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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박찬욱·설경구 … 부산영화제 가면 이 맛은 꼭 본다는데

중앙일보 2010.10.05 00:09 경제 22면 지면보기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세계의 영화인들이 부산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 기간에는 ‘멀리서만 빛나던 별’을 거리에서 혹은 영화관 객석에서 마주치는 꿈같은 일이 종종 일어난다. 영화인들을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소는 식당이다. 영화제가 오래되다 보니 영화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들도 있다. 영화인들에게 그들이 즐겨 찾는 맛집을 물어봤다. 이곳에 가면 그들의 옆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글=윤서현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뼈째 길게 썰어 나오는 줄가자미회

씹을수록 고소하고 단맛 배어나와




“부산에 가면 횟집 ‘동백섬’에 꼭 간다. 부산에는 많은 횟집이 있 지만 그중에도 동백섬의 ‘이시가리’ 회가 최고다. 종업원 말로는 ‘돌도다리’를 일본인들이 그리 부른다고 하더라. 어쨌든 나는 그 맛에 반했다. 내겐 이보다 더 고소하고 달콤한 생선회는 없다.”



‘동백섬’에 가면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는 줄가자미 회.
‘동백섬’은 바닷가가 아닌 해운대 뒷동네 구석에 박혀 있다. 무더운 평일 한낮인데도 3층 규모의 가게가 그야말로 발 디딜 곳이 없다. 흔히 ‘쓰키다시’라고 불리는 곁들이는 음식도 몇 가지 안 된다. 그런데도 이 집에 손님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는 박찬욱 감독도 극찬을 아끼지 않은 줄가자미(이시가리) 회 때문이다. 줄가자미는 ‘회의 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맛이 뛰어난 생선이다. 해운대엔 줄가자미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 꽤 있다. 그 가운데 ‘동백섬’이 으뜸으로 평가받고 있는 모양이다. 자연산만 취급하는 데다 백일선(55) 사장의 칼 솜씨가 뛰어난 덕분이란다. “아무리 좋은 고기라도 고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썰어야 참맛이 납니더. 이시가리는 이래 뼈째 길게 썰어야 제맛이지예.” 분홍색의 줄가자미 회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단맛이 난다. 될 수 있으면 초고추장 같은 진한 양념을 묻히지 말고 그냥 꼭꼭 씹어 먹기를 권한다. 곁들이 음식들은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내용은 알차다. 칼칼한 갈치조림과 바삭한 모둠튀김도 맛있고, 젓갈이 아낌없이 들어가 깊은 맛이 나는 배추김치는 배우 한채영이 싸 달라고 했단다. 9월 30일 기준 ㎏당 20만원이다. 해운대 그랜드호텔 뒤편. 051-741-3888.



숙성 반죽, 주문 받은 뒤에 면 뽑아

진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 어울려




“부산과는 인연이 깊다. ‘해운대’를 촬영하며 2008년 봄과 가을을 부산에서 보냈다. 그때 윤제균 감독 소개로 밀면을 처음 먹어 봤다. 그 맛에 반해 부산에 있는 동안 이틀에 한 번은 밀면을 먹었던 것 같다. 이번 부산영화제에 가면 그때를 추억하며 이곳을 찾고 싶다.”



‘가야밀면’의 밀면은 비빔으로 먹어도 맛있다.
한국전쟁 중에 부산으로 피란 온 이북 사람들은 고향 음식인 냉면이 그리웠다. 하지만 피란지에는 메밀과 전분이 귀했다. 아쉬운 대로 원조받은 밀가루로 냉면을 흉내 낸 국수를 만들어 먹었는데 그것이 밀면이다. 이제는 부산하면 밀면을 떠올리는 이가 많고 이 도시 어디에나 세 집 건너 한 집이 밀면집이라고 할 정도이니 부산의 대표 서민 음식이라 할 만하다. ‘가야밀면’은 41년의 역사를 지닌 밀면의 원조집이다. 밀면의 첫 상업화에 성공한 부모님의 뒤를 이어 아들 김창구(48)씨가 가야밀면을 만들고 있다. 가느다란 면발의 국수에 돼지뼈·양파·생강·다섯 가지 한약재를 고아 만든 진한 육수를 담고 그 위에 빨간 양념장을 얹은 모양새가 물냉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밀가루에 소금·물·소량의 소다를 넣고 반죽해 냉장 숙성시켰다가 주문받은 즉시 뽑는 노란 빛깔의 면이 아주 쫄깃쫄깃하다. 양념장을 푼 육수는 은근히 달착지근하고 자극적이면서도 시원해 중독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비빔을 좋아하면 육수 없이 혹은 소량만 넣고 비벼 먹어도 맛있다. 밀면·비빔면 4000원, 사리 1000원. 부산 지하철 2호선 동의대역 5번 출구. 051-891-2483.



꿈틀꿈틀 곰장어 석판 위에 익혀

매콤한 양념이나 고소한 소금구이




“고향인 부산에 갈 때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이 집에서 모인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부산 시원소주와 함께 즐기고, 마무리로 밥을 볶아 먹고 나면 자동적으로 내일 또 오겠다고 사장님한테 고백하게 된다. 영화제 기간에 데리고 간 영화인들 모두 100% 만족한 집.”



