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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의 세상읽기] 끝나지 않은 위기, 불확실한 미래

중앙일보 2010.10.05 00:28 종합 33면 지면보기
주가가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파죽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경제의 놀라운 회복세를 자랑하기에 바쁘다. 올 상반기까지 각종 경제지표는 그런 자랑이 허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물가가 조금 걱정이고 부동산 경기의 침체가 다소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이만하면 경제 걱정일랑 접어둬도 괜찮을 법하다. 경제를 이만큼 살려놨으니 이젠 그 온기를 서민들에게까지 고루 퍼지도록 하는 일만 남은 듯하다. 그래서 하반기엔 온통 친서민 정책 일색이다. 이제 고단한 위기의 시절이 끝나고 찬란한 태평성대가 다가올 듯한 분위기다.



 그런데 이런 잔치 분위기의 한쪽에 어두운 그림자가 슬쩍 비치기 시작했다. 경기가 제대로 타오르지도 못한 채 다시 꺼질지 모른다는 불길한 징조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기 선행지수(전년 동월비)와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나란히 전달보다 하락했다. 경기동행지수는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고, 선행지수는 앞으로의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지표다. 두 지표가 동시에 하락했다는 것은 현재의 경기도 지난달만 못한 데다 앞으로도 경기가 가라앉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사실 경기선행지수는 올 들어 8개월째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경기 하강을 진작부터 예고해온 셈이다. 동행지수의 하락은 바로 예고된 하강국면이 드디어 시작됐다는 신호탄은 아닐까.





8월 산업생산은 광공업과 서비스업 모두 전달보다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의 상승세도 꺾였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건설투자의 부진과 소비의 침체를 감안하면 경기의 하강추세를 돌려세우기엔 역부족인 듯이 보인다. 하반기의 경기 하강은 결국 경제성장률의 둔화로 나타날 것이다. 사실 하반기의 성장률 둔화 또한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경제 예측기관은 물론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이 상고하저(上高下低)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상반기에 7.6%를 기록했던 높은 성장률이 하반기엔 4%대 중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4분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마이너스 성장의 반사작용, 즉 이른바 기저(基底)효과 때문이다. 결국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하반기부터는 성장률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한은과 KDI는 내년 성장률을 각각 4.5%와 4.4%로 전망했다. 금년 하반기 수준에서 하락세가 멈출 것이란 희망 섞인 예측이다. 정부는 내심 5%까지도 기대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민간연구소들의 전망은 영 다르다. 최근 내년 경제전망을 내놓은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내년도 성장률이 각각 3.8%와 4%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평균성장률 4.3%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수치다. 금년 하반기의 성장률 하락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경제전망이란 것이 늘 틀리기 마련이고, 각 경제주체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민간의 우울한 예상은 왠지 불길해 보인다. 그들이 성장둔화의 근거로 제시한 요인들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외적인 불안요인이 큰 몫을 차지한다. 무엇보다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 좀처럼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는 장기화할 조짐이고, 소비침체 역시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그렇다고 재정위기 이후 긴축기조로 돌아선 유럽이 활황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고, 만년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본도 기대난망이다. 선진국들의 성장 둔화는 곧바로 세계적인 수요감소로 이어져 수출로 먹고사는 신흥국들의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이다. 그동안 수출 호조로 버텨온 한국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수출의 증가세가 급격하게 꺾이면 기업의 설비투자가 급감할 수밖에 없고, 이미 기력을 소진한 소비가 살아날 가망도 없다. 경제성장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함께 부진하다면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다.



연간 4%에 못 미치는 성장률로는 청년실업도 해소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거나 혹시 모를 통일을 준비할 여력도 없다. 한국경제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경제가 회복됐다고 자랑할 때가 아닌 것이다. 어쩌면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더블 딥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지부진한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이 일상화한 ‘위기의 장기화’ 국면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다 지구촌 어디에서 예기치 못한 돌발악재라도 불거지면 진짜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이제 아쉽지만 잔치는 끝난 것 같다. 이 판에 출구전략은 사치다.



김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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