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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의 투자 ABC] 성공 투자의 기본 덕목

중앙일보 2010.09.30 03:06 경제 12면 지면보기
연말에 당신은 익명의 편지를 받는다. 1월에 주식시장이 올라갈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실제로 1월 주가가 오른다. 당신은 2월 1일에 같은 편지를 받는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시장에 겸손하라

이번 편지에는 주식시장이 내려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로 그달의 주식시장은 떨어진다. 이런 식으로 달마다 편지의 예언이 모두 맞아떨어지면 7월께 당신은 익명의 조언자를 완전히 믿게 된다. 이때 이 조언자가 어떤 펀드에 투자해 보지 않겠느냐는 내용의 편지를 당신에게 보낸다.



당신은 앞뒤 가려 볼 것 없이 가진 돈을 몽땅 쏟아붓는다. 그리고 두 달 후 무일푼이 된다. 위로하러 찾아온 친구에게 당신은 사정 이야기를 한다. 친구 역시 그런 수수께끼 같은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에게는 단 두 통의 편지밖에 오지 않았다. 두 번째 편지의 예측이 틀렸기 때문이다.



어찌 된 영문일까. 이것은 전형적인 사기다. 수법은 이렇다. 어떤 사람이 사기를 치려는 마음으로 전화번호부에서 1만 명의 이름을 골라낸다. 그리고 그중 절반에게는 ‘상승 장세’라는 편지를, 나머지 절반에게는 ‘하락 장세’라는 편지를 보낸다.



다음달 초 첫 번째 예측이 적중한 쪽에게 다시 두 번째 편지를 쓴다. 절반인 2500명에게는 ‘상승 장세’, 다른 절반인 2500명에게는 ‘하락 장세’를 예측하는 내용으로 보낸다.



이런 식으로 명단을 줄이면 150명 정도의 사기 대상이 선정된다. 이때 사기를 치려는 사람이 쓴 돈은 고작 우표 값, 봉투 값뿐이다. 그러나 150명의 사기를 당한 사람은 큰돈을 잃게 된다. 능력이라 믿었던 것이 알고 보니 사기였던 것이다.



이 내용은 나심 니콜라스 탈렙이 쓴 『행운에 속지 마라(Fooled by Randomness)』의 일부다. 작가는 책에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우연적인 사건이나 운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운을 능력이라 착각하지 말고 겸손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투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주식으로 돈을 잘 번 것이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운의 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항상 낮은 자세로 시장을 보게 된다. 본인보다 시장이 뛰어나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에 겸손하게 되면 열심히 기업을 연구하게 된다. 또 시세의 흐름에 따라 본인의 생각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게 된다. 겸손함이야말로 투자의 세계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자질이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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