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142> 한국의 자원 개발

중앙일보 2010.10.05 00:28 경제 18면 지면보기
해외 자원 개발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점입가경입니다.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 싸움에서 중국은 일본에 대해 희토류(稀土類) 수출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냈고, 이에 일본이 항복한 모양세가 됐죠. 최근 한국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호수의 리튬 개발 사업에는 세계 각국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자원 개발은 과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 해외유전 개발 대가로 도로·발전소 지어주는 ‘패키지 딜’이 무기죠

윤창희 기자



한국은 에너지 자원의 97%, 식량 자원의 75%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세계 자원 수급 및 시장 변동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중국의 자원 싹쓸이, 곡물 가격 급등 등을 경험하면서 우리나라 같은 자원 빈국에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에너지 자원 분야

해외유전 개발 투자, 32% 늘어나 52억 달러




자원 분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부분이 석유·가스 등의 에너지 분야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 해외 유전 개발사업을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81년부터 해외 석유 개발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37개국에서 169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 나라의 에너지 획득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자주개발률이다. 우리 기업이 생산한 원유·가스 일일 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것이다. 즉 그 나라에서 생산되진 않지만 그 나라가 소유한 유전에서 생산된 에너지가 그 나라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몇 퍼센트인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한 국가의 에너지 자립도를 보여준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원유·가스 자주개발률은 9% 수준이다. 한국의 에너지 해외 의존도(97%)를 감안할 때 미미한 숫자지만 2006년 이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6년(3.2%)→2008년(5.7%)으로 올랐고, 지난 연말 기준으로 9%가 됐다. 이 같은 급상승의 원인은 지난해 페루의 사비아 페루,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 인수 같은 대형 인수합병이 성공적으로 완료됐기 때문이다. 영국 석유탐사업체인 다나 페트롤리엄(Dana Petroleum)을 적대적 인수합병(M&A)하는 데 성공한 한국석유공사가 인수 작업을 완료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원유 자주개발률은 10%대에 진입하게 된다.



해외 유전 인수는 공기업인 석유공사 외에도 국내 민간 에너지 업체나 해외 네트워크가 발달한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지난해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해 해외 메이저 석유 회사들은 투자를 줄였지만, 우리나라의 해외 유전개발 투자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52억 달러에 달했다.



안정성 높은 생산단계의 광구 투자에 치우쳐



그렇다면 유전 투자는 과연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유전 투자는 광구의 개발 상태에 따라 탐사 단계, 개발 단계, 생산 단계로 나뉜다. 자원 분야에서는 석유의 탐사·시추·미(未)생산 단계를 상류부문(upstream)이라고 부르고, 생산된 원유의 수송·정제·판매는 하류(downstream)라 한다. 유체인 석유를 마치 하천의 물 흐름에 비유한 표현이다.



유전이나 가스전은 탐사부터 실제 생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때문에 투자하는 광구가 어떤 단계인지에 따라 투자 내용은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탐사나 개발 단계 광구에 투자한 경우 위험성은 높지만 성공할 경우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실제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광구는 수익은 크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2000년 경제성이 불투명한 가스전을 사들였고, 이후 탐사 결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서 2013년 상업생산 이후 매년 최대 4000억원의 이익이 25년간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투자는 주로 생산광구(약 44억 달러)에 집중돼 있고 탐사(약 6억 달러)와 개발(약 1억 5000만 달러)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상류보다 하류 부문 투자에 편중돼 있는 것은 아직 자원개발의 역사가 일천해 고도의 경험과 기술이 필요한 상류 부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리스크가 큰 탐사 사업에 대해 실패할 경우 융자금을 감면해 주고 대신 성공할 경우 특별부담금을 징수하는 성공불융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등의 유전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최근 우리나라 업체들이 사용하는 방식이 이른바 패키지 딜(package deal)이다. 자원 개발권을 얻는 대신 현지 국가에 인프라나 발전소 등을 지어주는 것이다. 메이저 업체들과 경쟁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의 우수한 건설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광물 및 농림수산 자원 분야

희소금속 희토류·세륨 값, 최근 1년새 6~7배 올라




광물 자원의 경우 자주개발률은 현재 25.1% 수준이다. 정부는 우리 산업에 가장 중요한 6대 전략광종(유연탄·우라늄·철·동·아연·니켈)을 정해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캐나다 데니슨으로부터 생산 지분을 인수해 처음으로 우라늄 개발을 시작했다.



