성의 핵심 개발전략이다. 2009년 11월 16일 국무원이 창·지·투를 개발개방 선도구로 하는 ‘중국 두만강 구역 합작개발계획 강요’를 통과시키면서 국가급 사업으로 승격했다. 2016년까지 100억 위안(1조7200억원)을 투자해 북·중·러 접경도시인 훈춘(琿春)에 동북아 변경무역센터를 건립하며, 2020년까지 창춘과 지린 및 투먼 지역을 동북아 물류기지로 개발해 이 지역 경제규모를 현재의 4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과거 만주국의 수도인 신경(新京)이었던 지금의 창춘에서 시작해 두만강 일대를 아우르며 동해로 빠져나오는 연면적 3만㎢를 대규모 동북아 자유무역지대로 키우겠다는 야심이다.



창·지·투 개발계획은 이번이 첫 시도는 아니다. 1992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훈춘시를 중심으로 한·북·중·러·몽 5개국 협력개발 프로젝트를 내놓은 것이 시작이었다. 1999년에는 옌볜조선족자치구가 포함된 2차 개발계획을 내놓으면서 범위가 한층 확대됐다. 2009년 국무원을 통과한 3차 계획은 투먼에서 415㎞ 떨어진 창춘시까지를 두만강 개발범위에 포함시켰다. 두만강 일대를 넘어 만주 중심부를 가로지는 핵심 경제 벨트로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3차 개발계획은 그동안 발전을 가로막던 교통망 해결에 주안점을 뒀다. 창·지·투를 가로지르는 고속철도는 현재 창춘∼지린 구간부터 건설에 들어갔다. 지린∼투먼 구간은 올해 안에 착공할 예정이다. 이 창·지·투 철로는 유럽의 유레일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노선이다. 서쪽으로는 몽골 동부 초이발산에서 중국 네이멍구를 잇는 중·몽 대륙횡단 철로와 이어진다. 동쪽으로는 중국이 지난 3월 10년 사용권을 획득한 북한의 나진항과 이어질 예정이다. 훈춘에서 러시아 자루비노항으로 넘어가는 연계 운송망도 이미 시범 운행 중이다. 창·지·투의 동해 출구가 본격적으로 뚫리면 그동안 다롄을 통해 보름 가까이 걸리던 대일본 물류 기간이 하루로 크게 줄어들 예정이다.



나진·청진 통해 해상 운송 … 북·중 경협 가속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 직후인 9월 2일부터 6일까지 창춘에서 열린 ‘제6회 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는 북·중 간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장이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구본태 북한 무역성 부상(차관)은 “나선 특구를 가공무역과 중계무역을 전담하는 국제 무역지구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창·지·투 개발계획과 북한 나진·선봉을 연결해 국제무역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또 투먼시에는 북·중 주민들이 무관세로 국경무역을 할 수 있는 ‘호시(互市)무역시장’을 1만㎡ 규모로 조성키로 합의했다.



중국의 북한 항만 확보 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창리(創立)그룹은 2008년 이미 나진항 사용권을 확보했으며, 지난 6월 옌볜 하이화(海華)무역공사는 북한 청진항 사용권을 확보한 바 있다. 북한 역시 올 1월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가 나선시를 특별시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동북 3성 개발과 나선을 연결해 중국 자본과 인프라 투자를 적극 유치하려는 노림수다. 이번 동북아무역박람회장에서 북한 김수열 나선시장은 훈춘의 중롄(中聯)해상운송공사와 나진항을 이용해 컨테이너 운송선을 운항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르면 연내에 나진항과 청진항을 통한 해상 운송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겐 북방 진출과 남북 경협 확대 기회



수교 18년간 동북 3성은 한·중 경제협력이 상대적으로 더딘 지역이었다. 동북지방에서의 한·중 경제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주중 한국대사관은 지난 7월 지린성과 네이멍구자치구에서 대규모 한·중 우호주간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중국 차차기 지도부인 6세대 선두를 달리는 후춘화(胡春華) 네이멍구 당서기와 쑨정차이(孫政才) 지린성 당서기가 참가해 국내 경제대표단과 면담했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지린성 정부와 포괄적 협력관계를 맺고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창·지·투 인프라 건설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도 지난 8월 창·지·투 지역을 나흘간 시찰하며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성근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나선특별시 개발과 중국의 동북 3성 개발은 한국에 북방 진출과 남북경협 확대의 기회요인”이라며 “북방 지하자원 확보 및 국내 도입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의 관련 전문가들은 중국의 동북 지역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번영하는 만주노믹스의 성공이 한반도 통일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며 바로 지금이 국내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만주노믹스에 적극 참여할 호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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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xiao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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