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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신도시 탕정2지구 예정지 현장르포

중앙일보 2010.10.05 00:19 1면 지면보기
아산시 탕정면 동산1리에 사는 한홍구(73)씨는 “보상을 받으면 곧 집을 내줘야 하기 때문에 다쓰려져 가는 집에서 살아왔다. 정부와 LH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회 기자]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고 해 16년을 참고 기다렸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업을 안 하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보상을 앞두고 주민 대다수가 은행에서 빚을 얻어 썼다. 이젠 삶의 희망을 잃었다.”


“정부 믿고 16년 참았는데 … 남은 건 빚 1200억 뿐”

1일 오전 아산시 탕정면 탕정농협 주차장 한쪽에 마련된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실을 찾았다. 유인범(60) 대책위원장은 “최근 국토해양부와 LH가 아산신도시 탕정2지구 사업을 취소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 예정지에 속해 있던 탕정면 12개 마을 주민들은 모두 절망에 빠졌다”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주민들은 정부발표와 공기업인 LH(당시 주택공사)를 믿고 불편을 참아왔다. 계획대로 진행했다면 이미 2008년 보상을 완료했어야 하지만, 보상은 커녕 이제와서 사업을 안하겠다니 고향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대책위 조사에 따르면 아산시도시 2단계 택지개발 승인과 함께 보상계획이 발표된 2007년 말부터 지역주민 대다수가 탕정농협,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으로부터 얻어 쓴 빚이 1200억원에 달한다. 1금융권은 부채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



이날 마을에서 만난 농민 A씨(58)는 “토지보상을 앞두고 너도나도 은행에서 빚을 얻어 썼다. 평생 농사만 짓고 살던 사람들이니 땅값이 오르기 전에 가까운 곳에 농사지을 땅을 마련해야 했다. 딸자식 시집 보내면서 혼수도 조금 더 해서 보냈다. 보상금 나오면 갚을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진 빚이 집집마다 많게는 수 천 만원에 달한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울먹였다. 탕정면 농민들은 대다수 포도농사를 생계수단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농장 일을 돌보지 않은 사람이 적지 않다. “인건비 상승 등 영농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져만 가는 마당에 보상을 앞두고 농사일에 전념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선문대 주변에 상가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B씨(47)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영업환경이 안 좋아도 보상에 대한 기대 때문에 지금까지 버텨왔다. 이제 와서 사업을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세입자 3명 중 2명이 2년 넘게 월세를 못 내고 있다. 그들 역시 보상을 바라고 지금까지 버텨왔고 (나도)나가라 소리 한번 하지 않고 기다렸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연말이면 부도로 넘어가는 상가건물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섭 대책위 총무부장은 “최근 매곡리 1구와 2구에서 주택과 토지가 경매로 넘어갔다. 연말이면 경매물건이 쏟아질 것이다. 이런 말하기 두렵지만 목맬 사람, 약 먹을 사람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제 와서 사업을 안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주민들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LH가 이제와서 ‘5년 보류’를 말하는 것은 사업을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 ‘차라리 백지화하라’는 말을 유도하기 위한 술수라고 생각한다. 주민들이 대책을 말하기에 앞서 정부와 LH가 주민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와 공기업이 할일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산신도시 탕정2지구 사업 사실상 취소



국토부 LH 118조원 빚더미 … 사업축소만이 회생의 길



주 민 원안 추진이 어렵다면 도로 기반시설이라도 …




아산신도시 탕정2지구 사업이 사실상 취소됐다. 지역주민들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도로기반 시설이라도 해줄 것을 국토부와 LH에 요구 하고 있다. 유인범 주민대책위원장(오른쪽)이 동서·남북 축도 예정지 교차점에서 당초 개발계획안 지도를 펴놓고 설명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최근 국토해양부가 아산탕정 택지개발사업 지역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아산시에 전달했다.



이에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재무 여건 악화로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어려우니 예정지구 지정을 변경해 달라며 국토부에 제안신청을 낸 바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아산시와 지역 국회의원인 이명수 의원에게 협의요청 공문을 보내 의견을 물었으나 이는 요식행위일 뿐 아산신도시 탕정2지구 사업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다.