신성장 동력산업의 원료인 희소 금속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차 전지의 원료가 되는 리튬 부존량의 절반이 있다는 볼리비아 우유니 호수 개발 사업에 세계 각국이 각축을 벌인 것도 이런 상황을 말해준다.



에너지 분야에서 왕성한 식욕을 보이며 각종 유전 사냥을 진행 중인 중국은 희소 금속 시장에서 단연 ‘갑’이다. 중국은 안티몬·망간·희토류·스트론듐·인듐·카드뮴·실리콘·텅스텐 같은 상당수 희소 금속의 매장량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중국은 자원 무기화의 야망도 숨기지 않고 있다.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의 경우 중국은 전 세계 매장량의 59%를 갖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값싸게 공급해 해외 광산 대부분의 채굴을 중지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희토류의 97%를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희토류 가격은 최근 1년간 많게는 7배가 올랐다.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와 선글라스의 자외선 차단제 등에 필수적인 세륨의 경우 최근 1년간 가격이 6배나 올랐다.



정부, 희귀 광물 저장 비축기지 사업 추진



정부는 희귀 광물을 저장하는 비축기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광물 가격 급변동과 수급 불안에 대비해 아예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놓자는 취지다. 광물 가격이 일시적으로 치솟았을 때 저장해 놓은 광물을 풀어 값을 안정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에너지나 광물 자원과 비교할 때 농림수산 자원에 대한 해외 개발은 초보 단계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해외농업개발 10개년 기본계획’을 통해 2018년까지 주요 수입 곡물 국내 소비량의 10%인 138만t 수준의 해외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7년과 2008년 이어졌던 중국(곡물·제분), 러시아(보리·밀), 카자흐스탄(밀), 아르헨티나(밀·옥수수·대두) 등의 곡물 수출 규제로 해외 식량 개발의 중요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풀무원의 경우 중국에 대규모 농장을 운영 중이고, 남양 알로에도 멕시코와 연해주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농업개발은 투자 수익률이 낮고 자본 회수 기간이 긴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연구 아래 투자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자료 도움: 현대경제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지식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한국 석유공사, 한국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무순)






북한의 광물 자원은 …



30억t 동북아 최대 철광산 …

660억 배럴 원유 매장 가능성




북한의 광물 자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 지역에는 경제적으로 유용한 광물만도 220여 종이 있다. 매장량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광물도 중석·몰리브덴·흑연·중정석·형석 등 7종이다. 한반도 전체로 보면 금은광을 비롯한 광물 자원의 70% 이상, 철광은 90% 이상이 북한 지역에 편중 매장돼 있다. 특히 남한에서는 전혀 생산되지 않는 마그네사이트를 북한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텅스텐 매장량은 66만t으로 세계 2위다.



게다가 북한에는 상당량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3대 석유 회사인 중국 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발해 해역에 약 660억 배럴 규모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발해 해역은 북한 남포 앞바다가 있는 서한만까지 뻗어 있어 이곳에도 상당량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풍부한 북한의 자원을 두고 국제적인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005년 10월 지린성의 퉁화 철강그룹, 옌볜텐츠 철강그룹, 중강 그룹 등 3개 중국 기업이 향후 50년간 북한의 무산광산 개발권을 따내는 계약을 북측과 체결했다. 무산광산은 총 매장량 30억t, 가채 매장량 13억t으로 알려진 동북아시아 최대의 철광산이다. 이들 중국 기업이 무산철광 개발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최소 70억 위안(약 9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국가들의 관심도 높다. 본격적인 투자에 앞서 자원 개발 펀드나 관련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등의 간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의 라파지(Lafarge SA)는 평양 상원 시멘트사 지분 50%를 가지고 있는 이집트의 회사를 인수했다. 영국의 시노 캐피털사는 북한의 광물 자원 개발을 위해 5000만 달러 규모의 ‘조선 개발투자 펀드’를 조성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투자는 북핵 문제 등으로 남북한 관계가 경색되면서 지지부진하다. 우리나라가 남북한 자원 협력이란 이름으로 하는 대표적인 사업은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리의 정촌 흑연 광산 개발로 광물자원공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 역시 북한의 핵 실험 등으로 남북 관계가 꼬인 이후 부진한 상황이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