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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허영호의 강습, 백32

중앙일보 2010.09.30 03:22 경제 19면 지면보기
<본선 32강전>

○·허영호 7단 ●·구리 9단



제 3 보
제3보(26~32)=선택 하나가 운명을 바꾼다. 비슷하게 바둑판 위에선 행마 하나가 판의 흐름을 결정한다. 바로 전보의 마지막 수인 흑▲ - 구리 9단은 이 수를 둘 때 A로 곧장 나가는 것보다 좀 더 탄력적이라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빗나간 감각이었다. 더구나 흑▲는 이제부터 두고두고 구리의 발목을 잡게 된다. 말하자면 운수 나쁜 날이다.



흑▲가 A에 있다면 26의 젖힘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참고도 1’ 흑1로 끊은 다음 5로 나가는 흐름이 흑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참고도 2’ 흑1로 끊어도 백2, 4의 호구가 거꾸로 안성맞춤이어서 흑은 다음 행마가 갑갑해진다. 구리가 결국 27로 후퇴하게 된 배경이다. 28은 흑B의 치중을 경계한 수. 잠시 힘을 내던 허영호 7단은 낮은 자세로 등을 웅크린다. 그런 허영호가 32에선 다시 한번 펄쩍 뛰어오른다. 32의 절단은 아마도 구리 9단 같은 싸움꾼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검토실도 허영호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가만 보니 32가 만만치 않다. 흑이 밀집된 곳이지만 - 그래서 병력 수에선 턱없이 밀리지만 - 32는 적진의 허약한 곳을 일직선으로 송곳처럼 찌르고 있다. 오늘 허영호의 배짱이 하늘을 찌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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