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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선택] 현대중공업

중앙일보 2010.10.06 00:05 경제 13면 지면보기
올 들어 선박 발주가 회복되고 있다. 지난해 워낙 나쁘긴 했지만 상반기 발주량이 이미 2009년 한 해 분량과 맞먹는다. 곡물·석탄·철광석 등을 나르는 벌크선과 원유·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인 탱커 주문이 많았다. 하반기 들어서는 컨테이너선 발주도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2007년과 2008년 상반기의 초호황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전 세계의 연간 선박 발주 전망치는 2008년의 절반 수준이다.


조선+발전+에너지 … 글로벌 정상 노려

세계 경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조선업은 2012년께나 본격적인 업황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조선업 쪽에 투자할 종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톱픽은 따로 있다. 현대중공업이다. 이 회사를 밝게 보는 이유를 ‘외도를 많이 해서’라고 하면 좀 불손한 표현일까. 어떻든 모태 사업인 조선업보다 다른 분야의 성장성이 크다는 게 현대중공업의 매력이다.



현대중공업이 뭐 하는 회사냐고 묻는다면 ‘조선’이라고들 할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발전·에너지 회사’라는 답이 많아지지 않을까 한다. 현대중공업이 하고 있는 발전·에너지 분야 사업은 발전소와 화학공장을 짓는 플랜트 사업부, 송·배전 설비와 선박용 전자장비를 담당하는 전기·전자 분야, 선박 엔진과 발전기를 만드는 엔진기계사업부 등이 있다. 현대중공업의 사업을 조선, 발전·에너지, 그리고 기타로 나눈다면 2012년 예상 매출 비중은 36(조선) 대 51(발전·에너지) 대 13(기타)이 될 것이다. 조선 분야의 외형과 이익이 주춤하더라도 다른 분야가 충분히 이를 벌충하고 남는 구조다. 이런 점이 바로 현대중공업을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비조선 분야의 성장 전망도 밝다. 이 회사 전기·전자 사업의 70%를 차지하는 송·배전 설비 분야가 대표적이다. 송·배전 설비는 발전소에서 가정까지 가는 전기의 전압을 때론 높이고, 때론 낮추는 장치다. 이 분야에서 현대중공업은 GE·지멘스 등 선두 업체보다 15% 정도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중동·아시아·동유럽 시장 등지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중동에선 이미 30% 이상을 차지했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5년 안에 송·배전 설비 세계 톱5 안에 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발전소·화학공장 건설 같은 플랜트 분야는 오래전부터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 전통적인 강호라 불릴 정도고, 신사업인 태양광·풍력 발전 분야도 유망하다. 특히 해상 풍력은 발전기 제조 기술에 해상 구조물을 만드는 풍부한 경험까지 갖추고 있다. 이에 더해 현대중공업은 내년 초 생산을 목표로 중국에 풍력발전기 제조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 정부가 태양광·풍력 발전소의 대대적인 건설계획을 갖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 가지,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최근 많이 오른 데 투자자들이 부담을 가질 수는 있다.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다른 조선사들도 모두 주가가 올랐다. 그러면서 조선 업체들의 주가수익비율(PER) 등 가치 평가 수준이 비슷하게 맞춰진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여느 조선사와 달리 발전·에너지 비중이 높아가고 있는 점을 생각한다면 조금 다른 수준의 가치 평가를 기대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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