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침몰하던 천안함 보고 정신이 아득했죠”

중앙일보 2010.10.05 00:52 종합 25면 지면보기
“그날 밤 동료들 모두 고생했는데 혼자 상을 받게 돼 미안하네요.”


옹진군 어업지도선 김정섭 선장
병사 구조 공로 국무총리상 받아

인천시 옹진군 어업지도선 227호의 선장 김정섭(56·사진)씨가 최근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지난 3월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이 침몰하던 당시, 칠흑 같은 밤바다로 출동해 위험을 무릅쓰고 해군 장병들을 구출해 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김 선장이 옹진군청으로부터 천안함 구조를 위해 출동을 통보받은 것은 3월 26일 오후 9시55분쯤이었다. 하루 종일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어업지도 활동을 한 뒤 대청도 선진포구항으로 돌아와 쉬고 있던 참이었다. 227호는 다른 2척의 어업지도선과 함께 20여 분 만에 사고 해역인 연화리 앞 1.8㎞ 해상에 도착했다. 천안함은 이미 함미 부분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오른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사고 해역에는 강풍과 함께 파도가 소용돌이치면서 어업지도선도 조리질을 쳤다. 김 선장은 “이곳 바다에서만 30년 이상 배를 몰았지만 악천후 속에 침몰해 가는 군함과 위기에 몰린 병사들을 대하니 정신이 아득했다”고 말했다. 이 순간 천안함 함교에서 차가운 바닷속으로 다이빙하듯 뛰어드는 한 병사가 눈에 띄었다. 나중에 천안함 전탐장 김정운(43) 상사로 밝혀진 이 병사는 차가운 바다를 헤엄쳐 파도에 떠내려가는 구명정을 천안함으로 끌고와 전우들을 구했다. 해경 경비함이 도착해 구조활동이 본격화되자 김 선장은 온몸이 새파랗게 얼어 있는 김 상사를 227호로 건져 올렸다. 227호는 천안함 뱃머리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던 하사 1명을 더 구출해 백령도 용기포항에 대기 중이던 군 앰뷸런스에 인계했다.



김 선장과 김 상사는 2개월여가 흐른 뒤 백령도에서 다시 만났다. 김 상사가 생명의 은인을 찾아 휴가를 내 김 선장을 찾아온 것이다. 김 선장은 “그날 밤을 생각하니 김 상사가 다시 살아 돌아온 듯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