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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바람 난 배우자를 땡전 한 푼 없이 쫓아낼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0.10.05 00:16 11면 지면보기
유유희 변호사
바람 난 배우자를 땡전 한 푼 없이 쫓아낼 수 있을까? 과거 재산분할이 인정되지 않던 때에는 어쩌면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나, 위자료 외에 재산분할이 별개로 인정되는 현행 법제 하에서는 안타깝지만 어려워 보인다.



대체 재산분할과 위자료가 어떻게 다르길래 감히 나를 두고 부정행위를 저지른 배우자를 알몸으로 내쫓을 수 없단 말인가.



말 그대로 이혼위자료는 상대방 배우자의 유책. 불법한 행위에 의하여 그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부득이 이혼하게 된 경우 그로 인하여 입게 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기 위한 손해배상을 말하고, 재산분할은 혼인 중에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분배를 말한다.



따라서 위자료는 특별히 그 대상이나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순수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요소만 적용되므로 인정되는 금액이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재산분할의 경우 그 대상은 원칙적으로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취득한 재산이므로 자신의 재산 증식 혹은 유지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인정되는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라 할지라도 (거액의 위자료를 부담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자신이 협력하여 이룩한 공동재산에 대해서는 분배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과연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이 무엇인가.



우선, 재산분할의 대상은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취득한 재산이어야 하므로 부부 일방이 혼인 전 취득하여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이라도 쌍방의 협력과 관계없이 부부일방이 취득한 재산(예:상속, 증여)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특유재산이라도 상대방이 그 재산의 유지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볼 수 있는 예외적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한도에서 분할 대상이 된다. 그러나 실무상 법원은 위와 같은 특유재산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하더라도 그 비율은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의 분할비율보다 낮게 인정하고 있다.



또한, ‘쌍방의 협력’이란 직업을 갖고 경제활동을 하여 소득을 얻는 등 직접적, 실질적, 적극적인 협력은 물론, 내조 등에 의한 간접적인 협력도 포함된다.



따라서 일방배우자가 주로 마련한 자금과 노력으로 취득한 재산이라 할지라도 상대방배우자가 생활비조달, 내조 등의 간접적 기여를 하였다면 ‘쌍방의 협력’에 포함되고, 그 기여도(분할 비율)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참고로, 작년까지 전국 1심법원에서 선고된 재산분할사건의 판결 중 50% 재산분할을 인정한 비율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여성의 입장에서 볼 때 재산분할이 위자료와 별도로 인정되면서 바람 난 배우자를 응징하기는 어려워졌을지 모르지만(간통죄도 폐지될 위험이 있다) 위와 같이 여성들의 가사노동 및 내조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점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유유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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