‘부추무침이랑 같이 싸먹어 드셔보세요.’ ‘기장 곰장어’ 이순난 사장이 알려주는 곰장어 구이 맛있게 먹는 법이다.
“생긴 건 징그러워도 이게 얼매나 꼬시고 맛있다고!” 푸근한 인상의 주인 아지매 이순난(43)씨가 수족관에서 곰장어 한 마리를 잡아 올려 재빠르게 손질한다. 곰장어 구이는 부산 기장의 한 마을에서 시작됐다. 원래 기장 사람들은 곰장어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전쟁 중에 이곳으로 몰려든 배고픈 피란민들이 버려진 곰장어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 그 맛이 의외로 좋았다. 이후 피란민들이 영도다리 밑에서 좌판을 깔고 곰장어를 구워 팔기 시작하면서 곰장어 구이가 널리 알려지고 소문난 부산의 먹을거리 중 하나가 됐다.



시뻘건 양념을 뒤집어쓰고도 꿈틀대는 곰장어가 알루미늄 호일에 싸여 나온다.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 석판에 호일째로 올리고 투명한 냄비 뚜껑으로 덮는다. 10여 분 후 곰장어의 웨이브 댄스가 잠잠해지면 먹을 타이밍이다. 양념구이는 양념맛과 곰장어의 기름진 맛이 어우러져 달착지근하면서 매콤하다. 소금구이는 다진 마늘, 채 썬 고추만 넣고 구운 뒤 소금 기름장에 찍어 먹는 것으로 곰장어 원래의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어느 쪽도 맛이 좋다. 곰장어 양념·소금구이(1인분) 8000원, 볶음밥 2000원. 해운대구 좌동 재래시장 내. 051-701-8921.



큼지막한 머리, 탱탱한 살코기

칼칼하면서도 속 풀리는 국물




“영화제 기간, 밤새 술 마시고 속 풀러 가는 영화인들은 두 파로 나뉜다. 복국파와 대구탕파. 그 중 대구탕파는 주로 감독과 현장 스태프들이 많다. 나도 대구탕파다. 시원한 국물이 해장에 최고다. 아침 일찍 이 대구탕 집에 가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는 영화인들을 볼 수 있다.”



대구 머리와 살코기가 들어있는 ‘속 시원한 대구탕 ’의 대구탕.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해운대 바닷가. 그 바다를 바라보며 대구탕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니 시원한 바다가 가슴속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맑은 대구탕 국물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하고 깊은 맛이 있다. 큰 솥에 대구 뼈·무·고추·마늘을 넣고 3~4시간을 끓인 국물이다. “그 이상 끓이면 국물이 텁텁하고 걸쭉해진다”는 게 김민철(38) 점장의 설명이다. 더욱 얼큰한 맛을 원한다면 국물에 청량초 다대기를 푼다. 탕 사발에는 큼지막한 대구 머리와 살코기가 두 토막씩이나 들어 있다. 고추냉이를 푼 간장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대구 살도 쫄깃하고 맛있다. 대구 살이 흐트러지지 않고 탄력이 탱탱하게 살아 있는 것은 바닷물에 재빨리 손질해 내는 아지매들의 숙련된 솜씨 덕분이란다. 지난 10년간 이 집은 ‘한국콘도 옆 대구탕집’으로 통했다. 그런데 올 1월 한국콘도가 철거되고 대형 건물 공사가 시작되면서 해운대 미포로 자리를 옮겼다. 태국어·일본어·중국어 메뉴판이 있을 정도로 외국인 손님도 많다. 공깃밥 추가는 무료, 국물도 리필된다. 대구탕 8000원. 해운대 미포 관광유람선 선착장 앞. 051-744-0238.



주문 직후 끓여 살아있는 복살

콩나물·미나리 넣어 시원한 맛




“부산에선 역시 복국이다. 해운대 주변만 해도 여러 집이 있지만 나는 한사코 초원복국으로 간다. 복국도 시원하고 반찬으로 나오는 시원하고 맵싸한 콩나물무침과 복 튀김이 아주 맛있기 때문이다. 영화제 기간 아침에는 속을 달래러 온 감독과 배우들을 여기서 많이 만난다.”



‘초원복국’의 시원한 복국.
‘초원복국’은 주문을 받는 즉시 복국을 끓인다. 그래서 시간은 조금 걸리지만 복의 살이 탱탱하게 살아 있다. 다시국물에 콩나물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 손질한 복을 넣고 10분간 더 끓인다. 여기에 미나리를 넣어 마무리한다. 맑은 국물의 복지리와 매운 양념을 더한 복매운탕이 있는데, 복국 본연의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원한다면 복지리가 제격이다. 국물 한 숟가락에 “허어” 하는, 속이 확 풀리는 소리가 절로 난다.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무료 복 튀김은 인기가 대단하다. 한창 바쁜 시간에 깜빡하고 복 튀김을 상에 올리지 않으면 양복 입은 점잖은 손님도 체면 불고하고 주방으로 달려와 가져갈 정도란다. 콩나물무침, 물에 불려 소금기를 뺀 염전 다시마, 갈치속젓 등이 밑반찬으로 나온다. 특히 그 흔한 콩나물무침이 이 집의 별미다. 복국 속의 콩나물을 건져 참기름과 고춧가루에 무친 것으로 그 구수하고 시원한 맛에 대여섯 번 리필은 보통이다. 1인당 2~3만원 가격으로 복샤브샤브· 복초회·복국을 즐길 수 있는 세트 메뉴도 있다. 복매운탕·복지리 9000원(은복), 1만5000원(까치복). 노보텔 앰배서더 지나 신시가지 고가도로 아래. 051-743-5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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