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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짜리 괴물’ 머신, 2.4초만에 시속 100km

중앙일보 2010.10.05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포뮬러원(F1) 경주차는 ‘자동차(car)’가 아니라 ‘머신(machine·기계)’이라고 부른다. 빨리 달리기 위해서만 만든 ‘괴물’이기 때문이다. 시동을 걸면 머신은 굉음을 토해낸다. 그 소리는 ‘둥둥’ 울리는 중저음이 아니라 ‘앵앵’거리는 하이소프라노로, 150데시벨 이상이다. 전투기 엔진이 비슷한 150데시벨이니 난청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서킷에서는 귀를 막고 관전하는 팬이 적지 않다. 하지만 “F1 엔진 소리가 오케스트라처럼 아름답다”는 팬이 많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한국도 F1 시대 ② 머신과 서킷

F1 머신은 8기통 2400cc 엔진을 사용한다. 콜라캔 정도의 실린더 8개가 750~780마력의 힘을 뿜어낸다. 같은 배기량의 중형 승용차가 180마력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다. 머신 엔진의 분당 회전수(rpm)는 1만8000회다. 보통 승용차는 7000rpm을 넘기 힘들다. 이 같은 힘을 바탕으로 머신은 직선주로에서 시속 350㎞의 속도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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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발력은 더 놀랍다. 정지상태에서 2.4초 만에 시속 100㎞까지 가속한다. 시속 200㎞까지는 5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빠르게 달리다가도 코너 구간에서는 급히 감속해야 한다. 보통 승용차는 시속 100㎞에서 정지까지 100m의 제동 거리가 필요하다. 머신은 시속 340㎞에서 80㎞까지 260㎞를 감속하는 데 100m면 충분하다. 이때 브레이크 디스크 온도는 섭씨 800도까지 치솟는다.



스피드를 내는 핵심 노하우는 기계적인 성능과 차체의 에어로 다이내믹스(공기역학)다. 시속 200㎞까지는 기계적인 성능이 스피드의 중요 변수지만 그 이상이 되면 공기의 흐름을 지배하는 자가 서킷의 지배자가 된다.



F1 머신 앞뒤에 달린 윙과 엔드 플레이트, 차 후면 아래쪽 디퓨저 등은 차체를 타고 흐르는 공기 흐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윙의 목적은 비행기 날개와 정반대다. 비행기는 스피드와 날개를 이용해 육중한 쇳덩이를 하늘로 띄운다. 반면 머신의 윙은 머신을 밑으로 누르는 ‘다운포스’를 만들어 낸다. 그 덕분에 머신이 노면에 납작하게 붙어 고속으로 코너링을 할 수 있다. 다운포스가 중력보다 강하기 때문에 F1 머신이 터널 천장에 달라붙어 주행하는 것도 이론상으론 가능하다.



F1 머신 제작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연구·개발비를 포함한 F1 머신 한 대 가격은 100억원대로 평가된다. 스티어링휠(운전대) 가격만 3000만~4000만원에 이른다. 스티어링휠은 단순한 조향 장치가 아니다. 레이서의 입에 연결된 튜브로 음료를 공급할 수 있는 조작버튼도 달려 있다. 변속장치도 스티어링휠에 달려 있어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기어를 조정할 수 있다.



요즘 승용차 운전대에 오디오 조작장치 등이 달린 것은 F1 머신에서 응용한 것이다.



최첨단 기술이 집결한 머신이지만 에어컨·오디오 등 편의장치는 없다. 에어컨이 없어 말레이시아 세팡처럼 열대지방 서킷에서는 콕핏(조종석) 온도가 섭씨 50도를 넘는다.



오디오는 없지만 무선통신 장비가 있어 드라이버는 레이스 도중에도 감독과 교신하며 전략을 논의한다. 속도를 다투는 위험한 경기이기 때문에 안전 장치도 중요하다. 12겹 벌집구조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모노코크(차체)는 정면충돌 시 20t의 충격하중을 흡수할 수 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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