전체 사업면적의 70% 포기



아산신도시는 배방지구, 탕정1지구, 탕정2지구 등 3개 지구로 이뤄지는데 이중 사업취소 결정을 앞두고 있는 2지구 면적(1247만3000㎡)이 가장 넓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산탕정 택지개발지구는 1998년 개발촉진지구로 지정된 이후 오랫 동안 행위제한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보상이 더 지연될 경우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지역주민들이 차라리 사업을 해제해 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주민의견이 들어오면 이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주민 대다수가 사업철회를 요구하면 택지지구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얘기다.



개발 중단이 예정된 지역은 당초 계획상 규모의 70.7%인 1247만3000㎡다. 그러나 2단계 1지구(517만㎡) 가운데 보상이 완료된 천안 불당동 232만2000㎡ 사업은 올해부터 시행하고 배방읍 일대 284만8000㎡는 이달 중 토지 보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때문에 “LH가 돈이 되는 노른자위만 삼키려 한다”는 주민들의 비난이 거세다.



왜 이렇게 됐나



국토해양부와 LH, 국회에 따르면 LH는 지구지정 이후 토지 보상 등을 진행하지 않아 사업을 취소하거나 재검토·연기할 수 있는 전국 138개 사업장 가운데 60곳 가량을 취소할 계획이다.



취소 대상은 아산 탕정2, 오산 세교3, 파주 운정3지구 등 신도시 3곳을 포함해 수도권 및 지방에 고루 걸쳐 있다. 인천 검단2지구도 사업이 늦어져 취소 대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토지 보상에 들어가지 않은 138곳 중 취소하는 60여 곳과 재검토 · 연기 등으로 당장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50여 곳을 합치면 사업 조정 대상은 모두 114곳에 이를 전망이다. LH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국토부와 협의를 거쳐 다음 달 초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H는 118조의 빚을 짊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내년 1조2000억원을 비롯해 2015년까지 3조3000억원을 LH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재정 투입에도 불구, 전문가들은 LH의 정상화 여부는 자구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구조조정방안의 추진 여부에 달려있다는 입장이다.



아산탕정2지구 사업 포기는 앞으로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익성을 갖춘 사업이라도 취급하지 않겠다는 ‘선(先)재무-후(後)사업’ 원칙에 따른 결과다.



“원안추진만이 살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산시와 이명수 국회의원, 지역 주민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조속한 사업추진과 보상’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LH로부터 ‘사업추진 5년 보류’안이 제시되면서 일부 주민들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다시 5년을 기다릴 바에야 사업을 백지화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보상을 예상하고 대출을 받아 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땅이라도 팔아 이자를 물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급박함 때문이다. 국토부는 “LH의 유력한 안은 ‘5년간 보류’라면서도 기다렸다는 듯이 사업축소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문을 아산시에 서둘러 보낸 것은 이 같은 주민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의 주장대로 당장 사업지역 땅을 원래대로 돌려놓는다고 주민들의 피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2일 열린 주민 간담회에서 복기왕 아산시장은 “사업이 백지화될 경우 이곳은(탕정2지구)은 다시 보존관리지역이 된다. 개발이나 토지 매매가 자유롭지 못하다. 16년 동안 입은 피해에 대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그들(LH와 국토부)만 좋은 일을 만드는 것이다. 끊임없이 원안추진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LH, 국토부가)마련한다”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다른 대안은 없나



아산시와 국회의원, 대다수 지역주민들이 ‘조속한 사업추진과 보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LH나 국토부가 주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주민들은 국토부와 LH에 신도시의 동서남북을 가로지르는 축 도로와 내부순환도로 등 당초 사업계획에 있던 도로기반 시설이라도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도로기반 시설이 갖춰질 경우 인접한 12개 마을의 땅값이나 집값의 급락을 막을 수 있고 향후 다른 개발 계획도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현재 아산신도시 주변 도로는 삼성전자 탕정지방산업단지 등을 오가는 교통량이 늘면서 극심한 체증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아산신도시 배방지구, 탕정1지구 개발이 완성될 경우 일대 교통정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산신도시 내 도로시설이 계획대로 갖춰질 경우 교통정체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서 축 도로는 KTX 천안아산역에서 삼성전자 탕정지방산업단지까지 연결되는 도로이고 남북축 도로는 아산신도시에서 북천안IC까지 연결되는 도로이다. 여기에 내부순환도로까지 완성되면 일대 교통정체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지도참조)



주민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는 LH와 국토부에 이미 전달됐다. 아직 이에 대한 답변은 없는 상태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주민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토부와 LH가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찬우 기자

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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