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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다, 청정음악 놀이터 ‘수요예술무대’

중앙일보 2010.10.05 00:34 종합 26면 지면보기
‘수요예술무대’로 돌아온 한봉근 PD.
2010년 가을, 반가운 옛 친구가 돌아온다. 1992년 11월 첫 방송해 13년간 한국 음악시장의 든든한 그린벨트 역할을 했던 ‘수요예술무대’. 그 청정음악구역이 2005년 10월 막 내린 지 5년 만에 부활한다. 100% 라이브 무대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음악성의 고집까지, 옛 모습 그대로다. 무대 뒤 조타수의 얼굴도 주름만 두엇 늘었을 뿐, 소탈하고 푸근한 한봉근(52) PD도 한결 같다. 달라졌다면, MBC가 아니라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을 통해 방영된다는 사실이랄까.


5년 만에 MBC에브리원에 둥지
13년 지킨 한봉근 PD도 돌아와
바비 킴, 이루마 공동 MC 맡아

1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진행된 첫 녹화 현장. 중계차에서 현장 VCR을 체크하는 한 PD에게 수시로 손님이 찾아왔다. 소니 등 음반·기획사 관계자들이다. 복귀를 축하하는 모습이 마치 동창회 같았다.



“5년 간 외주제작 프로를 총괄하고 있었는데, 근질근질했죠. 해외 뮤지션이 공연만 하고 떠났다는 소식에, ‘아까워라’ 한 게 셀 수도 없어요. 예전엔 내한 전부터 읍소하고, 숙소까지 찾아가 설득해서 우리 무대에 올렸으니까요. 지방 분들이나 공연 티켓 못 구한 팬들에겐 더 없는 서비스였죠.”(한 PD)



사라 브라이트먼·윈턴 마살리스·팻 매서니·척 맨지오니 등 굵직한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무대에 눈밝은 팬들이 열광했다. 색소폰의 마술사 케니G는 내한 때마다 단골 손님이었다. 미국 아티스트들 사이에선 ‘수요예술무대’가 ‘웬즈데이(Wednesday)’로 불리며 한국 가면 꼭 서볼 무대로 알려지기도 했다. 심야시간에 시청률 2~3%를 오가면서도 13년을 버틴 비결이다.



‘수요예술무대’가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에서 부활한다. 1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진행된 첫 녹화에서 밴드 자우림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연합뉴스]
“5년 전보다 상황은 더 안 좋죠. 아이돌 시장은 커졌지만, 음반 시장은 나빠져 해외 뮤지션들도 예전만큼 자주 오지 않고…. 그래도 한정된 TV 가수들 외에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인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5년 전 김광민·이현우 콤비에 이어 마이크를 잡게 된 MC는 바비 킴과 이루마. 각각 “‘수요예술무대’를 통해 데뷔했는데, 반갑고 영광이다”(바비 킴) “연주자가 설 자리가 부족한데, 부활해 기쁘다”(이루마)며 설렘을 드러냈다. 이루마는 이날 일본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와 협연을 선보이는 등 부활을 기다려 온 팬들의 환호를 샀다.



한양대 작곡과 출신인 한 PD는 요절한 천재 고(故) 유재하의 4년 선배다. 유재하의 데뷔 앨범을 공동 프로듀싱 했고, 음악 환경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던 사이였다. 87년 MBC에 입사해 ‘수요예술무대’ 한 우물을 판 고집도 일맥상통한다.



“운이 좋았죠. 프로그램이 예능국에 속했으면 개편 때마다 도마에 올랐겠지만, 편성에 속한 터라 회사 지원이 없는 대신 간섭도 없었죠. 시청률은 낮아도 MBC의 공영성을 대표하던 고급무대였다고 자부했는데, 결국은 이렇게 케이블채널로 옮겨가 살아나네요.“



2005년 프로그램 안팎의 사정이 겹쳐 ‘수요예술무대’는 막을 내리고 후속 프로그램 소속도 예능국으로 바뀌었다. ‘김동률의 포유’ ‘음악여행 라라라’ 등이 명맥을 이었지만 이번 개편에서 이마저도 사라졌다. 시청률의 상업 논리를 버티지 못한 셈이다.



“이왕 케이블채널로 넘어왔으니 지상파 때 못해본 과감한 시도도 해보려고요. 관객과의 퍼포먼스도 강화하고. 인기보다 음악의 본질을 파는 색깔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첫 방송은 13일 밤 10시. 예전엔 자정 넘어 12시20분에 방송해 사실은 ‘목요’예술무대였다. ‘수요예술무대’ 이름에 맞게 수요일 밤 방송하는 건 처음이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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