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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금감원 출신 은행 감사가 해야 할 일

중앙일보 2010.09.30 02:37 경제 4면 지면보기
금융감독원 출신 은행 감사는 쉽게 할 수 있지만, 한국은행 출신 감사는 하기 어려운 것은? 정답은 은행을 검사하러 나온 금감원 검사역을 접대하는 일이다. 지난 7월 금감원이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제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할 때 계열사인 신한은행 감사가 금감원 검사역과의 저녁과 술자리를 주선했다. 정작 검사를 받고 있던 제주은행은 왜 그런 자리를 못 만들었을까. 신한은행 감사는 금감원 출신이지만 제주은행 감사는 한은 출신이었다. 금감원 검사반장은 몇 번 거절하다 금감원 출신 선배의 청을 뿌리칠 수 없어 저녁 자리에 응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금감원 출신 감사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금융사들이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영입하려는 이유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금감원 출신 감사들은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도 정작 사고가 터졌을 땐 징계를 약하게 받기도 한다. 지난해 국민은행에선 26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1억원으로 축소해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출신 감사는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금감원 퇴직자들은 금융사 감사 자리를 ‘낙하산’으로 점령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금감원 출신이 전문성을 발휘해 감사 업무를 잘할 수 있다”고 금감원은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에서 은행장이 이사회를 속여가며 해외 투자를 하고, 신한은행 최고경영진이 비자금을 만들어 쓸 때 내부 통제를 담당한 금감원 출신 감사들은 뭘 했는가. 그들이 전문성을 인정받으려면 제 역할을 다하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졌어야 한다. 경영진을 견제하고 내부 통제를 잘한다면 금감원 간부들이 감사로 나가는 것을 비판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후배 직원을 접대하거나, 현직 시절의 인맥으로 금융사의 방패막이 노릇을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비판 속에서도 금감원 출신 감사들의 전성시대가 계속되는 이유는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제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한은이나 예금보험공사가 검사권을 조금이라도 행사할 기미가 보이면 적극 반대하고 나선다. 독점적인 검사·제재권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혜택을 모두 누리려 한다면 지나친 이기주의가 아닐까. 금감원이 낙하산 감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접대 사건이 터지면 근본적 수술을 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그에 앞서 해답을 스스로 찾아내는 게 금감원 몫이다.



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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