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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99%“입사해보니 딴판 … 이직 고민 중”

중앙일보 2010.10.05 03:00 경제 1면 지면보기
지난해 1월 은행에 입사한 신입사원 A씨(28)는 2년이 채 안 돼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주위에선 “보수도 좋고, 안정적인데 왜 그만두려 하느냐”며 말린다. 하지만 A씨의 생각은 다르다. 그의 관심은 다른 데 있다. 돈을 좀 덜 받고 불안정해도 좋으니 ‘보람찬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본지·인크루트, 1~3년차 새내기 대상 설문

그가 하고 싶은 일은 외환 관련 업무다. 입사 당시 자기소개서에도 ‘글로벌 뱅커가 되고 싶다’고 썼다. 하지만 그는 하루 종일 지점 창구에서 손님을 상대하고 있다. 일에 흥미가 없다 보니 애사심도 생기지 않는다. 잘못은 신입이, 공은 선배가 가로채는 조직 문화도 불만이다. 가까운 선배들은 “참아야 한다”고만 한다. 처음부터 너무 좋은 일만 하겠다고 욕심을 내는 게 아니냐며 스스로 반성도 해봤다. 하지만 며칠 전 나갔던 대학 동창 모임에선 다들 같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 언제 이직하느냐’는….





신입사원의 99%가 이직을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와 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종업원 300명 이상 기업 1~3년차 신입사원 49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다. 특히 신입사원들은 회사 분위기가 입사하기 전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 불만을 갖고 있었다.



보수에 대한 불만 외에 ‘내 회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이직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였다. 이동통신업체 신입사원 K씨(29)는 “회사 대우가 좋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동기들 몇 명은 로스쿨 간다, 유학 간다며 그만뒀다”며 “돈보다 더 중요한 ‘애사심’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사에 정을 붙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것도 신입사원들이 좌절감을 느끼는 이유다. 제조업체 신입사원 H씨(29)는 “사적으로는 편하게 말할 수 있지만 회의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의견을 낼 수 없는 분위기가 문제”라고 말했다. 바른 소리를 할 기회가 없는 데다 의견을 내도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불만으로 꼽았다.



닮고 싶은 롤 모델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직속 상사부터 임원까지 좀처럼 따르고 싶은 선배가 없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업체 신입사원 J씨(29)는 “다들 윗사람 눈치를 보고 산다”며 “직급이 높을수록 임원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한 제조업체 부장은 “배울 만한 상사가 되지 못한 선배들의 잘못”이라면서도 “신입사원이 꿈꾸는 완벽한 선배는 없다. 선배의 장점은 장점대로 배우고, 단점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회사 내 선후배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입사원들은 ‘선배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고, 선배들은 ‘젊은 사람들이 생각이 짧고, 이기적’이라고 여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들은 집단을 위한 ‘헌신’보다 개인적인 ‘성취’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회사의 주력 세대가 될수록 회사 문화도 개인의 자율성·창의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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