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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골짜기가 깊어졌다

중앙일보 2010.10.05 00:02 경제 19면 지면보기
<본선 32강전>

○·허영호 7단 ●·구리 9단



제 6 보
제6보(58~69)=58로 움직이자 구리 9단의 이마에 살짝 주름이 간다. 이 부근이 본래 칼칼한 곳이었다. 사실은 흑▲ 대신 ‘참고도’ 흑1도 생각했었다. 이렇게 해서 우하 귀를 몽땅 잡을 수 있다면 흑은 훨씬 편하게 앞서갈 수 있다. 하나 백2로 젖힐 때가 고민이다. 3으로 늘어 이 백을 잡을 수 있을까. 놓치는 날엔 우변 흑진마저 쑥대밭이 된다. 대마는 쉽게 죽지 않는 법. 대마잡이에 승부를 거는 것은 마지못해 행하는 도박일 뿐이다. 구리 9단은 결국 흑▲의 큰 곳을 두며 ‘우변 키우기’라는 안전한 카드를 선택했던 것이다.



59도 같은 의미다. 백의 ‘젖혀 나오는 수’를 막는 데 주력하며 귀살이를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백의 실리가 짭짤하다. 더구나 선수다. 결국 흑은 67로 문제의 약점을 깨끗이 해소했지만 살려주고도 후수를 잡았다는 게 실망스럽다. 선수를 잡은 백이 A 부근으로 푹 들어가 우변 삭감에 나선다면 흑은 집부족에 걸려들 공산이 커졌다. 그러나 허영호 7단은 형세에 만족한 듯 느긋하게 68부터 두었고, 그 순간 69가 새처럼 비상하며 화려하게 판을 수놓는다. 67, 69의 콤비네이션이 기어이 우변을 흑 천지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젠 골짜기가 깊어졌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참고도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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