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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기자의 길맛, 맛길 ③ 도산공원 앞길

중앙일보 2010.10.05 00:11 경제 22면 지면보기
골목길에선 걸음걸이가 느려진다. 길 너비가 만만해서 좌우 매장을 모두 둘러보고 싶은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가로수 길’과 ‘도산공원 앞길’이 ‘뜬’ 이유도 이런 골목길 심리 때문이다. 두 길 모두 차도는 있지만 폭이 좁아서 차가 천천히 달린다. 이 때문에 무단횡단이 가능하다. ‘교통법규 위반’ 상황에 둔감할 배짱만 있으면 길 양쪽의 매장으로 옮겨 다니기는 아주 쉽다. 덕분에 쇼핑도 활기차진다.


겨울 패션 미리 보고 14가지 막걸리에 취해 볼까

그래서 이달에는 ‘도산공원 앞길’을 찾아가 봤다. 저렴한 가격의 스트리트 패션숍이 많은 가로수 길과는 달리 이 길에는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 고급 편집 매장들이 주로 입점해 있다. 그중 디자이너 릭 오웬스(Rick Owens)와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의 매장을 눈여겨볼 것을 추천한다. 트렌드세터들이 좋아하는 ‘핫’한 브랜드인 데다 겨울 옷 연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릭 오웬스는 가죽의 질감을 독특하게 표현하기로 유명하다. 디자인도 전위적이어서 개성이 강하다. 올겨울 세련된 ‘가죽옷 매치’를 고민한다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앤 드뮐미스터는 ‘블랙 앤드 화이트’를 고집하는 디자이너다. 그 외에는 계절마다 한두 가지 색만 부분적으로 사용하는데 올해는 베이지와 빨강이다. 겨울이면 유독 검은옷을 많이 입게 된다. 이럴 때 포인트 컬러를 어떻게 사용하면 효과적일지 좋은 샘플이 될 것이다.



르 카페의 ‘닭 가슴살 크레페’(왼쪽)와 마크홀릭의 ‘성게 알 밥’.
자, 이제 이 우아한 거리를 걷다가 배가 고파지면 무엇을 먹어야 할지 살펴보자. 유럽 스타일의 카페를 원한다면 마크 제이콥스 매장 바로 앞 ‘르 카페(Le Cafe, 02-544-3700)’가 적당하다. 밀가루 반죽을 밀전병처럼 얇게 펴서 구운 후 야채·고기 등을 싸서 먹는 ‘크레페’로 유명한 집이다. 다른 곳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메뉴이고 보기도 화려해서 군침이 절로 돈다. 30~40대라면 미팅 자리 단골 메뉴였던 ‘파르페’도 반가울 듯싶다. 아이스크림을 층층이 쌓고 막대 과자와 초콜릿·과일을 얹어 먹던 ‘있어 보이는 비주얼’의 디저트! 이 역시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메뉴라서 더 끌린다.



호림미술관 1층에 있는 ‘테이스트 앳(02-512-2970)’에선 ‘횡성한우 스테이크’를 먹어봐야 한다. 육즙이 달콤하고 고소해서 소스 없이도 두터운 스테이크 한 접시를 너끈히 먹어 치울 수 있다. 그런데 진짜 횡성한우일까? 테이스트 앳 매니저는 “롯데백화점에 횡성한우를 공급하는 업체가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자신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 집의 또 다른 추천 메뉴는 ‘쁘띠 애프터눈 티(2만5000원)’다. 오후 2~5시 사이에 주문하면 10종류의 케이크 조각과 차 또는 커피가 함께 나온다.



‘마크홀릭(02-549-9772)’은 막걸리와 샴페인을 주로 취급하는 레스토랑 겸 바다. ‘7080세대에게는 주점문화를, 90년대 세대에겐 록카페의 정서를 선물하겠다’는 게 컨셉트다. 막걸리 메뉴는 다양하다. 금정 산성막걸리를 비롯해 전국의 명품 막걸리를 14종이나 갖췄다. 힐튼 호텔 일식당 출신의 한영철 셰프가 개발한 안주들도 독창적이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장어구이 소스로 맛을 낸 주먹밥을 김으로 싸고 위에 성게 알을 얹은 ‘성게 알 밥’이다. 밥을 뭉치기 전에 프라이팬에서 살짝 볶기 때문에 젓가락을 대면 밥알이 쉽게 부서진다. 밥 덩이가 커서 반으로 잘라 먹으려 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그런데 일단 한 입 먹고 나면 굳이 젓가락을 사용할 생각이 없어진다. 손가락으로 냉큼 집어서 하나라도 더 먹는 게 현명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만큼 맛있다. 돼지고기 목살, 영양부추, 유자청 세 가지 맛이 어울린 ‘유자 항정살 구이’는 이 집에서 두 번째로 소문난 메뉴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skil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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