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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 위 결투’ 이대호 방망이를 쳐다보는 이유

중앙일보 2010.10.05 00:15 종합 28면 지면보기
올해 준플레이오프(준PO)는 이대호(28·롯데·사진)로 시작해서 이대호로 끝날 조짐이다.


공수 활약 1·2차전 롯데 승리
부진했던 3·4차전 두산 승리

준PO 1~4차전을 치르는 동안 4번타자 이대호의 표정은 수시로 변했다. 그에 따라 팀이 이기고 지는 ‘이대호 시리즈’가 연출되고 있다.



이대호는 4차전이 열린 지난 3일엔 상당히 괴로운 얼굴이었다. 방망이가 잘 맞지 않자 허벅지로 배트를 부러뜨리는 시늉까지 했다. 이대호는 1회 무사 만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지만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후 볼넷 두 개를 얻었을 뿐 안타를 치지 못했다. 6회와 8회 플라이 아웃 때는 앞선 타자 3번 조성환이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이대호 타석에서 공격의 흐름이 끊겼다. 결국 롯데는 4-11로 대패했다.



주루에서도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0-2로 지고 있던 5회 무사 1, 2루에서 카림 가르시아의 중전 안타 때 2루에 있던 이대호는 무리하게 홈을 파고들다 아웃됐다. 이대호는 5-6으로 석패한 3차전에서도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삼진 세 개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3루 수비에서도 2-1로 앞선 4회 무사 만루에서 손시헌의 땅볼을 놓쳐 2-3 역전을 허용하는 뼈아픈 실책을 저질렀다.



반면 1, 2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이대호는 공수 모두에서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3루 수비에서 팀을 몇 차례나 구해냈다. 1차전 3회 1사 1, 3루에서 고영민의 까다로운 땅볼을 잡은 뒤 민첩하게 2루로 던져 1루 주자 이종욱을 잡아냈다. 이어 2루수와 포수를 거쳐온 공으로 3루 주자 손시헌까지 태그아웃시켜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날 다섯 번의 3루 내야 땅볼을 실수 없이 모두 막아냈다. 팬들은 이대호에게 ‘홈런 치는 수비요정’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이대호는 2차전에서도 4-1로 앞선 연장 10회 말 선두타자 이원석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한 뒤 재빨리 1루로 송구하면서 두산의 반격 불씨를 꺼버렸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공격력 강화를 위해 수비가 다소 불안했던 이대호를 3루수로 내세웠는데, 이대호는 호수비로 보답하면서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타격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1차전에서 4타수 2안타·2타점으로 활약하며 10-5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에서는 연장 10회 초 두산 정재훈으로부터 결승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정규시즌 타격 7관왕다운 불꽃 방망이를 터뜨리며 준PO의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5차전에서도 승부의 키는 결국 이대호가 쥐게 될 전망이다. 그가 어떤 공격과 수비를 해주느냐에 따라 팀의 승패가 갈렸다. 5일 최종전에서 다시 이대호를 쳐다보게 되는 이유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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